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길모어
선댄스 집행위원장 길모어-이창재 감독 ‘독립영화’ 대담
독립영화의 최대 축제 미국 선댄스영화제의 집행위원장 제프리 길모어(56)가 한국을 찾았다. 선댄스 영화제는 최근 미국 독립영화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국제 독립영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제4회 교육방송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 심사위원장을 맡아 방한한 제프리 길모어와 이 대회 심사위원이자 독립다큐멘터리 ‘사이에서’의 이창재(40) 감독이 지난 29일 중앙대학교에서 만나 한국과 미국의 독립영화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 독립영화 한해 2500편
한국도 선댄스 도전해볼만”
“한국 독립영화 중요한 분기점에
유럽이나 제3세계 진출 노려야” 제프리 길모어(아래 길모어)=선댄스 영화제 출품작으로 볼 때 50만달러 미만의 저예산 영화가 50%를 차지할 만큼 저예산은 미국에서도 독립영화의 주된 정체성이다. 다만 시장이 넓고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에서는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매년 2500편의 독립영화가 쏟아지고 이 중 500편 정도가 극장에서 상영된다. 1주일에 25편의 개봉영화를 새로 접하는 미국 관객에게 독립영화 이름자만 알려도 대단한 일이다.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코언 형제, 쿠엔틴 타란티노, 로버트 로드리게스 같은 스타 감독들이나 북미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미스 리틀 선샤인〉은 극히 예외라 하겠다. 이창재(아래 이)=제작비는 비슷하지만, 한국은 1년에 30~40편의 독립영화가 나오고 그중 10편이 극장에 걸린다. 그런데 편수보다도 공공기관이나 영화제의 지원을 받지 않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독립영화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시장에 가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상당수가 생존력과 재활용 비율이 높은 데 견줘 한국은 독립영화를 상업영화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 여기는 감독들이 대다수이면서도 경쟁력은 취약한 형편이다. 독립영화에서 실험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상업영화의 콘텐츠가 성숙할 것이다. 길모어=미국 독립영화는 경향을 말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매년 요동친다. 디지털 기술의 진보와 독립영화 배급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활성화 등이 이런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교육방송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처럼 방송과 극장 동시 상영도 국제 독립영화의 한 이슈라고 본다. 방송이 독립영화의 플랫폼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건 어디서나 어렵기 때문에 방송이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다큐멘터리는 독립영화 가운데 가장 변방에 있는 장르다. 그런데 최근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비상〉 〈우리학교〉가 차례대로 관객기록을 경신하며, 주제면에서도 의미있는 변화들이 나오고 있다. 선언적 언어와 진지함의 전통을 벗어나 다양화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는 생각이다. 나아가서 지난해 한해는 독립영화의 변화도 컸다. 이송희일 감독처럼 스타 감독도 나오고, 액션, 스포츠 다큐멘터리처럼 장르 속에서 생존을 추구하는 경향도 강했다.
길모어=한국 독립영화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선댄스 영화제도 3년 전부터야 국제영화 부문을 도입하고 4분의 1을 국제작품에 할애했다. 북미 박스 오피스에 드는 외국 영화가 한해 2%도 안 되는 현실을 보면 선댄스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다고 해도 외국 영화가 인지도나 배급망을 얻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낮은 수익률을 뛰어넘을 기회는 많으니 일단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도전해보라고 부추길 만은 하다. 이=미국은 자막영화를 찾기 어려운 나라다. 미국의 주류 관객들이 다른 문화에는 문맹이거나, 메이저 영화만으로도 배부르기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완전히 미국화된 영화가 아니라면 자국의 영화만으로도 과잉 포화시장인 미국을 공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없는 시장을 짝사랑하고 두드리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미국 진출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맡기고, 독립영화는 유럽이나 제3세계를 바라보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행·정리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국도 선댄스 도전해볼만”
“한국 독립영화 중요한 분기점에
유럽이나 제3세계 진출 노려야” 제프리 길모어(아래 길모어)=선댄스 영화제 출품작으로 볼 때 50만달러 미만의 저예산 영화가 50%를 차지할 만큼 저예산은 미국에서도 독립영화의 주된 정체성이다. 다만 시장이 넓고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에서는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매년 2500편의 독립영화가 쏟아지고 이 중 500편 정도가 극장에서 상영된다. 1주일에 25편의 개봉영화를 새로 접하는 미국 관객에게 독립영화 이름자만 알려도 대단한 일이다.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코언 형제, 쿠엔틴 타란티노, 로버트 로드리게스 같은 스타 감독들이나 북미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미스 리틀 선샤인〉은 극히 예외라 하겠다. 이창재(아래 이)=제작비는 비슷하지만, 한국은 1년에 30~40편의 독립영화가 나오고 그중 10편이 극장에 걸린다. 그런데 편수보다도 공공기관이나 영화제의 지원을 받지 않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독립영화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시장에 가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상당수가 생존력과 재활용 비율이 높은 데 견줘 한국은 독립영화를 상업영화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 여기는 감독들이 대다수이면서도 경쟁력은 취약한 형편이다. 독립영화에서 실험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상업영화의 콘텐츠가 성숙할 것이다. 길모어=미국 독립영화는 경향을 말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매년 요동친다. 디지털 기술의 진보와 독립영화 배급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활성화 등이 이런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교육방송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처럼 방송과 극장 동시 상영도 국제 독립영화의 한 이슈라고 본다. 방송이 독립영화의 플랫폼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건 어디서나 어렵기 때문에 방송이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창재
길모어=한국 독립영화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선댄스 영화제도 3년 전부터야 국제영화 부문을 도입하고 4분의 1을 국제작품에 할애했다. 북미 박스 오피스에 드는 외국 영화가 한해 2%도 안 되는 현실을 보면 선댄스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다고 해도 외국 영화가 인지도나 배급망을 얻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낮은 수익률을 뛰어넘을 기회는 많으니 일단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도전해보라고 부추길 만은 하다. 이=미국은 자막영화를 찾기 어려운 나라다. 미국의 주류 관객들이 다른 문화에는 문맹이거나, 메이저 영화만으로도 배부르기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완전히 미국화된 영화가 아니라면 자국의 영화만으로도 과잉 포화시장인 미국을 공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없는 시장을 짝사랑하고 두드리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미국 진출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맡기고, 독립영화는 유럽이나 제3세계를 바라보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행·정리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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