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오퓔스 영화제 최고상 ‘첫 외국인’ 재독 다큐감독 조성형씨
막스 오퓔스 영화제 최고상 ‘첫 외국인’ 재독 다큐감독 조성형씨
최근 독일 영화계의 관심과 찬사를 한몸에 받는 한국인이 있다. 재독 다큐영화 감독 조성형(40)씨다. 올 1월,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28년만에 그것도 독일인이 아닌 아시아 여성으로 막스 오퓔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막스 오퓔스상은 예술성에 중점을 두며, 독일 신인 영화인에게 주어진다.
수상작인 〈풀 메탈 빌리지〉는 지난달 중순 독일 영화관에서 일제히 개봉됐다. 이 영화는 인구 1800명에 불과한 독일 북부지방의 작은 마을 바켄에서 17년 전부터 해마다 이틀 동안 열리는 헤비메탈 팬들의 축제에서 서로 상반된 문화가 충돌하는 것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다.
조씨는 자신의 데뷔 영화를 서슴없이 ‘향토영화’라고 부른다. 독일에서 1950년대에 유행했던 향토영화는 주로 알프스산 등 아름답고 파괴되지 않은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하며 전통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 장르는 보통 시골 노인들이 선호하는 촌스런 영화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나 조씨는 일간 〈쥐드도이체〉 인터뷰에서 “고향을 아끼지 않으면 이방인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풀 메탈 빌리지〉는 독일인들이 보지 못하는 독일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이방인이라는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이방인에게 더 잘 보이는 것이 많다. 한국에 가면 이제 나도 이방인과 같아서 보이는 게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다음달 다큐 영화자료를 모으러 한국을 찾는다. ‘고향과 향수병에 관한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조씨는 1990년에 독일에 유학해 마부르크에서 미디어학, 예술학, 철학을 공부했다.
글·사진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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