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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잿빛 공포가 ‘스멀스멀’

등록 2007-06-17 17:53

〈검은집〉
〈검은집〉
검은집
흰옷 입은 귀신이 기어나오지 않아도, 뒷덜미를 낚아채는 깜짝쇼가 없어도 오싹할까? 〈검은집〉(감독 신태라)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람을 해치는 정신질환자 ‘사이코패스’를 공포의 대상으로 내세웠다. 결과는? 꽤 무섭다.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의 삶 속에 한발짝씩 그림자를 드리우는 과정을 따라 스멀스멀 공포의 강도가 높아진다.

보험사 조사원 전준오(황정민)는 고지식하고 순진한 모범생이다. 그런데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자고 악몽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깬다. 어느날 박충배(강신일)라는 보험 가입자가 그를 자기 집으로 부른다. 준오는 그날 충배의 7살짜리 의붓아들이 목을 맨 채 숨진 걸 발견한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 짓지만 준오는 자신의 눈길을 피하는 충배를 잊을 수 없다. 보험금 지급이 미뤄지자 충배는 매일 준오의 사무실에 나타나 자해를 한다. 충배가 살인자라고 믿는 준오는 역시 보험에 가입돼 있는 충배의 아내 신이화(유선)를 살리려고 경고한다.

〈검은집〉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미술이 큰 몫을 한다. 지하가 옛 목욕탕인 충배의 외딴 집은 잿빛을 뿜어낸다. 뚝뚝 묻어날 듯한 습기가 서늘하게 잘 표현됐다. 준오가 왜 이 사건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지 나름대로 심리적 근거도 마련해 뒀다.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부재중 전화 30통, 문틈에 꽂아 뒀는데 떨어져 범인이 침입한 것을 알려주는 전단지 같은 소품들이 불안함을 보탠다.

색다른 소재는 매력적이지만, 무섭게 하는 방법이 새로운 것인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끔찍한 신체 절단을 끝까지 보여주는 게 〈검은집〉이 취한 방식이다. 완전 범죄를 할 만큼 똑똑한 범인이지만 관객을 위협하는 건 그의 두뇌가 아니라 칼날이다. 준오는 범인보다 물리적으로 약해 보이지 않는데 도망치는 것 이외의 선택을 하지 않는다. 준오가 범인을 알아내는 과정은 논리적으로 치밀하지 못하고 직관적이라 관객은 누가 범인일까 추리할 시간을 벌지 못한다. 결과는 금세 발각되고 그 다음엔 피 튀기기가 남는다. 기시 유스케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21일 개봉.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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