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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스타들 집합! 한판 놀아볼까

등록 2007-06-10 17:13수정 2007-06-10 20:07

〈오션스 13〉
〈오션스 13〉
오션스 13

‘원조 악동’ 알 파치노 가세해
첨단 카지노 싹쓸이 ‘난장’ 벌여
배우 실생활 녹인 대사 감칠맛

이야기로만 따지면 〈오션스 13〉은 전작들과 다를 게 없다. 사기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친구 루벤의 복수를 위해, 악당인 윌리 뱅크(알 파치노)가 신장개업한 호텔의 카지노를 몽땅 쓸어버린다. 뱅크를 납치해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오션과 친구들은 프랭크 시내트라를 존경하는 고전적인 신사들이다. 〈킬 빌〉처럼 피칠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한 방법 그대로 멋지게 사기를 치는 것이 그들의 스타일이다. 늘 똑같지만 〈오션스 13〉은 여전히 경쾌하고 멋진 영화다.

〈오션스 13〉은 아주 심플하다. 서스펜스에 목숨을 거는 것도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뭔가 거창한 의미 전달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친하고 멋진 배우들이 모여서 한판 놀아보자는 것이다. 〈오션스 11〉의 오리지널은 1960년에 만들어진 같은 이름의 영화다. 프랭크 시내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등 당대 최고의 스타이자 한량들이 모인 〈오션스 11〉은 그저 멋진 배우들이 어울려 노는 정도의 영화였다. 영화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도 못했고, 당대의 스타들을 한 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유일한 장점이었다.

어떻게 보면 21세기에 만들어진 ‘오션스’ 시리즈 역시 스타들이 어울려 난장을 벌이는 버라이어티쇼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텔레비전 버라이어티쇼에 나와 자신들의 경험담이나 사건들을 적당히 부풀려 늘어놓으면서 자기들끼리 즐기는 연예인들처럼, 〈오션스 13〉의 배우들도 종종 현실과 영화를 뒤섞어 버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장난을 친다. 실제로도 절친한 친구 사이인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는 계속 현실 속의 그들을 연상시키는 대사를 주고받거나 농담을 한다. 자선사업에 열심인 실제 생활을 끌어들여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카지노에서 쓰이는 주사위 등을 만드는 멕시코 공장의 혹독한 현실을 코믹하게 폭로하며 정치적 입장도 드러낸다.

〈오션스 13〉을 보고 있으면 당연하게도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의 현실이 떠오른다. 앤절리나 졸리의 충실한 남편이 된 브래드 피트의 변모도 〈오션스 13〉에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션스 13〉을 보면서 자꾸만 연상되는 것은, 느끼한 자유주의자이면서도 나름의 사회적 실천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조지 클루니의 본색이다. 조지 클루니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함께 미국의 폭력적인 중동정책을 폭로하는 〈시리아나〉를 제작하고, 첩보전을 기묘한 방식으로 다룬 〈데인저러스 마인드〉와 매카시즘을 비판하는 〈굿 나잇 앤 굿 럭〉을 연출하는 등 일반적으로 할리우드가 꺼리는 ‘정치적인’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활발한 ‘정치’ 영화 제작을 놓고 스타들의 ‘봉사활동’이라고까지 극찬한다.

물론 〈오션스 13〉은 전혀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다. 굳이 따진다면, 거의 테마파크에 가까운 대형 호텔들이 줄지어 늘어선 라스베이거스의 삭막한 풍경을 보며 다정하고 포근했던 과거의 정취를 떠올리는 정도다. 그리고 과거의 방식으로, 전혀 폭력적이지 않게 첨단의 카지노를 ‘강탈’한다. 비현실적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어차피 라스베이거스라는 초현실주의적인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한 법이니까. 또한 ‘오션스’ 시리즈로 돈을 벌어 〈시리아나〉 같은 영화를 만들고 자선사업도 하는 조지 클루니와 스티븐 소더버그인 만큼 이 정도의 유희와 난장판이라면 언제든 적극 환영이다.

김봉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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