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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시리즈 영화’를 위한 변명

등록 2007-05-17 21:25

〈스파이더맨 2〉
〈스파이더맨 2〉
저공비행

얼마 전 친구와 함께 〈스파이더맨 3〉을 극장에서 봤다. 영화가 아주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시리즈 중 최악이라는 주장엔 반대한다.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는데, 거기엔 이 작품이 속편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이 영화의 피터 파커나 메리 제인, 해리 오스본은 매주 같은 시간대에 만나는 한국 텔레비전 연속극 주인공들과도 다르고 매년 가을마다 왔다가 봄에 떠나가는 미국식 시즌 주인공들과도 다르다. 텔레비전 시리즈에서만큼 자주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처음 보는 캐릭터도 아닌 그 중간의 느낌을 생각해보라. 관객들이 당연히 주인공들이 누군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이야기를 시작하는 화술에도 당연히 친근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런 영화들을 속편이라고 부르는 것도 별 의미는 없다. 〈반지의 제왕〉의 〈두 개의 탑〉은 앞에 나온 〈반지원정대〉의 속편인가? 〈킬 빌 2〉는 〈킬 빌〉의 속편인가? 그건 장편 소설의 6부가 5부의 속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시리즈의 다음 편과 순수한 속편 사이의 의미차는 크다. 예를 들어 〈스피드 2〉는 전편의 인기에 편승하여 만들어졌고 전적으로 전편에 종속된 작품이지만, 〈제국의 역습〉이나 〈스파이더맨 2〉와 같은 작품들은 오히려 전작의 가능성을 몇 배로 확장한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처음부터 시리즈를 의도한 경우, 2편은 대부분 1편보다 더 좋기 마련이다. 설정을 설명하고 캐릭터를 재단하는 귀찮은 작업을 1편에 떠넘긴 2편이 좀더 여유롭게 드라마를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탐욕스러운 할리우드의 상상력 부족한 ‘프랜차이즈 머신’으로만 보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그렇게 우기면 마음은 편해지겠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극장용 영화라는 매체가 스토리를 다루는 방식이 넓어졌다는 증거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반지의 제왕〉과 같은 시리즈 영화들이 늘어나고 관객들이 다음 편에서 이어지는 미완의 결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건, 할리우드가 2시간 안쪽이라는 규격화된 상영시간에서 해방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건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다. 시간적으로건, 공간적으로건 작품을 담는 캔버스의 크기엔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마 시리즈물의 부활은 루커스가 〈스타 워즈〉 3부작을 통해 남긴 또 다른 업적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시리즈 영화의 형식도 30~40년대에 나왔던 〈버크 로저스〉와 같은 비(B)급 시리즈 영화들로부터 차용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세상에 전혀 새로운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듀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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