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전에 대통령후보가 되실 분들에게 관심의 표현으로써 꼭 봤으면 하는 영화를 권한 적이 있다. 바쁜 와중에 보셨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로 권하고 싶은 영화는 지난 25일 개봉한 '화려한 휴가'이다.
1980년 5월 대한민국의 광주. 택시운전사인 강민우(김상경), 간호사인 박신애(이요원), 고등학생인 강진우(이준기) 택시회사 사장인 박흥수(안성기) 등으로 대표되는 광주 시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군인들이 그들의 일상에 침입해 무자비한 폭력과 총질로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다.
영화가 말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잘 훈련된 공수특전부대를 지휘하는 군인은 부대원들에게 빨갱이와 폭도를 진압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고, 신부님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살해당하면서 정권을 잡으려던 신군부가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잠자는 강아지를 건드려 짖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시작하기 전 자막을 통해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밝힌다고 해서 영화가 실제와 똑같아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광주가 피바다가 된 직접적인 원인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거나, 실제로 80년 광주에서는 영화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폭력이 자행되었다거나, 영화에 등장하는 '전장군'이 실제 인물이라면 전두환을 말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불필요할지 모른다. 영화니까.
어쨌든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군인들에 맞서서 똑같이 총질을 해대며 싸웠던 이들이 결코 폭도가 아니라는 사실과 그러한 그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영화 내내 보여 진 인물들의 선량한 모습들과 민우가 자신을 폭도라고 일컬으며 투항할 것을 요구하는 군인들을 향해 폭도가 아니라며 끝내 투항하지 않고 죽게 되는 장면과 영화 마지막부분에서 계속 울려 퍼지던 '여러분 우리들을 기억해주세요'라는 신애의 목소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를 권하는 첫 번째 이유는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의 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이다. 즉, 과연 그들이 폭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전두환의 집권을 위한 만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이다. 가령, 당신들이 대통령이라면 이전의 박정희, 전두환처럼 집권과 정권 유지를 위해서 무고한 국민들을 폭도, 빨갱이로 몰지는 않을지 궁금해서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라고 묻고 싶은가? 어떤 세상인가? 여전히 그러한 만행을 자행했던 박정희와 전두환을 기념하기 위한 박물관과 공원이 세워지고 있는 세상 아닌가? 그리고, 그들의 후광을 등에 업은 정당이 여전히 득세하고 있고 독재자의 따님께서 대통령하겠다고 후보로 나서는 세상 아닌가? 그러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과거의 그들이 다시 살아 돌아와 내가 사는 도시를 피바다로 만들지 않을까 두렵지 않겠는가 말이다.
두 번째 이유는 만일 그들이 폭도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래서 그들의 죽음을, 그들의 싸움을 기억해야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그들을 기억하는 도리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이다. 나의 경우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당시 만행을 저질렀던 전두환의 후광을 업고 정치를 하고 있는 이들이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이 되지 못하도록 선거 때 그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들을 기억하는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만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들이 폭도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싸움이 전두환의 집권을 위한 만행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전두환의 집권이 부당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죄 없이 죽어간 이들에게 사죄하는 뜻에서, 그들에 대한 만행을 반성하는 뜻에서, 박정희, 전두환의 후광을 업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국회의원자리를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통령후보로 나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양심과 도덕과 상식을 가진 인간이 취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바쁘실 줄 안다. 혹시라도 시간 나시면, 내가 권해드린 영화들 보시고, 좀 더 시간 나시면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시면 올 연말 대선 때 투표하는 데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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