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
주위 맴돌며 사랑과 관심 표현하는 남자
영혼 쉴 곳 갈구하는 인간 내면 그려
영혼 쉴 곳 갈구하는 인간 내면 그려
영화 ‘밀양’
영화 ‘밀양’
영화 ‘밀양’
그러나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실존적 위기를 맞은 인물의 내면 그리고 거짓된 구원과 용서를 통한 자기 기만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이창동 감독은 이것을 기독교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고 보편 정서와 종교 일반의 문제로 풀어나간다. 뿐만 아니라 이청준의 소설에서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화자였던 남편의 존재를 지우는 대신 종찬이라는 인물을 창조해 멜로 드라마 요소를 가미한다. 하지만 시종일관 일정한 감정적 거리를 두고 있는 소설의 담담한 어조는 그대로 유지한다. 비극을 다루되 신파로 흐르지 않고, 특정한 종교에 대한 찬동이나 비판으로 머무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갖는 큰 미덕이다. 더 나아가 용서와 구원에 관여할 수 있는 있는 인간과 신의 입지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던지며, 원작과는 다른 긍정적인 가능성을 찾는다. <밀양>의 뛰어난 균형 감각은 많은 부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빚지고 있다. 언제나 그가 가진 연기의 정점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국면을 보여주는 배우 전도연과 송강호의 매력은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발휘된다. 질식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고 자기 속으로 숨어들어가는 신애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소화한 전도연과 어디선가 한 번은 만났을 것 같은 종찬이라는 캐릭터와 하나된 것처럼 보이는 송강호의 연기 호흡이 이 영화의 역동적인 리듬을 만들어낸다. 신애의 끝도 없는 절망감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던 감정선은 종찬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유머와 현실감을 발판으로 탄력적으로 상승하면서 두 시간을 훌쩍 넘는 이 작품이 시종일관 서사적 긴장력을 잃지 않도록 한다. 두 주연배우뿐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 숨은 빛처럼 반짝거리는 조연들의 연기가 철학적인 주제에 현실의 살을 입히는 역할을 하며, ‘밀양’을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어 낸다.
영화 ‘밀양’
영화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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