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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블로그] 영화 <디-워>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며

등록 2007-08-10 15:12

<디-워>라는 영화가 요즘 한창 인기인가보다. <괴물>의 관객기록을 넘었다는 말도 들었다. 영화의 내용을 들어보기도 전에 영화의 마케팅을 하는 짓거리를 보니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더구나 마지막에 아리랑을 삽입했다는 것 보니, 알만 하군….

어제 저녁 100분 토론에서 진중권의 <디-워>에 대한 평가절하를 두고 격론이 펼쳐지는 모양이다. 나는 토론을 보진 못했지만 대략 "평가할 가치조차 없는, 형편 없는 영화다. 감성적 애국심에 호소한 졸렬한 마케팅이 한심하다" 라는 견해와 "애국심과 문화적 상상력을 결합하였고, 세계적인 수준의 CG 능력을 보여주는 훌륭한 영화다"라는 견해를 중심으로 갑론을박하였던 것으로 추축한다.

돌아가는 형세를 살펴 보니 황우석 사태의 성격이랑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결국 '애국심'이라는 주술적 코드에 또한번 휘말리는 모양이다. 늘 그랬듯 인터넷에 익명의 배설물들이 쏟아진다.

나는 한국의 영화에 대해 '감성적'으로 호의적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한다는 기본적인 전제 말고도 결국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외국영화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정이입의 밀도를 체험할 수 있다. 일례로 며칠전 보았던 <그 해 여름>과 같은 영화에서 마을 이장의 사투리 곳곳에 묻어나는 역사와 정서에 대한 공감은 깐느그랑프리의 할아버지뻘 되는 상을 탔다고 하는 외국영화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호의적이려고 해도 수준이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다. 그런 영화에서 감정이 동하는 체험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수준이 안되는 것을 가지고 억지로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의 대중들에게 남아 있는 맹목적 '애국심'을 자극하는 방법론을 구사하는 정도가 된다면 이는 한국 영화에 대한 대중의 호의를 악용하는 것 밖에 안된다. 치사한 정도로 친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하겠다.

<디 워>에 대한 맹목적 추종은 애국이라는 프레임을 적용시켜본다해도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다. 전략적으로만 봐도 스토리나 구조의 취약함을 뒤덮는 현란한 CG로 포장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영화가 더 먹힌다는 것은 너무 뻔한 사실. 어떤 것이 한국 영화의 경쟁력인가? 게다가 제목은 왜 또 영어인가? 한국이라는 토양적 감수성를 감추고 현란한 기술로 세계 시장을 공격하는 모습이 한국의 국력신장이라는 주술적 개념과 오버랩되어 더욱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이 <디-워>의 마케팅의 방향성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이것이 한국의 영화 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인가?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딱 사기가 되겠다.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서 비판을 가하는 토론자에 대한 맹목적, 인신적 공격은 언제까지 계속될 건지 암울하기 그지 없다. '이미 400만이 본 영화를 볼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400만의 사람들이 다 속은 것이냐'라고 공격한단다. 이쯤 되면 할 말이 없어진다. 400만이 아니라 4억명이 본 영화도 볼 가치가 없는 것일 수 있다.

비판을 할라 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도저히 할말 없게 만들 정도로 철저하게 하는 것이 토론이 가진 장점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 비판을 공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인 정교한 '논리'이지 감정과 폭언이 아니다.

너무 뻔한 얘기를 중얼거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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