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3〉
슈렉3
‘세상의 모든 잘난 것들은 가라~.’ 슈렉 1편은 고정관념을 뒤엎는 파란 괴물의 통쾌한 한방이었다. 전복적 패러디를 뼈대로 삼은 슈렉 시리즈는 2편에서 장화 신은 고양이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촘촘한 이야기로 살을 도톰히 올렸다. 2편에서 ‘겁나 먼 왕국’의 위엄 넘치는 왕이 한낱 개구리였다는 사실까지 폭로했는데 더 뒤집을 게 남았을까?
제작비 1억6천만 달러를 쏟아 부은 〈슈렉3〉은 1·2편에 비한다면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힘이나 이야기의 얼개는 헐거운 편이다. 하지만 슈렉은 여전히 슈렉이다. ‘못난 것’들을 향한 파이팅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겁나 먼 왕국’의 왕이 숨진 뒤 슈렉은 왕위를 계승하기 싫어 안달이 났다. 결국 서열 2위인 피오나의 사촌 아더를 찾아 떠난다. 출발하는 날 피오나는 임신 소식을 알리고 슈렉은 아버지가 되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 사이 2편에서 수모를 당하고 쫓겨났던 나르시즘의 황제 차밍 왕자가 동화 속 악당들을 모아 ‘겁나 먼 왕국’에 쳐들어간다. 게다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소심해질 대로 소심해진 아더는 왕은 못한다고 난리다.
누가 여성을 약하다고 했나? ‘슈렉은 기다려라. 구하러 간다.’ 피오나, 릴리안 왕비, 라푼젤,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 5명은 특공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무술 실력을 갖췄다. 누가 악당이 본래 악하다고 했나? 목 없는 기사, 움직이는 나무들은 “남들이 악당이라 찍어놓고 싫어하는데 내가 어떻게 착해질 수 있겠냐”고 하소연한다. 악의 무리와 슈렉 패거리 사이 갈등이 너무 쉽게 봉합되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눈으로 스스로를 보라”는 대사는 여전히 뭉클하다. 총칼을 잘 다루는 보통 영웅의 근육이 아니라 육아 분담을 하며 세 쌍둥이의 기저귀를 가는 슈렉의 커다란 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슈렉3〉의 매력이다. 6일 개봉.
김소민 기자,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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