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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더 무서워…너 때문에!

등록 2007-06-24 18:03

디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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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시리즈가 성공을 거둔 뒤 할리우드 공포영화들은 누가 더 섬뜩한 고문 기술을 개발해 피를 더 뽑아내느냐로 겨루는 듯하다. 〈4.4.4〉는 감금과 가공할 만한 고문을 내세우는데 거기에 심리 게임이 들어갈 여지는 별로 없다. 키 2m 몸무게 150㎏인 프로레슬링 선수 케인을 살인마 제이콥으로 내세운 〈씨노이블〉도 신체 훼손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이에 비해 영국 감독 닐 마셜이 만든 〈디센트〉는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틀을 밀어붙이며 그 안에 인물들 사이 미묘한 갈등을 흩뿌렸다. 심리, 상황이 군더더기 없이 깍지를 끼고 관객의 숨통을 조른다. 장르의 규칙을 마음껏 활용하고 비틀며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공포심을 끌어내는 영리한 영화다. 닐 마셜 감독은 깔끔한 공포의 직구를 날린다.

디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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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탐험 나선 여섯명 여성들
어둠·괴물 공격에 친구도 ‘적’
쉴틈없이 옥죄는 공포 그물망

〈디센트〉는 동굴에서 괴생물체에 쫓기는 상황, 친구 사이에 움트는 불신, 끔찍한 기억의 덫 등 삼중 감옥에 주인공을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가둔다. 사라는 1년 전 교통사고로 아이와 남편을 잃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 홀로 남은 사라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병원 복도를 달리는 장면부터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달리는 사라를 따라 그의 뒤쪽 조명을 빨리 꺼가는 것만으로 마치 어둠이 쫓아오는 듯한 긴박감을 준다. 아무도 없는 좁은 복도는 이후 동굴이 불러일으킬 폐소공포증의 전조를 드러낸다.

사라를 위로하려고 친구 5명은 깊숙한 동굴로 탐험을 떠난다. 동굴 안으로 들어간 뒤 얼마 안 돼 일행은 이곳이 예정했던 장소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돌아가는 길은 돌무더기가 내려앉아 막혀버렸다. 겨우 몸만 빠져나갈 듯한 통로와 헤드라이트를 끄면 덮치는 완벽한 어둠도 모자라 사람 형상을 닮은 괴생물 포식자 떼까지 그들을 노린다. 궁지에 몰리자 인물들은 성격의 고갱이를 드러내며 정서적으로 무너져 내려간다.

디센트
디센트

공포영화의 익숙한 재료들이 알맞은 지점에서 제 몫을 보태며 공포의 가속기를 밟아댄다. 사투를 벌이던 사라 자신이 어느 순간 섬뜩한 광기를 뿜어내기 시작하고, 동굴 탐험을 주도했던 친구 주노의 과거가 폭로되면서 사라와 주노 사이 갈등이 또다른 불안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정반대의 결말을 절묘하게 이어붙인 마지막 장면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을 숨 막히는 폐곡선 안에 가둬버린다. 사라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사라를 가두는 건 기억일까? 공간일까?

제작진은 〈디센트〉에 컴퓨터 그래픽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헤드라이트 등 몸에 지닌 조명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배우가 틀니와 콘택트렌즈를 끼고 3시간의 분장을 거쳐 끈적끈적한 피부를 지닌 괴물이 됐다. “상대적으로 저예산인 60억원을 들인 이 영화가 영국에서 개봉 뒤 제작비의 7배 정도 수익을 냈다”고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밝혔다. 닐 마셜 감독은 전작이자 데뷔작인 〈독 솔저〉에서 늑대인간에게 포위된 군인들의 사투를 그려 재능을 입증했다.


〈디센트〉는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는 애초에 없는 듯, 오로지 공포를 향해 전력질주한다. 눈을 감고 싶은 참혹한 장면도 담았다. 끝난 뒤에도 안도감을 주지 않은 냉정한 작품이다. 비위가 약하거나 단지 무서워지려고 왜 7천원을 써야 하는지 동의할 수 없다는 관객은 피하는 게 좋다. 7월5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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