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송강호, 전도연과 밀양의 영화감독 이창곤. (왼쪽부터) (AP/연합)
‘보편적 주제·수준급 작품성’ 화제 몰고 다녀
뉴욕타임스 “침체에 빠졌던 칸에 활력 불어넣어”
뉴욕타임스 “침체에 빠졌던 칸에 활력 불어넣어”
<밀양>이 한국 영화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며 칸을 달궜다.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은 27일 오후 현재 수상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역대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폭넓게 주목받으며 영화제 흐름을 주도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됐다.
<밀양>은 영화제 막판까지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동시에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등 주요상을 탈 유력한 영화로 꼽히며 관심을 모았다. <밀양>은 지난 25일 현지 발간 유력 영화잡지인 <르 필름 프랑세>로부터 평점 2.6점(4점 만점)을 받았다. 이는 크리스티안 문기우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3.0점)과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8점)에 이어 경쟁부문 진출작 18편 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것이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와 <렉스프레스>는 <밀양>에 만점(4점)을 줬고, 영화전문지 <포지티프>도 <밀양>에 만점을 줬다.
이어 27일에는 <뉴욕타임스>가 “<밀양>과 주연배우 전도연이 몇년 동안 침체에 빠졌던 칸 영화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호평했다. 이밖에 <로이터> 통신과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 프랑스 일간 <메트로> 등도 전도연을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으며 <밀양>에 힘을 실었다. <르몽드> 또한 27일 ‘<밀양>, 악에 대한 질문’이란 글을 싣고 “<밀양>은 날카로운 작가영화와 상업영화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영화이며, 한국 영화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이창동 감독은 대중적이면서도 고품격의 예술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밀양> 팀은 이런 기세를 토대로 28일 새벽(한국 시각) 최종 심사 발표장에 참석했다. 경쟁 출품작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기세를 잃고 칸을 떠났다. <밀양>이 수상권에서 최소 4~5배수까진 오른 셈이다.
<밀양>은 이와 같이 칸 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에 가깝게 다가간 첫번째 한국 영화가 되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칸에서 임권택 감독이 2002년에 <취화선>으로 감독상, 2004년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다만 <올드보이>는 수상에도 불구하고 주제의 폭력성 때문에 시비를 낳았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영화 속 폭력을 다루는 점에서 박 감독과의 ‘코드’가 유사해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밀양>은 인간의 구원이란 보편적인 주제를 수준 높게 다뤄, 황금종려상 후보로 부상한 점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
<밀양>의 부상은 1990년대 이후 세계 주요 영화제들이 한국을 눈여겨봐온 흐름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영화계는 70~80년대 아시아권에서 일본과 중국을 주목한 데 이어 90년대 중반부터 한국을 새로운 조명 대상으로 주시해 왔다. 이런 경향에 힘입어 90년대 간간이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던 한국 영화는 2000년대 들어서는 해마다 6~7개 이상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만큼 한국 영화가 뒤처진 점을 드러내는 측면도 존재한다. 세계적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것은 영화 자체의 힘 외에도 국력이나 국제 교류로 다져온 배경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에서 아직 한국 영화는 많이 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일본 영화가 50년대부터 칸에서 그랑프리를 받았고, 중국과 대만 영화 역시 80년대 이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에서 주요한 한 축을 차지한 데 견주면 한국 영화는 늦어도 한참 늦은 실정이다.
칸/문석 <씨네21> 기자,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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