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녀석들〉
뜨거운 녀석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경찰의 피가 흐르는 친구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듯 엉성한 녀석이 짝패를 이루는 액션영화라니, 낯익기 짝이 없는 설정이다.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마을이 사실은 거대한 비밀을 감추고 있다 해도 하나도 놀랍지 않다. 그런데 〈뜨거운 녀석들〉(감독 에드거 라이트)은 이 단골 메뉴를 뒤섞고 뒤집어 개그의 잽을 미친듯이 날린다. 힘을 빼도 너무 확 빼버리니까 모든 권위에 똥침을 날리는 대단히 전복적 의미까지 있는 듯하다. 물론 아니면 말고다. 적어도 장르 비틀기, 패러디의 재미가 거칠 것 없는 해방감에서 나온다는 걸 이 영화는 온몸을 날려 증명한다.
경찰 니컬러스 엔젤(사이먼 페그)은 너무 잘나가서 문제다. 검거율이 동료들의 400%다.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어 “교통사고”가 아니라 “자동차 충돌”이 법률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쓸데없이 따지고 든다. 런던에 계속 두다간 다른 경찰들이 무능한 인간으로 몰릴 판이니 상급자들은 진급을 핑계삼아 그를 시골 마을로 보내버린다. 그 마을에서 그는 음주운전까지 하는, 아무 생각 없는 경찰 대니 버터맨(닉 프로스트)과 짝이 된다. 자동차 추격이나 총격전을 향한 무한한 동경을 지닌 대니에게 니컬러스는 완벽한 역할 모델이다. 조용한가 싶더니 망토 두른 사람이 연쇄 살인 사건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지역 경찰은 사고라고만 둘러댄다. 연쇄 살인의 동기? 맞추려고 하지 말고 즐기는 게 남는 장사다. 어차피 이성과 논리로 접근하면 절대로 근처도 못 간다. 힌트 하나는 맞춤법 틀리다간 인생 망칠 수도 있다는 거 정도다.
니컬러스가 마을의 진짜 문제에 접근하기까지는 이야기는 더디고 헐겁다. 그래도 효과음과 톡톡 튀는 편집, 말장난으로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넘어간다. 니컬러스와 대니가 마을 주민과 본격적으로 맞장을 뜨면서 수많은 영화들이 우스갯거리로 인용된다. 본격 액션이 펼쳐진 뒤에도 경찰들 사이 갈등이 얼렁뚱땅 봉합되는 등 이야기 전개야 성기지만 그게 또 뭐 대수겠냐는 게 제작진의 태도인 듯하다. 〈폭풍 속으로〉 〈나쁜 녀석들 2〉 등 경찰물, 〈스크림〉 등 공포물, 홍콩 액션물…. 중무장한 니컬러스가 주윤발처럼 이쑤시개를 씹으며 쌍권총을 쏘아대는 적수는 장총에 잔뜩 장전을 한 할머니다. 쌍칼 든 할아버지도 무찔러야 할 대상이다. 처음엔 마을에 조금의 불순물도 들이지 않으려는 순혈주의에 대한 응징의 메시지를 담은 듯이 보인다. 그런데 회칼을 던지는 슈퍼마켓 점원들 2명을 잡으려고 기관총을 쏴대는 멋쟁이 ‘투캅스’도 점점 한심해진다. 공격당하는 사람이나 공격하는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 어이없긴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거야말로 공권력과 완벽주의를 두루 희롱하는 아웃사이더 정서의 집대성이라 환호하거나 그냥 ‘웃기시네’라며 코웃음을 치거나 오로지 관객 마음에 달렸다. 〈뜨거운 녀석들〉의 제작진은 코믹 좀비 공포를 내세운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에서 패러디의 뜨거운 맛을 이미 보여줬다. 그때 반한 관객이라면 이번엔 강도가 약해졌다 툴툴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은 웃기다. 〈뜨거운 녀석들〉의 공동제작자로 로맨틱 코미디를 깔끔하게 만들어온 영국의 ‘워킹타이틀’이 나섰다. 영국에선 3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1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뜨거운 녀석들〉
경찰 니컬러스 엔젤(사이먼 페그)은 너무 잘나가서 문제다. 검거율이 동료들의 400%다.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어 “교통사고”가 아니라 “자동차 충돌”이 법률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쓸데없이 따지고 든다. 런던에 계속 두다간 다른 경찰들이 무능한 인간으로 몰릴 판이니 상급자들은 진급을 핑계삼아 그를 시골 마을로 보내버린다. 그 마을에서 그는 음주운전까지 하는, 아무 생각 없는 경찰 대니 버터맨(닉 프로스트)과 짝이 된다. 자동차 추격이나 총격전을 향한 무한한 동경을 지닌 대니에게 니컬러스는 완벽한 역할 모델이다. 조용한가 싶더니 망토 두른 사람이 연쇄 살인 사건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지역 경찰은 사고라고만 둘러댄다. 연쇄 살인의 동기? 맞추려고 하지 말고 즐기는 게 남는 장사다. 어차피 이성과 논리로 접근하면 절대로 근처도 못 간다. 힌트 하나는 맞춤법 틀리다간 인생 망칠 수도 있다는 거 정도다.
〈뜨거운 녀석들〉
니컬러스가 마을의 진짜 문제에 접근하기까지는 이야기는 더디고 헐겁다. 그래도 효과음과 톡톡 튀는 편집, 말장난으로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넘어간다. 니컬러스와 대니가 마을 주민과 본격적으로 맞장을 뜨면서 수많은 영화들이 우스갯거리로 인용된다. 본격 액션이 펼쳐진 뒤에도 경찰들 사이 갈등이 얼렁뚱땅 봉합되는 등 이야기 전개야 성기지만 그게 또 뭐 대수겠냐는 게 제작진의 태도인 듯하다. 〈폭풍 속으로〉 〈나쁜 녀석들 2〉 등 경찰물, 〈스크림〉 등 공포물, 홍콩 액션물…. 중무장한 니컬러스가 주윤발처럼 이쑤시개를 씹으며 쌍권총을 쏘아대는 적수는 장총에 잔뜩 장전을 한 할머니다. 쌍칼 든 할아버지도 무찔러야 할 대상이다. 처음엔 마을에 조금의 불순물도 들이지 않으려는 순혈주의에 대한 응징의 메시지를 담은 듯이 보인다. 그런데 회칼을 던지는 슈퍼마켓 점원들 2명을 잡으려고 기관총을 쏴대는 멋쟁이 ‘투캅스’도 점점 한심해진다. 공격당하는 사람이나 공격하는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 어이없긴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거야말로 공권력과 완벽주의를 두루 희롱하는 아웃사이더 정서의 집대성이라 환호하거나 그냥 ‘웃기시네’라며 코웃음을 치거나 오로지 관객 마음에 달렸다. 〈뜨거운 녀석들〉의 제작진은 코믹 좀비 공포를 내세운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에서 패러디의 뜨거운 맛을 이미 보여줬다. 그때 반한 관객이라면 이번엔 강도가 약해졌다 툴툴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은 웃기다. 〈뜨거운 녀석들〉의 공동제작자로 로맨틱 코미디를 깔끔하게 만들어온 영국의 ‘워킹타이틀’이 나섰다. 영국에선 3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1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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