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근육 마디마디가 실룩대는 변신로봇들
소년 손안의 에너지원 차지하려 대결
기술은 최첨단·줄거리 캐릭터는 고전적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아마겟돈〉 〈진주만〉의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트랜스포머〉는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의 경계를 지우며 시각효과의 정점을 드러낸다. 1980년대 초 미국 완구회사 하스브로와 일본의 다카라가 함께 만든 변신 로봇은 기계 근육 마디마디 움직이는 듯한 육중한 생명체로 변신했다. 방한한 마이클 베이는 12일 “2년 전 기술로는 만들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볼거리 폭격 스필버그에게 연출 제안을 받고 처음엔 거절했던 마이클 베이는 한 가지 이미지가 떠오르자 마음을 바꿔 먹었다. “시속 120㎞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변신하는, 진짜 로봇.” 이게 이 영화의 거의 전부다. 줄거리야 단출하다. 비행기, 자동차, 헬리콥터에서 기계 생명체로 변신하는 이 로봇들은 두 편으로 갈라져 ‘큐브’라는 에너지원을 차지하려고 다툰다. 큐브의 행방을 알려주는 단서는 평범한 소년 샘이 쥐고 있다. 〈트랜스포머〉엔 좋은 놈 ‘오토봇’ 군단 로봇 5개와 나쁜 놈 ‘디셉티콘’ 군단 5개가 나온다. 디자인 작업에 25명이 참여했다. ‘오토봇’의 대장 옵티머스 프라임은 1만108개 부분으로 이뤄졌고 각각이 모두 움직인다. 디자인을 맡은 제프 만은 “각 부분이 기계로 된 세포라고 보면 된다”고 제작사 드림웍스·파라마운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걸 화면 안에서 숨쉬게 하는 건 컴퓨터 그래픽의 몫이다. 조지 루커스가 세운 업체 아이엘엠과 〈터미네이터〉 등을 만든 디지털 도메인이 합작했다. 1초에 24프레임이 돌아가는데 그 한 프레임에 들어갈 동작을 만드는 데 많게는 38시간이 걸렸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행동은 캐릭터를 따라간다. 마이클 베이는 주인공 샘의 첫 자동차이자 ‘오토봇’의 일원인 ‘범블비’ 캐릭터는 〈백 투 더 퓨처〉의 마이클 제이 폭스를, 옵티머스 프라임은 배우 리엄 니슨을 참고했다. 대략 동작의 형태가 정해지면 수만 가지 기계 부품들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세부적인 계획을 세운다. 컴퓨터 그래픽 팀은 물리학 법칙뿐만 아니라고 로봇이 중국 무술 고수처럼 우아하게 움직이길 바라는 감독의 요구까지 고려해야 했다. 64비트 슈퍼 컴퓨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베이필름’이라는 이름으로 〈트랜스포머〉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국의 한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31)는 “로봇은 눈썹 눈꺼풀이 없어 감정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은데 눈 주위에 미세한 기계 근육을 움직이는 식으로 표현했다”며 “속이 울렁거리도록 빼어나다”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로봇이 없는 상태에서 연기했다. 옵티머스 프라임 위치에는 로봇 크기에 맞게 12m짜리 막대를, 범블비 대신으로는 6m짜리를 세워두면 배우들이 그걸 보고 시선을 처리하기도 했다. 그래도 로봇으로 변신하기 전 자동차 등은 실제다. 범블비가 변신하기 전 상태인 스포츠카 카마로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디자인으로 차 값이 50만달러였다. ‘블랙아웃’으로 변하는 헬리콥터도 록히드마틴의 미출시 모델이다. 빠르고 화려한 연출은 광고와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이름을 날린 마이클 베이의 장기다. 그는 카메라를 아래에 두고 대상을 올려다보며 잡는 앵글을 많이 쓰는데 이런 각도는 움직임에 역동적인 활력을 싣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앙상한 이야기 〈트랜스포머〉는 블록버스터의 틀을 거의 그대로 좇아간다. 영화 시작 10분 안에 대형 액션 장면이 벌어지며 ‘나, 이런 영화야’라고 선언한다. 헬리콥터가 로봇으로 변하더니 카타르 미군기지 하나를 통째로 박살낸다. 평범한 소년 샘이 지구를 구할 운명을 짊어진다는 설정도 블록버스터들이 끌어다 쓰는 신화·설화를 빼닮았다. 범블비가 조력자라면 옵티머스 프라임은 위대한 스승이다. 휴대폰 등으로 변신하는 조그만 로봇 프렌지 등 눈길 사로잡는 조연도 빼놓을 수 없다. 샘의 부모에게 들킬까봐 거대한 로봇들이 요리조리 숨는 장면 등 유머도 틈틈이 새겨뒀다. 주제는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희생 없인 얻는 것도 없다”란 것을 혹시 관객이 못 알아들었을까봐 두 번이나 주인공이 말해준다. 〈트랜스포머〉에는 외계인이나 우주전쟁을 다룬 블록버스터들의 흔적이 여럿 아른거린다. 주인공 샘이 “이거 〈이티〉야 〈아마겟돈〉이야”라고 되묻는다. 마무리도 시리즈를 예상하게 한다.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등 영웅들이 이중적인 면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진화해 온 점을 감안하면, 요즘 블록버스터의 전형이라고 보기엔 〈트랜스포머〉의 영웅 옵티머스 프라임이란 캐릭터는 너무 단순하고 계몽적이라 되레 튄다. 〈트랜스포머〉의 뿌리가 장난감과 20년 동안 이어진 텔레비전 인기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설명을 찾을 수도 있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1980년대 미국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으로 서툴고 투박하며 직설적이었는데 〈트랜스포머〉는 그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의 향수에 기대고 있다”며 “때문에 당시의 순진무구한 대사나 캐릭터들을 가져와 놀려대거나 진지하게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영화 속에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은 모호하다”고 말했다. 로봇들의 행태와 캐릭터엔 잘 이해가 안 되는 구석도 있다. 방대한 액션 장면에 밀려 로봇들은 겨우 자기 이름 정도만 소개한다. 이들이 계속 변신하며 싸우니 이전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미리 봐둔 관객이 아니라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지경이다. 디셉티콘 군단은 놀라운 실력으로 미국 국방부 등을 해킹해 샘이 에너지원 ‘큐브’의 행방을 알려줄 결정적 증거를 경매사이트에 올려뒀다는 걸 알게 된다. 거기서 몇 달러 주고 사면 될 걸 왜 힘들게 샘을 공격하더니 도시를 부숴버릴까? 28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년 손안의 에너지원 차지하려 대결
기술은 최첨단·줄거리 캐릭터는 고전적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아마겟돈〉 〈진주만〉의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트랜스포머〉는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의 경계를 지우며 시각효과의 정점을 드러낸다. 1980년대 초 미국 완구회사 하스브로와 일본의 다카라가 함께 만든 변신 로봇은 기계 근육 마디마디 움직이는 듯한 육중한 생명체로 변신했다. 방한한 마이클 베이는 12일 “2년 전 기술로는 만들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볼거리 폭격 스필버그에게 연출 제안을 받고 처음엔 거절했던 마이클 베이는 한 가지 이미지가 떠오르자 마음을 바꿔 먹었다. “시속 120㎞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변신하는, 진짜 로봇.” 이게 이 영화의 거의 전부다. 줄거리야 단출하다. 비행기, 자동차, 헬리콥터에서 기계 생명체로 변신하는 이 로봇들은 두 편으로 갈라져 ‘큐브’라는 에너지원을 차지하려고 다툰다. 큐브의 행방을 알려주는 단서는 평범한 소년 샘이 쥐고 있다. 〈트랜스포머〉엔 좋은 놈 ‘오토봇’ 군단 로봇 5개와 나쁜 놈 ‘디셉티콘’ 군단 5개가 나온다. 디자인 작업에 25명이 참여했다. ‘오토봇’의 대장 옵티머스 프라임은 1만108개 부분으로 이뤄졌고 각각이 모두 움직인다. 디자인을 맡은 제프 만은 “각 부분이 기계로 된 세포라고 보면 된다”고 제작사 드림웍스·파라마운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걸 화면 안에서 숨쉬게 하는 건 컴퓨터 그래픽의 몫이다. 조지 루커스가 세운 업체 아이엘엠과 〈터미네이터〉 등을 만든 디지털 도메인이 합작했다. 1초에 24프레임이 돌아가는데 그 한 프레임에 들어갈 동작을 만드는 데 많게는 38시간이 걸렸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행동은 캐릭터를 따라간다. 마이클 베이는 주인공 샘의 첫 자동차이자 ‘오토봇’의 일원인 ‘범블비’ 캐릭터는 〈백 투 더 퓨처〉의 마이클 제이 폭스를, 옵티머스 프라임은 배우 리엄 니슨을 참고했다. 대략 동작의 형태가 정해지면 수만 가지 기계 부품들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세부적인 계획을 세운다. 컴퓨터 그래픽 팀은 물리학 법칙뿐만 아니라고 로봇이 중국 무술 고수처럼 우아하게 움직이길 바라는 감독의 요구까지 고려해야 했다. 64비트 슈퍼 컴퓨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베이필름’이라는 이름으로 〈트랜스포머〉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국의 한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31)는 “로봇은 눈썹 눈꺼풀이 없어 감정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은데 눈 주위에 미세한 기계 근육을 움직이는 식으로 표현했다”며 “속이 울렁거리도록 빼어나다”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로봇이 없는 상태에서 연기했다. 옵티머스 프라임 위치에는 로봇 크기에 맞게 12m짜리 막대를, 범블비 대신으로는 6m짜리를 세워두면 배우들이 그걸 보고 시선을 처리하기도 했다. 그래도 로봇으로 변신하기 전 자동차 등은 실제다. 범블비가 변신하기 전 상태인 스포츠카 카마로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디자인으로 차 값이 50만달러였다. ‘블랙아웃’으로 변하는 헬리콥터도 록히드마틴의 미출시 모델이다. 빠르고 화려한 연출은 광고와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이름을 날린 마이클 베이의 장기다. 그는 카메라를 아래에 두고 대상을 올려다보며 잡는 앵글을 많이 쓰는데 이런 각도는 움직임에 역동적인 활력을 싣는 데 위력을 발휘했다. 앙상한 이야기 〈트랜스포머〉는 블록버스터의 틀을 거의 그대로 좇아간다. 영화 시작 10분 안에 대형 액션 장면이 벌어지며 ‘나, 이런 영화야’라고 선언한다. 헬리콥터가 로봇으로 변하더니 카타르 미군기지 하나를 통째로 박살낸다. 평범한 소년 샘이 지구를 구할 운명을 짊어진다는 설정도 블록버스터들이 끌어다 쓰는 신화·설화를 빼닮았다. 범블비가 조력자라면 옵티머스 프라임은 위대한 스승이다. 휴대폰 등으로 변신하는 조그만 로봇 프렌지 등 눈길 사로잡는 조연도 빼놓을 수 없다. 샘의 부모에게 들킬까봐 거대한 로봇들이 요리조리 숨는 장면 등 유머도 틈틈이 새겨뒀다. 주제는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희생 없인 얻는 것도 없다”란 것을 혹시 관객이 못 알아들었을까봐 두 번이나 주인공이 말해준다. 〈트랜스포머〉에는 외계인이나 우주전쟁을 다룬 블록버스터들의 흔적이 여럿 아른거린다. 주인공 샘이 “이거 〈이티〉야 〈아마겟돈〉이야”라고 되묻는다. 마무리도 시리즈를 예상하게 한다.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등 영웅들이 이중적인 면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진화해 온 점을 감안하면, 요즘 블록버스터의 전형이라고 보기엔 〈트랜스포머〉의 영웅 옵티머스 프라임이란 캐릭터는 너무 단순하고 계몽적이라 되레 튄다. 〈트랜스포머〉의 뿌리가 장난감과 20년 동안 이어진 텔레비전 인기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설명을 찾을 수도 있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1980년대 미국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으로 서툴고 투박하며 직설적이었는데 〈트랜스포머〉는 그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의 향수에 기대고 있다”며 “때문에 당시의 순진무구한 대사나 캐릭터들을 가져와 놀려대거나 진지하게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영화 속에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은 모호하다”고 말했다. 로봇들의 행태와 캐릭터엔 잘 이해가 안 되는 구석도 있다. 방대한 액션 장면에 밀려 로봇들은 겨우 자기 이름 정도만 소개한다. 이들이 계속 변신하며 싸우니 이전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미리 봐둔 관객이 아니라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지경이다. 디셉티콘 군단은 놀라운 실력으로 미국 국방부 등을 해킹해 샘이 에너지원 ‘큐브’의 행방을 알려줄 결정적 증거를 경매사이트에 올려뒀다는 걸 알게 된다. 거기서 몇 달러 주고 사면 될 걸 왜 힘들게 샘을 공격하더니 도시를 부숴버릴까? 28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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