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오브 맨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영화는 없을까? 여름 영화관을 점령한 공포물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물린 관객이라면 디브이디 쪽으로 눈을 돌려볼 만하다. 최근 디브이디로 나온 영화들 가운데 놓치기 아까운 극장 미개봉작 3편을 디브이디 칼럼니스트 김종철씨(온라인 영화잡지 〈익스트림무비〉 편집장)가 골랐다.
특명! 인류 ‘멸종’을 막아라
칠드런 오브 맨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됐지만 대중적 관심과는 거리가 먼 탓에 디브이디 타이틀로 직행한 불운의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이투 마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안내하는 미래는 화려한 가상 세계가 아니라 현재의 폭력과 탐욕, 불안을 증폭해 놓은 사실적인 공간이다. 더는 아무도 아이를 낳을 수 없는 2027년, 마지막으로 태어난 18살 소년이 숨지면서 인류는 종말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다. 반체제 운동에 참여했다 평범한 삶을 택한 테오에게 옛 애인 줄리안이 나타나 불법체류자인 소녀 키이에게 줄 통행증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다. 키이는 임신 중이다. 키이가 안전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테오, 줄리안 그리고 히피 재스퍼가 키이 곁에 남는다. 에스에프 영화로서 완성도가 탁월하고 정치·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키아누 리브스 나오는데 미개봉?
스캐너 다클리 키아누 리브스, 위노나 라이더, 우디 해럴슨 등 출연진이 화려하고, 〈웨이킹 라이프〉 〈스쿨 오브 락〉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소설가 필립 케이. 딕이 만났다. 유명한 배우들에 지명도 있는 감독이 연출했는데도 극장 개봉을 거치지 못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을 배경으로 약물에 중독된 프레드가 겪는 극심한 정신적 혼란의 세계를 독특한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실제 촬영한 뒤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써 현실과 몽상의 세계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필립 케이. 딕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을 뛰어나게 재현했다.
우주로 간 ‘황야의 무법자’
세레니티 열성적인 팬을 거느린 텔레비전 시리즈 〈파이어플라이〉의 극장판이다. 서부극과 에스에프 액션물의 특징을 뒤섞어 놓았다. 과거와 현재의 문화, 기술을 마음껏 오고가는 재미를 준다. 텔레비전 시리즈 〈버피와 뱀파이어〉를 만든 조스 웨든의 스크린 데뷔 작품인데 5천달러도 채 안되는 제작비로 빼어난 특수효과를 만들었다. 전직 군인이자 현재는 해결사 노릇을 하는 말콤 선장의 우주선 세레니티에 의사 사이먼과 초능력을 지닌 여성 리버가 탄다. 이들을 우주 연합군이 쫓는데 리버가 은하 전쟁을 끝내버릴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배경이지만 총격전에는 광선이 난무하는 대신 화약 냄새가 진동한다.
김종철/디브이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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