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어도 해피엔딩> 메인 포스터
'죽어도 해피엔딩'(감독 강경훈, 제작 싸이더스FNHㆍ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은 99년 국내에서도 개봉된 프랑스의 코믹잔혹극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원제 Specil Lover)를 리메이크한 영화. 더불어 싸이더스FNH가 지난해 '고작' 순제작비 9억 원, 총제작비 27억 원을 들여 전국 관객 230만 명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린 '달콤, 살벌한 연인'을 벤치마킹한 영화이기도 하다.
순제작비 17억, 총제작비는 '달콤…'과 비슷한 29억 원을 들인 이 영화는 극 중에서 '달콤, 살벌한 연인'의 한 장면을 그대로 넣기도 해 이 같은 의도를 분명히 밝힌다.
영화를 본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의 기본 얼개는 그대로 따왔고 이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했다. '형사에겐…'에서는 여류 추리소설가가 생일에 찾아온 네 명의 남자친구를 어이없이 죽이게 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여기에 2인조 도둑, 경찰, 난리법석을 피는 여동생까지 가세해 한바탕 소동극이 펼쳐진다.
'죽어도 해피엔딩'의 주인공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정도의 연기파 스타 배우. 하필이면 올해 전도연이 진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는 바람에 이 같은 설정도 웃음을 준다. 예지원이 영화 속에서도 배우 예지원으로 등장한다.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예지원를 사랑한다는 네 명의 남자가 찾아오고 도둑과 2인조 경찰, 방송사 '몰래카메라'팀을 끌고온 동생이 등장한다. 원작에 없는 인물은 예지원의 매니저(임원희)로 영화 속 예지원을 끝까지 돕는다.
영화는 예지원을 떼어 놓고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보는 이에게 기분 좋은 당혹감을 주며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이 독특한 여배우는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다소 과장된, 그러나 귀여운 몸짓으로 관객을 무장해제시켜 버린다.
예지원을 추앙하는 네 명의 남자, 두 명의 경찰, 나이 든 두 명의 조직폭력배 등 남자 캐릭터는 과장돼 있으면서 전형적이다. 이 점이 관객에 따라 다소 지루하게 볼 수도, 아니면 맘놓고 웃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원작의 중요한 설정인 네 남자의 황당한 죽음과 시체를 숨기느라 되레 갖고 노는 듯한 낯선 분위기, 한국 코미디영화가 웬일인지 죽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화장실유머(그 강도가 어느 영화보다 세다)는 뭔가 찝찝해하는 관객의 이성을 마비시키며 그저 정신없이 웃음을 강요한다.
그래서 웃음 뒤의 허탈함은 고스란히 관객 몫으로 남는다. 아귀를 맞추기에 공들인 이야기는 투박하다. 당시 한국 영화로는 낯선 형식과 기괴한 웃음, 촘촘한 짜임새를 자랑했던 '시실리 2㎞'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뽑힐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높은 인기도 누리고 있는 예지원.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매니저(임원화)와 함께 있던 그의 집에 느닷없이 네 명의 남자가 들이닥친다.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하기 위해 혈안인 유 교수(정경호), 가진 건 돈과 주먹인 최 사장(조희봉), 느끼하기 이를 데 없으나 유창한 영어로 여자를 녹이는 데니스(리처드 김), 그리고 어느 결에 예지원을 좋아하게 됐다는 다소 어벙한 박 감독(박노식). 바깥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둑이 들어 이를 잡겠다고 진을 치고 있는 두 명의 경찰(장현성, 백도빈)과 최 사장을 기다리는 나이 든 부하 두 명(윤주상, 김병춘)이 있다. 반지를 들고 구애하는 이들의 방문을 당혹스러워하던 차에 데니스가 주방에서 미끄러지며 팬이 보내온 동태에 가슴이 찔려 죽고 만다. 냉장고에 이를 숨긴 예지원. 이 사실을 알게 된 매니저 역시 우선 시체를 숨기는 데 동의한다. 나머지 세 사람 앞에서 예지원의 필사적인 연기가 이어진다. 유 교수 역시 엉겁결에 화장실 변기에 빠져 실신하고 눈을 뜨려는 순간 변기 안에 빠진 헤어드라이어로 인해 감전사한다. 박 감독은 실연의 아픔에 약을 먹고 자살하고, 겁먹은 최 사장은 불러도 대답이 없는 부하들 때문에 탈출도 하지 못한 채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다. 이제 무려 네 명으로 늘어난 시체를 숨겨야 하는 두 사람. 뭔가 냄새를 맡은 경찰과 갑자기 들이닥친 여동생 일당, 느긋하게 도둑질을 즐기는 산타 도둑의 눈길을 피하는 과정이 요란법석하다. 러닝타임도 94분으로 마무리짓는 등 여러모로 '규모의 경제'를 목표로 한 이 영화의 성공 여부가 궁금해진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뽑힐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높은 인기도 누리고 있는 예지원.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매니저(임원화)와 함께 있던 그의 집에 느닷없이 네 명의 남자가 들이닥친다.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하기 위해 혈안인 유 교수(정경호), 가진 건 돈과 주먹인 최 사장(조희봉), 느끼하기 이를 데 없으나 유창한 영어로 여자를 녹이는 데니스(리처드 김), 그리고 어느 결에 예지원을 좋아하게 됐다는 다소 어벙한 박 감독(박노식). 바깥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둑이 들어 이를 잡겠다고 진을 치고 있는 두 명의 경찰(장현성, 백도빈)과 최 사장을 기다리는 나이 든 부하 두 명(윤주상, 김병춘)이 있다. 반지를 들고 구애하는 이들의 방문을 당혹스러워하던 차에 데니스가 주방에서 미끄러지며 팬이 보내온 동태에 가슴이 찔려 죽고 만다. 냉장고에 이를 숨긴 예지원. 이 사실을 알게 된 매니저 역시 우선 시체를 숨기는 데 동의한다. 나머지 세 사람 앞에서 예지원의 필사적인 연기가 이어진다. 유 교수 역시 엉겁결에 화장실 변기에 빠져 실신하고 눈을 뜨려는 순간 변기 안에 빠진 헤어드라이어로 인해 감전사한다. 박 감독은 실연의 아픔에 약을 먹고 자살하고, 겁먹은 최 사장은 불러도 대답이 없는 부하들 때문에 탈출도 하지 못한 채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다. 이제 무려 네 명으로 늘어난 시체를 숨겨야 하는 두 사람. 뭔가 냄새를 맡은 경찰과 갑자기 들이닥친 여동생 일당, 느긋하게 도둑질을 즐기는 산타 도둑의 눈길을 피하는 과정이 요란법석하다. 러닝타임도 94분으로 마무리짓는 등 여러모로 '규모의 경제'를 목표로 한 이 영화의 성공 여부가 궁금해진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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