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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준익 감독 “꿈을 찾아가는 사람 이야기”

등록 2007-05-04 11:50

40대 중년 내세운 '즐거운 인생' 촬영 중

신라와 백제의 이름 모를 병사, 조선시대 가장 낮은 신분이었던 광대, 한때는 톱스타였으나 지금은 쇠락한 록가수와 그의 매니저. 이처럼 '루저(looser)'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를 통해 관객의 신뢰를 얻은 이준익 감독이 '즐거운 인생'(제작 영화사 아침)을 촬영 중이다.

'백수'와 '기러기 아빠' 등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40대 세 명이 죽은 친구의 아들과 함께 록밴드 '활화산'을 조직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내용이다. 이 감독 특유의 진솔함과 소박함이 다시 한번 드러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작품.

"또다시 루저를 다룬 영화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우리가 이젠 꿈의 본질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야 할 때라고 본다"는 '철학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꿈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즐거운 인생'을 소개하며 "변화의 세상에 중심에 섰던 386세대가 이젠 40대가 돼 있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꿈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금 40대인 386세대는 과거 20대 때 치열하게 살던 사람들입니다. 그 세대가 이젠 날이 무뎌져 집안의 가장으로서, 사회의 중견으로서 현실의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들이 20대 초반의 장근석을 만나 세대간의 차이를 록밴드라는 한 통속에 밀어넣는 거죠. '라디오 스타'보다 더 현실에 발을 디딘 이야기입니다."

그는 '꿈'이라는 단어를 유독 힘주어 말했다.


"꿈을 잃어버린 사람을 '루저'라고 하지요. 그런데 꿈의 본질을 생각해봅시다. 흔히 사회적 성공에 대한 욕망에서 이탈된 사람을 루저라고 하지만, 21세기에는 틀린 말이라고 봅니다. 꿈의 본질은 사회적 성공이 아닌 개인의 성취이고, 행복의 가치인 거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40대는 이제야 꿈을 알아가는 사람들입니다. 1970년대 사회적 성공에 대한 압박이 많은 실패자를 양산했는데, 이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 성공 아닐까요. 영화에서는 '악기'와 '음악'을 통해 꿈을 이룹니다."

쭉 설명을 한 이 감독은 옆에 있던 배우들을 보며 "이 사람들을 봐라. 처음엔 전부 대역을 써야 했던 사람들"이라고 웃으면서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초인간적인 노력 끝에 직접 연주하는 수준이 됐다"고 소개했다.

"록밴드 이름 활화산은 시나리오 작가(이 감독 작품에서 모두 콤비를 이뤘던 최석환 작가)가 지었는데 나중에 우리가 의미 부여를 했지요. 영화 속 활화산의 대표곡 제목도 '언젠가 터질 거야'로 적었더군요. 그런데 '터질 거야'로 바꿨습니다. 항상 터지고 싶어하는, 가슴 속에 불덩이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게 느껴지지 않나요."

이 감독이 영화제작자였던 시절 '달마야 놀자' 시리즈를 통해 만난 이후 '황산벌' '왕의 남자'에 이어 또 다시 이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정진영은 "'왕의 남자' 이후 못된 버릇이 생겼다"면서 "생각이 없어져 그저 감독님이 다 알아서 잘 끌고 가시겠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활화산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오늘 이 복장도 촬영 초반에는 생각도 못했다. 나이 사십 먹은 아저씨들이 오히려 젊은이보다 부글부글 끓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 아닐까"라고 나름대로 설명했다.

김윤석은 "터져버리면 별 재미가 없잖아요. '터질 거야' 하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고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말했으며, 김상호는 "대본 읽으면서 '언젠가 터질 거야'라는 제목을 보고 거부감이 없었다. 딱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막내 장근석은 "만약 제 나이 또래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다면 아마 '볼케이노'라고 했을 것"이라며 "처음엔 나도 별 의미를 못 느꼈는데 갈수록 순수함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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