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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인터넷으로 새길 찾는 단편영화 ‘7분의 미학’

등록 2007-04-25 18:01

저공비행
동네 극장에서 <로빈슨 가족>을 봤는데, 본 영화보다는 상영 전에 틀어준 도널드 덕 단편인 <워킹 포 피너츠(Working for Peanuts)>를 훨씬 더 재미있게 봤다. 국내 영화관에서 도널드 덕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무척 희귀한 경험이기도 했고 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입체 영화도 새로운 느낌이었지만, 그보다는 영화가 짧다는 게 좋았다.

당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는 10분미만. 보통 7분 정도의 길이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사이라는 일반 극영화의 러닝타임이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철저한 연구의 결과이듯, 이 7분이라는 러닝타임도 그냥 만들어진 건 아니다. 딱 본 영화 상영 전에 관객들을 적당히 풀어놓으면서 조바심이 나지 않을 정도의 길이이다. 가끔 난 이런 단편 만화 영화의 극장 상영이 당연시 되었던 옛날로 돌아가 관객들과 함께 그 영화를 본다면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 본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경험은 단편 영화들을 먼저 보내는 전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상영 때에나 간신히 체험할 수 있지만.

단편 영화들이 죽은 건 아니다. 단지 그들은 새로운 시대를 적응하면서 조금씩 모양을 바꾸었다. 도널드 덕이나 미키 마우스는 텔레비전으로 무대를 옮겼다. 그들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 퍼프 걸들이나 천재 소년 덱스터의 무대도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길이의 단편이다. 단지 그것이 연재물로 묶여서 30분짜리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는 것뿐이다. 영화로부터 점점 멀어지기는 하지만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도 대충 그 정도의 길이이다.

요새는 인터넷이 단편 영화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 같다. 한 포털의 독립영화관 섹션에 가보면 요새 드라마 <케세라세라>에 나오는 정유미가 주연인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언제든지 무료로 볼 수 있다. 자신의 단편 영화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영화쟁이들을 위해서는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있다.

유튜브의 제한 시간은 10분. 이상적인 단편 영화의 길이인 7분보다는 여유가 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앞에서 언급한 <폴라로이드 작동법>도 러닝타임은 6분이다. 이 러닝타임은 결코 짧지 않다. 장편 영화와 단편 영화는 호흡이 다르고 내용을 넣는 방식도 다르다. 그걸 모르는 수많은 초보들이 충분히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고 길고 장황한 단편을 만든다.

시간을 자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단편 소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단편 영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극장이라는 공간이 그 자연스러움을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행위가 극장을 벗어나 다면화되는 지금 이 시기에 단편 영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듀나/소설가·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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