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가족 더 무비
심슨 가족 더 무비
엽기발랄 심슨 가족 스크린 나들이
실수로 버린 오물로 마을 괴멸 위기
권력 검 씹듯…티비물 매력이 ‘오롯이’ “텔레비전 시리즈를 왜 돈 내고 영화로 봐? 바보.” 노란 똥배를 드러낸 호머 심슨은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더 무비>가 시작하자마자 관객을 놀려댄다. 이 애니메이션은 품위, 권위 따위는 일단 엎어 치고 보는 장수 텔레비전 시리즈 <심슨 가족>의 유구한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심슨 가족이 18년 동안 갈고 닦은 엽기의 길 위에 처음으로 핀 한 떨기 극장판이다. 심슨 가족은 1987년 <더 트레이시 울맨 쇼>에서 꼭지와 꼭지 사이를 잇는 24초짜리 만화로 등장하더니 쇼보다 주목을 더 받아 버렸다. 2년 뒤 30분짜리로 확대돼 지금의 모습을 갖추자 이 가족에게 애, 어른 가리지 않고 빠졌다. 밉기도 곱기도 한 게 가족인데 텔레비전 속에선 화목하게만 그려지니 물리던 판이었다. 서로를 마구 무시해대는 심슨 가족은 혈연관계를 둘러싼 지겨운 문화적 당의정을 홀라당 벗겨버리며 등장했다. 똑똑한 아들과 자애로운 아버지 대신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아들 바트, 그리고 들 목을 닭 모가지처럼 붙잡고 조르기 일쑤이며 머릿속에는 온통 도넛 생각만 가득 차있는 아빠 호머의 악다구니가 있었다. 애국심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통령과 정부 따위는 껌 씹듯 씹다 붙여뒀다 떼서 또 씹었다. 환경 문제, 스타 숭배 등 시사 문제도 맘대로 끌어들여 비틀었다. 촌스럽고, 지저분하고, 냉소적인 것들의 대명사인 심슨은 역설적이게도 보수적인 폭스 채널의 간판으로 우뚝 서 최고의 장수 프로그램이 됐다. 400회를 이어오며 최근 엽기 유머의 강도가 약해졌다는 눈총을 사기도 했는데 극장판은 심슨 가족의 도발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만화가 매트 그로닝, 프로듀서 제임스 브룩스 등 원작 멤버들이 모여 심슨네가 벌인 실수의 파괴력을 스크린에 맞게 키웠다. 아빠 심슨이 애완 돼지 똥을 마을 호수에 버린 게 스프링필드란 지역 전체를 괴멸 상태로 몰고 갈 줄 누가 알았겠나.
모든 걸 우스갯거리로 삼는 제작진의 배짱은 두둑해서 우선 극장판이 별거겠느냐는 식이다. 화면 아래로 방송처럼 자막도 흐른다. “<심슨>은 폭스 채널에서 방송됩니다. 우리는 영화 중에도 광고를 하죠.” 중간에 뚝 끊기며 “다음에 계속”이라고 장난 걸다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영화 <타이타닉> <스파이더맨>부터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만든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까지 마구 끌어들여 뒤튼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대통령으로 나오는 데 안쓰러울 지경이다. 스프링필드가 공해의 온상이 되자 보좌관이 여러 정책을 제안하는데 “터미네이터가 책 읽는 거 봤어”라며 그냥 아무 거나 막 고른다. 결국 미국 정부는 스프링필드를 거대한 유리 돔에 가두고 지도에서도 지워버린다. 폭동이 일어나자 이번엔 아예 폭탄으로 마을 전체를 날려버리려 한다. 그것도 슈워제네거가 그냥 찍은 정책 가운데 하나다. 불행의 원흉인 심슨네는 스프링필드 주민들의 분노를 피해 운 좋게 탈출에 성공한다.
심슨 가족이 보수적인 채널에서 오래 살아남고 여러 세대의 보편적인 지지를 얻는 까닭은 이들이 엽기적이지만 가족의 근간을 부수지 않는 선에서 영리하게 멈추기 때문이다. 권력이야 마음대로 씹어 대중에게 속 시원한 쾌감을 주지만 이 바보 같은 가족이 기본적으로 서로 사랑하는, 소중한 공동체라는 전제를 훼손하지 않는다. 심슨 가족은 대책 없지만 선량하며, 아이들을 성적으로만 평가하지 말라는 식의 교훈도 아주 약간씩 양념으로 쳐왔다. 이런 ‘선 지키기’는 영화에서도 그대로다. 미국 문화에 바탕을 두고 우스개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므로 언어와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관객들이 100% 즐기긴 어려울지 모르지만 웃는 덴 크게 지장 없다. 23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20세기폭스 제공
실수로 버린 오물로 마을 괴멸 위기
권력 검 씹듯…티비물 매력이 ‘오롯이’ “텔레비전 시리즈를 왜 돈 내고 영화로 봐? 바보.” 노란 똥배를 드러낸 호머 심슨은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더 무비>가 시작하자마자 관객을 놀려댄다. 이 애니메이션은 품위, 권위 따위는 일단 엎어 치고 보는 장수 텔레비전 시리즈 <심슨 가족>의 유구한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심슨 가족이 18년 동안 갈고 닦은 엽기의 길 위에 처음으로 핀 한 떨기 극장판이다. 심슨 가족은 1987년 <더 트레이시 울맨 쇼>에서 꼭지와 꼭지 사이를 잇는 24초짜리 만화로 등장하더니 쇼보다 주목을 더 받아 버렸다. 2년 뒤 30분짜리로 확대돼 지금의 모습을 갖추자 이 가족에게 애, 어른 가리지 않고 빠졌다. 밉기도 곱기도 한 게 가족인데 텔레비전 속에선 화목하게만 그려지니 물리던 판이었다. 서로를 마구 무시해대는 심슨 가족은 혈연관계를 둘러싼 지겨운 문화적 당의정을 홀라당 벗겨버리며 등장했다. 똑똑한 아들과 자애로운 아버지 대신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아들 바트, 그리고 들 목을 닭 모가지처럼 붙잡고 조르기 일쑤이며 머릿속에는 온통 도넛 생각만 가득 차있는 아빠 호머의 악다구니가 있었다. 애국심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통령과 정부 따위는 껌 씹듯 씹다 붙여뒀다 떼서 또 씹었다. 환경 문제, 스타 숭배 등 시사 문제도 맘대로 끌어들여 비틀었다. 촌스럽고, 지저분하고, 냉소적인 것들의 대명사인 심슨은 역설적이게도 보수적인 폭스 채널의 간판으로 우뚝 서 최고의 장수 프로그램이 됐다. 400회를 이어오며 최근 엽기 유머의 강도가 약해졌다는 눈총을 사기도 했는데 극장판은 심슨 가족의 도발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만화가 매트 그로닝, 프로듀서 제임스 브룩스 등 원작 멤버들이 모여 심슨네가 벌인 실수의 파괴력을 스크린에 맞게 키웠다. 아빠 심슨이 애완 돼지 똥을 마을 호수에 버린 게 스프링필드란 지역 전체를 괴멸 상태로 몰고 갈 줄 누가 알았겠나.
심슨 가족 더 무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