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지그,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마징카이저〉의 남녀 등장인물, 역시 부천 상영작인 〈마징카이저 사투 암흑대장군〉, 일본판 〈마징가-Z〉, 〈그렌다이저〉,
일본만화계 거장 나가이 고, 부천영화제 찾아 첫 방한
폭넓은 장르 넘나들고 통념 거부하는 주류 작가로 명성
데뷔 40돌 특별전서 최신 원작 애니메이션 5편 선보여
폭넓은 장르 넘나들고 통념 거부하는 주류 작가로 명성
데뷔 40돌 특별전서 최신 원작 애니메이션 5편 선보여
마징가Z, 그레이트 마징가, 그렌다이저의 창조자 나가이 고(62)가 온다. 1970년대 전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던 거대로봇 만화의 최고 작가이자, 만화왕국 일본의 여러 만화 장르 전반에 걸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나가이 고가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나가이 고는 오는 12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한국에 머물며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때맞춰 이번 부천영화제는 별도로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을 선보이는 특별전 ‘추억을 찾아서: 나가이 고와 로봇대전’을 마련했다. ‘무쇠팔 무쇠다리’ 마징가의 추억이 생생한 애니메이션 팬들에겐 추억을 떠올리면서 최신 애니메이션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 마징가는 그의 진면목이 아니다?=나가이 고는 〈마징가Z〉로 로봇 만화에 한 획을 그었다. 나가이 고 이전의 로봇들은 사람이 조종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마징가Z〉는 조종사가 비행정을 타고 로봇 머리 속으로 들어가 합체하는 방식을 선보인 뒤 일본 로봇만화는 모두 사람이 로봇으로 들어가 조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나가이 고는 거대로봇 장르를 완성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나가이 고의 70년대 로봇만화들이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지만 그의 방대한 작품과 영역에 비춰 볼 때는 그의 작품활동 초기의 주요작들 일부일 뿐이다. 나가이 고는 60년대 후반 이후 일본 만화 전성기를 선도한 주역이다. 더욱 돋보이는 점은 올해로 데뷔 40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국내에는 〈마징가Z〉 등 그의 원작 만화가 아닌 텔레비전용 로봇 애니메이션들만 소개되었고 정작 최고 대표작들로 꼽히는 〈파렴치학원〉이나 〈데빌맨〉 〈바이올런스 잭〉 등은 여건상 전혀 알려지지 못했다.
나가이 고는 일본 만화계에서는 독특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로봇은 물론 개그, 전투 미소녀물 등 여러 분야를 주특기로 삼으면서 야오이(일본 특유의 동성애풍 만화), 하드보일드까지 폭넓은 장르를 넘나드는 팔방미인형 작가다. 또한 대중적으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주류 작가이면서도 사회적 통념과 기성세대의 고루함을 조롱하고, 천편일률적인 대중문화의 공식에 반항하는 길을 걸었다.
그의 데뷔작인 개그만화 〈파렴치학원〉(1968)은 당시 일본에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후 일본 만화사에서 일대 ‘사건’이 됐다. 〈파렴치학원〉은 옷 대신 호랑이 가죽을 걸치고 여학생들의 치마를 들추는 교사, 그리고 비정상적인 교사들과 전면전을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래서 교육계와 기성세대들로부터 연재를 중단하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반대편에선 이 만화를 지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런 논란 속에서 나가이 고는 변태교사와 학생들의 난동에 맞서 정부가 학교를 공격해 결국 등장인물들이 몽땅 전멸한다는 충격적인 결말로 끝내며 맞받아쳤다.
그의 작품 가운데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데빌맨〉은 도식적인 선악 개념을 벗어나 주인공이 악 그 자체이며 인간이 곧 악마라는 설정으로 이후 여러 만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또다른 대표작인 〈큐티 하니〉의 경우 예쁜 소녀가 주인공으로 나와 전투를 벌이는 전투 미소녀물로, 역시 〈세일러 문〉 등 많은 비슷한 만화들의 원조 격이 되었다.
■ 마징가 이후의 마징가를 만나볼까=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마련한 나가이 고 원작 애니메이션은 〈진 체인지 게타로보 세계 최후의 날〉 〈큐티 하니〉 〈마징카이저〉 〈마징카이저 사투 암흑대장군〉 〈강철신 지그〉 등 5편이다. 모두 그의 만화가 원작인 신작들로, 나가이 고의 작품이 세대를 넘어 수십년에 걸쳐 일본 문화계에서 여러 후배 작가들에게 소재나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3년작인 〈마징카이저〉와 〈마징카이저 사투 암흑대장군〉은 24년 만에 새로 만든 마징가Z 시리즈다. 게임용 캐릭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으로, 나가이 고가 관객들과 교감하면서 현대적으로 다시 만들어낸 마징가Z라고 볼 수 있다. 〈강철신 지그〉는 올봄 발표된 최신작으로, 나가이 고의 또다른 히트 로봇만화 〈강철 지그〉의 속편이다. 〈진 체인지…〉도 역시 그의 대표적인 로봇만화 게타로보 원작에 새 주인공과 로봇을 더해 새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반면 이번에 상영하는 〈큐티 하니〉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90년대 후반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켰던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연출한 실사영화란 점이 흥미롭다.
일본만화 평론가 선정우씨는 이번 상영작들에 대해 “마징가를 보고 열광했던 관객들에겐 비슷한 시기 나가이 고의 만화를 보고 자란 일본의 작가들이 나가이 고의 작품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했는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www.pifan.com, (032)345-6313.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나가이 고·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나가이 고
마징가Z와 그레이트마징가.
일본만화 평론가 선정우씨는 이번 상영작들에 대해 “마징가를 보고 열광했던 관객들에겐 비슷한 시기 나가이 고의 만화를 보고 자란 일본의 작가들이 나가이 고의 작품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했는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www.pifan.com, (032)345-6313.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나가이 고·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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