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철딱서니 없는 내게 반했지?

등록 2007-09-02 21:05수정 2007-09-02 21:14

애덤 샌들러
애덤 샌들러
‘아이 같은 어른’ 애덤 샌들러의 매력
〈해피 길모어〉(1996년)에서 하키채를 막무가내로 휘두르며 골프를 치던 악동이 흥행 보증수표가 되리라 예상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2000년대 미국 코미디 영화계를 짐 캐리와 함께 대표하는 거물이 된 애덤 샌들러(41)의 새 영화 〈척 앤 래리〉와 〈레인 오버 미〉 두 편이 6일 한꺼번에 국내에서 개봉한다.

짧은 머리에 헐렁한 티셔츠, 덩치만 크고 철딱서니 없어 보이는 그는 출연작 20편 가운데 8편이 수익 1억달러를 넘겼다. 잭 블랙, 벤 스틸러처럼 외모부터 변방의 에너지를 뿜어내지도 않고, 짐 캐리처럼 말이 필요 없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치며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지도 않는다. 이들에 비해 다소 밋밋해 보이는 그는 비주류이지만 여전히 중산층의 테두리 안에 남아 있을 듯한 이미지, 기괴한 괴짜라기보다 철이 안 든 청소년 같은 모습으로 미국인을 사로잡았다. 이런 평범함은 그의 힘이지만 사실 그의 재능은 비범하다. 배우, 작곡가, 각본가, 프로듀서 영역을 넘나들며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평범한 외모·얼뜨기 연기로 사랑받는
편당 출연료 2천만달러 흥행 배우
영화 프로듀서·작곡·가수 ‘팔방미인’

애덤 샌들러
애덤 샌들러
그는 특히 2002년부터 매년 한편씩 흥행 수익 1억달러를 넘긴 작품 수를 늘려가며 짐 캐리의 9편을 바짝 뒤쫓았다. 출연료도 할리우드 최고 수준인 편당 2천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인기작 〈해피 길모어〉 〈리틀 니키〉 〈백만장자 빌리〉 등에선 직접 각본을 썼고, 제작사 ‘해피 매디슨’을 세워 자기 출연작 대다수를 프로듀싱하고 있다.

국내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수로서도 만만찮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음반은 모두 4장을 냈는데 모두 합쳐 600만장 넘게 팔렸다. 록, 레게, 80년대 느낌의 팝까지 두루 맛을 내는 가락에 우스운 노랫말을 얹었다. 〈웨딩 싱어〉 마지막 장면에서 드루 배리모어에게 다가가며 들려주는 말랑말랑한 팝 ‘그로 올드 위드 유’도 그가 쓴 곡이다. 17살 때부터 클럽 무대에서 코미디를 펼친 뒤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를 거쳐 인기를 끌어모은 그에겐 얄밉도록 침체기도 없다.

철딱서니 없지만 속은 순수한 아이 같은 어른.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담은 작품으로는 〈해피 길모어〉와 〈빅 대디〉를 꼽을 수 있다. 괴력으로 하키채를 휘두르다가 얼떨결에 골프선수가 되는 길모어는 정신 연령이 중학생 수준이다. 그가 그리는 천국은 속옷 바람의 늘씬한 여자와 맥주, 그리고 자기를 키워준 할머니로 구성돼 있다. 〈빅 대디〉에서 그는 30살이 넘도록 책임감 없이 빈둥거리다가 여자친구한테 잘 보이려고 꼬마를 입양한다. 아침운동 하는 사람들한테 짓궂은 장난을 치는 그는 꼬마와 같은 수준의 친구다. 이런 이미지를 중심으로 그는 괴짜부터 진지한 주인공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악마성이 부족한 악마로 황당한 개그(〈리틀 니키〉)를 펼치는가 하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달콤한 남자(〈첫 키스만 50번째〉)가 됐고, 소심한 주인공의 외로움(〈펀치 드렁크 러브〉)을 진지하게 보여줬다.


그는 영화 속에서 가족애, 우정 등 전통적 가치들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항상 철이 든다. 그의 출연작 대다수가 예술적 완성도를 갖추지 않은 단순한 코미디물에 그치다 보니 평론가들은 그의 얼뜨기 연기에 큰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반면에 살짝 모자라 보이면서도 자신들과 닮은 구석이 있고, 비주류이면서도 안전한 가치 안에 머무르는 그의 이미지를 미국 중산층은 즐겁게 소비했다. 하지만 그의 유머는 언어와 상황을 중심에 둔 것이기에 미국 밖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데는 분명 한계도 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6일 동시개봉하는 애덤 샌들러 영화 두 편

익숙한 샌들러 원하면 ‘척 앤 래리’
낯선 샌들러 보려면 ‘레인 오버 미’

낯선 샌들러 보려면 ‘레인 오버 미’
낯선 샌들러 보려면 ‘레인 오버 미’
웃기고 익숙한 샌들러냐, 진지하고 낯선 샌들러냐. 6일 개봉하는 영화 두 편은 거의 반대 쪽에 선 애덤 샌들러의 모습을 담았다.

〈레인 오버 미〉는 9·11 테러로 가족을 잃고 정신장애를 갖게 된 남자 찰리 파인만(애덤 샌들러)이 힘겹게 삶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치과의사 앨런 존슨(돈 치들)은 연락이 끊겼던 대학교 동창 파인만을 길에서 우연히 만난다. 음악 듣고 전자 오락만 하는 파인만은 세상뿐 아니라 아픈 기억과도 담을 쌓고 있다.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단서도 파인만은 발작하듯 피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자신을 잃어버릴 듯 두려움을 안고 사는 존슨은 파인만이 치료를 받도록 도우며 자신의 문제도 직시하게 된다. 애덤 샌들러는 눈 아래 피로와 고통의 기운이 짙게 밴 채 발음을 뭉개며 말한다.

가족과 행복했던 시간을 털어놓을 때 카메라 앵글은 5분이 넘도록 그의 얼굴에 고정돼 있지만 그는 뜨거운 눈물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가족애와 상처받은 사람들의 연대, 희망의 소중함이란 고전적인 주제를 깔끔한 연출에 담았다.

익숙한 샌들러 원하면 ‘척 앤 래리’
익숙한 샌들러 원하면 ‘척 앤 래리’
〈척 앤 래리〉는 전형적인 애덤 샌들러표 코미디다. 소방관 척(애덤 샌들러)은 껌을 질겅질겅 씹고 귀신 흉내를 내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쉴새 없이 떠들어댄다. “볼펜에 치마만 입혀도 달려들 만한” 바람둥이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 소방관 래리(케빈 제임스)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착실한 아빠인데 나중에 아이들에게 줄 보험금을 남기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 처지다. 믿을 만한 사람은 척밖에 없는 래리는 척에게 가짜 동성애인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래리가 생명을 구해준 적이 있는 터라 거절할 수 없게 된 척은 래리와 가짜 결혼식을 올린다. 이게 걸리면 사기죄로 감옥에 갈 판이니 뜨거운 사이를 보여주는 연기는 날이 갈수록 강도가 심해져야 한다. 기괴한 상황과 괴짜 조연들이 웃음을 계속 자아낸다. 결국 동성애 인권을 존중하라고 부르짖으며 올바른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동성애 파티 등을 괴상망측하게 그리며 관객을 웃긴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유머 전략은 동성애를 웃음거리로 삼는 세상의 시선과 다를 바가 별로 없어보인다.

김소민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