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영부영 미국에 와서 살기 시작한지가 거진 10년 막강한 한인파워를 자랑하는 남 가주가 아닌 북 가주의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는 터라 거진 모든 개봉영화를 동네 극장에서 봄에도 정식 멀티플렉스에서 한국 영화를 본 것은 몇 년 전 태극기 휘날리고, 그리고 작년 태풍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미국에서 제일 많이 수입을 올렸다고 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이곳에는 먼 거리에 있는 조그마한 예술 극장에서 하는 바람에 그냥 지나갔고 태극기와 태풍은 이 동네 대략 20여 개의 멀티플렉스 극장 중에서 단 2군데에서의 제한 상영이었기에 개봉 주에 보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대략 10여명의 관객과 함께 본 쓸쓸한 영화였다. 외국영화에 지극히 관심이 없는 미국인들 탓에 지난 10년간 극장에서 대량 개봉된 영화는 와호장룡 이후로 띄엄띄엄 개봉되는 범 중국계 영화 그래 봐야 황후화와 쿵후허슬이 그나마 대량개봉에 성공했고 포켓몬등 애니메이션 계열의 일본 영화들이 전부이고, 그나마 애니메이션을 빼면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와호장룡 단 하나임에 불과한 상황이다. 8월 한국에서 개봉한 D-War는 그 동안 한국에서 수많은 뉴스를 양산해 가며 결국 한국 흥행에서는 성공하였으니 이젠 미국에서 통할지 말지를 봐야 된다는 가락으로 정리 되는 것 같았는데 지난 한 달 반 경 미국 영화계에서는 D-War의 이야기는 거의 회자 되고 있지 않아서 정말 미국에서 대량 개봉에 성공할 것인가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보통 미국에서 메이저들이 배급하는 영화들은 심하면 1년 전 적어도 1-2달 전에는 극장 예고편 광고 등으로 시중 광고를 진행하는 편이라서 조용한 D-War는 또한 6년 전 용가리도 미국에서 대량 개봉 한다고 하면서 용두사미로 전락해본 결과가 있었기에 정말 대량 개봉될 건가가 막판의 관심이었다. 게다가 미국 내 배급사 프리스타일이 메이저가 아닌 일종의 독립 배급사란점에서도 심히 걱정이 되었다. 심감독님의 주장이 또 6년 전처럼 미국 쪽 배급사의 사기로 인해 허언이 돼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이렇게 소리소문 없던 D-War의 TV광고를 본 게 지난주였고 개봉일인 금주 들어서는 신문광고도 나고 해서 정말 대량 개봉하나 보다란 심정이 들기 시작하고 금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신문에는 자랑스럽게 D-War의 광고와 실리콘밸리의 거의 모든 멀티플렉스에 D-War의 개봉이 현실화 되었을 때의 기쁨은 영화의 완성도를 차지하고 드디어 심감독이 해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식 개봉 숫자는 2200개 이상으로 조디 포스터의 영화에 이어 9/14일자 개봉 영화 중 두 번째로 많은 스크린을 점유하고 산뜻한 시작을 한 것이다.

지겨운 기다림의 업무가 끝나고 혼자 보러 가면 안될 것 같아서 지인들을 모아 열명 정도의 조그마한 D-War서포터 그룹을 만들어 극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반 이였다. 미국은 극장수가 많기 때문에 첫 주 매진이 되는 영화들은 대개 1억불 고지에 아주 쉽게 도달하기에 매진을 소원하였지만, 매진은 되지 않았고 객석에 들어갔을 때 극장의 반 정도를 관객들이 채우고 있었다. 가족관객들 보다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남성 관객 위주의 구성이었다. 마케팅이 적극적으로 안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괴수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남자들의 구성으로 보였다. 재미 있는 것 동양인 보다 외국인의 비율이 월등히 많았다. B급 영화 취급이 아닌 정식 메이저 영화의 분위기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고편이 끝나고 영화가 시작 되었다. 물론 괴수 영화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킹콩보다는 구성에서 많이 떨어진 감이 있었지만 객석에서는 황당한 장면이면 황당한 웃음이 간간이 나오는 개그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화는 일반적인 미국 영화라기 보다는 내용 없이 즐겁게 웃으면서 보는 패러디 코미디 영화의 성격으로 흘러가다, 마지막 LA의 시가전 그리고 한국영화 중천을 연상하는 선계 장면에서는 3G의 화려함으로 긴장을 느끼게 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아리랑의 엔딩이 시작되면서 객석에서는 흘러 나왔다. 앞으로 대중성으로 정말 1억불 영화가 될지 아닐지 몰라도 미국에도 이러한 영화 류의 관객층 들에게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한국인으로서는 잠시 미국에 있다는 점을 잊고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순간 이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미국인들 두 명을 붙잡고 즉석 인터뷰를 했다, 20대 초반의 한 남자 대학생에게 먼저 영화의 소감을 물어보았다. 황당하지만 굉장하다고 한마디로 대답한다. 즐거웠다고 한다. 같은 나이 또래의 또 한 남자에게 소감을 물어보았다. 이 사람은 자기가 자칭 괴수 영화 매니아라고 했다 그래서 킹콩이나, 고질라, 일본 고질라 시리즈 등 다른 괴수영화 시리즈에 비해서 어떠냐고 물었다. 괴수영화와 SF의 짬뽕을 본 것 같아서 간만에 즐거웠단다. 한 영화 10편을 본 것 같다고 한다. 사실 본인의 눈에도 반지의 제왕/매트릭스/스타워즈/고질라/킹콩 등등 여러 영화의 미장신들이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어서 동감 한다고 하였다. 시간상 두 명에게만 물어보았지만 평은 나쁘지 않았다. 미국에서 D-War는 블록버스터 급의 영화로 치부 되지는 않는 수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Entertainment Weekly란 잡지에도 아직까지 소개 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게다가 한국에서 3000만 불은 큰 돈이지만 미국에서의 3000만 불은 B급 영화로서는 좀 큰 돈이지만 메이저 영화보다는 훨씬 작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이다. 뭐 이정도 돈으로 미국에 대량 개봉할 정도의 수준이면 영화의 작품성을 차지 하고 라도 그간 심감독을 둘러싼 이야기들에 대해 모든 명예회복은 물론 대 괴수 용가리 이후 한국 괴수영화의 큰 족적을 쌓은 역사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2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누빈 최초의 영화인 것이다. 어제 발표된 미국의 주요 일간지 하나에서 회자된 D-War에 대한 Comment도 마찬가지였다. 심형래의 영화는 작품성이 아닌 한국 전자업체나 자동차의 저비용 고효율로 미국 영화사업을 개척하려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모델이 아니냐고?

영화가 끝나고 D-War가 미국에서 대략 정식 개봉된 첫 영화임에 자축하며 조그마한 서포트를 벌였다. 주위의 한국 사람들은 미소를 지웠고 한글은 모르는 미국 사람들은 D-War란 영어 글자만 보고 지나갔다. 1억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성공해서 부디 D-War가 미국 흥행에서 한국영화의 신기원을 이루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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