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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나이 드니 ‘착한 코미디’에 끌리네요

등록 2007-09-19 19:04

김상진 감독
김상진 감독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김상진 감독
<주유소 습격사건>(관객 270만명), <신라의 달밤>(440만명), <귀신이 산다>(290만명), <광복절 특사>(310만명)….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한 김상진 감독은 12년 동안 거의 코미디만 파왔다. 찍는 영화마다 관객을 300만명 가까이 동원해 한국 코미디 영화의 대표 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처지를 뒤바꾸고 기득권을 우스갯거리로 삼으며 한바탕 난장을 펴는 김상진표 코미디엔 통쾌함이 있었다. 그가 3년 동안 뜸을 들인 끝에 나문희를 주인공 삼은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을 내놓았다.

김상진의 코미디엔 그의 낙관이 선명하다. “상황역전극을 좋아해요. 아이러니가 코미디의 시작이죠. 캐릭터를 단순화시켜요. <광복절특사>에서 경순(송윤아)은 노래 ‘분홍립스틱’만 불러주면 뿅 가잖아요. 그리고 반복을 해요. <권순분…>에도 있어요. 미애가 납치범 인상착의를 경찰에게 묘사하면서 ‘맑고 잘생겼다’고 하는데 뒤에 이걸 그림으로 한번 더 반복하죠. 코미디는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힘 있는 웃음이 터지기 어려워요.”

12년간 코미디 영화 ‘한우물’
“이번 작품은 아이들과 함께보세요
‘주유소 습격사건 2’ 만들겁니다”

그는 숨은 그림처럼 자기 작품에 등장한다. “처음엔 단역 캐스팅 하기가 어려워서 제가 한 거예요. 이젠 아는 사람들이 절 스크린 속에서 찾으니까 서비스 차원에서 나와요.” <권순분…>에서도 나오는데 힌트를 주자면 극 초반 유해진과 함께다.

<권순분…>에서도 인물의 처지는 극적으로 뒤바뀐다. 납치당한 국밥집 할머니 권순분(나문희)이 “짐승의 아이큐를 가진” 어리바리 납치범 3명을 조정해 못된 자식들한테 자신의 몸값을 뜯어낸다. 그런데 이번엔 ‘전복의 기운’이 떨어져 좀 심심한 구석이 있다. 질서라면 엎어치기해서 한동안 무정부주의자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던 그다. “<주유소 습격사건>이 특히 그랬죠. 주유소 폭파만 안 하고 할 짓 안 할 짓 다했으니까. 저도 이제 기성세대가 된 건지도 몰라요. 아이들도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거든요.” 그래도 뒷북만 치는 경찰, 소란만 피우는 언론은 여전히 비아냥 거리다. “코미디에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안 들어가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힘 있는 사람들을 슬쩍 비꼬아야죠. 이번엔 아이들을 위해 무조건 헌신하는 교육 방식에 대한 비판도 좀 담으려 했는데 잘 안 살았나요?”


사람을 떼로 모아 거하게 한판 놀지도 않는다. “너무 자기복제해서 먹고 산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겨워서 다른 코드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주유소…>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가 3부작이라면 <귀신이 산다>와 <권순분…>은 착한 시리즈가 되겠죠.(웃음)”

일본 소설 <대유괴>에서 상황을 따온 <권순분…>은 대표 어머니 캐릭터 나문희가 끌고가는 영화다. “어떤 때는 둔하고 어떤 때는 당차 보이잖아요. 한국 어머니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나문희 선생님이었어요.” <권순분…>에서 가장 큰 웃음을 자아내는 건 2m40㎝ 거인 여인 선녀(박준면)다. 레이스로 뜬 모자를 쓰고 머리를 양갈래로 딴 채 납치범들한테 양푼 한가득 밥을 다 먹게 하는 ‘고문’을 가한다. “모험물의 느낌을 넣으려 했어요. 복합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인디애나 존스>를 보면 꼭 이상한 사람들 등장하잖아요.” 코미디로 웃음을 촘촘하게 던지더니 되레 막판 기차 대추격전에선 드라마의 속도가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거기부터는 드라마의 힘보단 기차덩어리 힘으로 끌어가려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기차가 정말 감독 성질 나빠지게 해요. 말귀도 못 알아 듣고 유턴도 안 되고…. <미션 임파서블>에 익숙한 관객한테는 당연히 기술적 한계가 보일 거예요. 그래도 찍어 버릇해야 기술력이 생기잖아요.”

거의 매년 한편씩 내던 리듬을 늦추며 그는 시네마서비스의 투자책임자로도 일했다. “게으른 감독은 투자자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일이 너무 많아요. 이야기는 후지지만 상업적인 특징을 갖췄는지, 이야기 거리는 좋은데 표현이 잘못됐는지 대쪽처럼 잘라서 판단해야 하는데 저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는 “온통 양아치들이 나오는 <주유소 습격사건 2>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 시리즈 하니까 또 재미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나중엔 홍길동으로 ‘슈퍼영웅물’을 만들고 싶어요. 볏단으로 둔갑하며 패랭이 모자 삐딱하게 쓰고 구름도 타고…. 그리고 결국엔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처럼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코미디를 하려고요. 그러려면 가늘더라도 길게 감독 해야죠.(웃음)”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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