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택 대표
이 영화가 죽어가는 ‘오월’을 부활시켰다
소설가 손홍규씨의 〈화려한 휴가〉 비판(〈한겨레〉 8월8일치 19면)과 관련해 이 영화 제작자인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의 반박글을 싣는다.
5·18 다룬 최초의 대중영화
수백만 가슴에 진실 메아리 손씨는 〈화려한 휴가〉가 ‘광주’를 후경으로 삼은 멜로드라마로 선과 악의 대립구조와 가족주의, 국가주의로 화석화시킨 ‘판타지’라고 단언하면서 차라리 항쟁 기록 책자를 권하겠다고 혹평했다. 작가로서, 지식인으로서 5·18에 대한 깊은 부채의식과 함께 다양한 해석을 이 영화에 기대했음을 헤아리겠지만 소설이나 논문과 판이한 영화 장르의 특성을 간과했다. 특히 5·18은 아직도 광주라는 지역성에 갇혀있는 데다 아예 역사적 사실 자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수천만 명의 후세들이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화려한 휴가〉는 감히 최초로 5·18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로서 다수 국민의 관람을 겨냥한, 거액이 투자된 상업 대중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소원했던 광주 시민 대다수는 소리 없는 고마움을 전했고 전국의 수백만 관객들은 순정한 눈물을 훔치며 진한 감동을 가슴에 담고 적극적인 입소문을 내고 있다. 다시 ‘5월’과 ‘광주’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손씨 지적대로 〈꽃잎〉 제작 당시는 문민정부 시절이었지만 아직 5·18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엔 어려운 때였다. 따라서 〈꽃잎〉 제작은 용기였고 광주시민과 국민들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시대적 한계 혹은 감독의 연출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면이 아닌 우회적으로 다뤄 결과는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았고 투자자는 큰 손실을 입었으며, 특히 광주는 실망했다. 그 실망은 〈화려한 휴가〉 촬영에도 영향을 끼쳐 광주로부터 지원을 받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으며 영화를 보기 전엔 믿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광주를 후경으로 삼은 멜로드라마’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번 영화제작진은 물론 이미 시간과 돈을 들여서 영화관을 찾은 500만 관객을 모욕하는 것이다. 10일간의 사건을 사실에 입각해서 실감나게 그리면서, 5월을 모르는 10대와 20, 30대 관객층에게 가슴으로 다가가고자 평범한 시민에 초점을 맞추었고 사랑 관계를 설정했다. 손씨의 지적대로 80년 광주는 모두가 가족 아닌 가족이 되어 공공의 적과 싸웠으며 최고의 도덕성과 공동선이 발휘된 세계 유례가 없는 ‘판타지’ 코뮌이었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손씨의 ‘가족주의와 국가주의로 환원해버렸다’는 지적은 역설적으로 맞다.
10대에서 장년층까지 고른 관객 분포와 가족과 단체, 특히 우리의 최근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학생들과 선생님, 주부들의 단체관람은 손씨가 말한 ‘멜로물’ ‘화석화’와는 정반대의 현상을 입증한다. 10대는 재밌고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있었냐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 30대는 재미와 감동에다 5·18을 이제야 좀 알게 되었다고 토로한다. 40, 50, 60대는 이에 덧붙여 오늘의 민주와 자유, 경제적 풍요가 있기까지의 지난 세월을 되새기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꼭 봐야 할 영화라고 부추기고 있다. 5·18을 다룬 다음 영화가 나오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예단했는데 지금 강풀 만화 〈26년〉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도 준비 중이고, 또 다른 시각에서 기획 중인 영화들이 여럿 있음을 알린다. 영화는 순수나 고급예술이 아닌 대중예술이자 자본예술이다. 투자를 받아야 영화화되고, 투자자에게 수익 가능성을 주지 못하면 작품을 만들 수가 없다. 많은 제작비가 들기 때문에 많은 관객이 보게끔 만들어야 한다. 소설 장르와는 다른 제작환경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영화는 역사교과서나 사회교과서가 아니다. 궁극적인 진실 규명이나 역사적 확립의 책임을 대중영화와 예술인에게보다는 정치나 시민운동 영역에 묻는 게 맞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5월 광주를 ‘탈레반 같은 무장난동’으로까지 왜곡하고 전두환씨를 영웅으로 모시면서 영화관람 반대운동까지 펴는 ‘전사모’와 5월 어머니들 및 네티즌들의 격론에 불을 지폈다. 일해공원 반대 운동도 탄력을 받고 있다. 때 아닌 5·18의 기억을 부활시키고 또 다른 여러 5월 예술작품 탄생의 물꼬를 텄다. 이것이 ‘광주를 화석화’시키는 일인지 묻고 싶다.
수백만 가슴에 진실 메아리 손씨는 〈화려한 휴가〉가 ‘광주’를 후경으로 삼은 멜로드라마로 선과 악의 대립구조와 가족주의, 국가주의로 화석화시킨 ‘판타지’라고 단언하면서 차라리 항쟁 기록 책자를 권하겠다고 혹평했다. 작가로서, 지식인으로서 5·18에 대한 깊은 부채의식과 함께 다양한 해석을 이 영화에 기대했음을 헤아리겠지만 소설이나 논문과 판이한 영화 장르의 특성을 간과했다. 특히 5·18은 아직도 광주라는 지역성에 갇혀있는 데다 아예 역사적 사실 자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수천만 명의 후세들이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화려한 휴가〉는 감히 최초로 5·18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로서 다수 국민의 관람을 겨냥한, 거액이 투자된 상업 대중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소원했던 광주 시민 대다수는 소리 없는 고마움을 전했고 전국의 수백만 관객들은 순정한 눈물을 훔치며 진한 감동을 가슴에 담고 적극적인 입소문을 내고 있다. 다시 ‘5월’과 ‘광주’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손씨 지적대로 〈꽃잎〉 제작 당시는 문민정부 시절이었지만 아직 5·18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엔 어려운 때였다. 따라서 〈꽃잎〉 제작은 용기였고 광주시민과 국민들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시대적 한계 혹은 감독의 연출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면이 아닌 우회적으로 다뤄 결과는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았고 투자자는 큰 손실을 입었으며, 특히 광주는 실망했다. 그 실망은 〈화려한 휴가〉 촬영에도 영향을 끼쳐 광주로부터 지원을 받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으며 영화를 보기 전엔 믿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광주를 후경으로 삼은 멜로드라마’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번 영화제작진은 물론 이미 시간과 돈을 들여서 영화관을 찾은 500만 관객을 모욕하는 것이다. 10일간의 사건을 사실에 입각해서 실감나게 그리면서, 5월을 모르는 10대와 20, 30대 관객층에게 가슴으로 다가가고자 평범한 시민에 초점을 맞추었고 사랑 관계를 설정했다. 손씨의 지적대로 80년 광주는 모두가 가족 아닌 가족이 되어 공공의 적과 싸웠으며 최고의 도덕성과 공동선이 발휘된 세계 유례가 없는 ‘판타지’ 코뮌이었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손씨의 ‘가족주의와 국가주의로 환원해버렸다’는 지적은 역설적으로 맞다.
10대에서 장년층까지 고른 관객 분포와 가족과 단체, 특히 우리의 최근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학생들과 선생님, 주부들의 단체관람은 손씨가 말한 ‘멜로물’ ‘화석화’와는 정반대의 현상을 입증한다. 10대는 재밌고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있었냐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 30대는 재미와 감동에다 5·18을 이제야 좀 알게 되었다고 토로한다. 40, 50, 60대는 이에 덧붙여 오늘의 민주와 자유, 경제적 풍요가 있기까지의 지난 세월을 되새기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꼭 봐야 할 영화라고 부추기고 있다. 5·18을 다룬 다음 영화가 나오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예단했는데 지금 강풀 만화 〈26년〉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도 준비 중이고, 또 다른 시각에서 기획 중인 영화들이 여럿 있음을 알린다. 영화는 순수나 고급예술이 아닌 대중예술이자 자본예술이다. 투자를 받아야 영화화되고, 투자자에게 수익 가능성을 주지 못하면 작품을 만들 수가 없다. 많은 제작비가 들기 때문에 많은 관객이 보게끔 만들어야 한다. 소설 장르와는 다른 제작환경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영화는 역사교과서나 사회교과서가 아니다. 궁극적인 진실 규명이나 역사적 확립의 책임을 대중영화와 예술인에게보다는 정치나 시민운동 영역에 묻는 게 맞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5월 광주를 ‘탈레반 같은 무장난동’으로까지 왜곡하고 전두환씨를 영웅으로 모시면서 영화관람 반대운동까지 펴는 ‘전사모’와 5월 어머니들 및 네티즌들의 격론에 불을 지폈다. 일해공원 반대 운동도 탄력을 받고 있다. 때 아닌 5·18의 기억을 부활시키고 또 다른 여러 5월 예술작품 탄생의 물꼬를 텄다. 이것이 ‘광주를 화석화’시키는 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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