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쵸 리브레’(자레드 헤스 감독·잭 블랙 주연)
대여점 ‘월척’ 영화 4편
영화 대목이라고 하지만 영화보기는 평소보다 훨씬 힘든 게 추석 연휴다. 극장에 가도 인기 영화는 일찌감치 매진, 비디오 가게를 가도 인기 품목은 진작에 대여 중이다. 하지만 극장에 걸리지 않고 비디오·디브이디로 직행한 알짜 영화들은 수두룩하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김봉석씨가 올 추석 대여점에서 건질 수 있는 숨은 월척 영화들을 골라봤다.
70년대만 해도 온 가족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레슬링 중계를 즐겼다. 요즘 프로레슬링이나 이종격투기를 온 가족이 보기에는 좀 어색하지만, 추억을 되살리는 〈나쵸 리브레〉는 나이를 막론하고 레슬링을 즐길 수 있는 코미디영화다. 레슬링이 국민적 인기를 누리는 멕시코에서는 레슬링을 ‘루차 리브레’라고 한다. 레슬러들이 마스크를 쓰고, 공중을 붕붕 나는 스타일이 주류인 멕시코 레슬링은 미국이나 일본 레슬링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고아원을 운영하려고 밤에는 마스크를 쓰고 레슬링 선수로 뛰었던 수도사의 실화는 이미 장 르노 주연의 〈황금 마스크의 성자〉로 만들어졌는데, 〈나쵸 리브레〉는 이 감동적인 일화를 황당한 코미디로 변모시킨다. 물론 적절한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데뷔작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에서 시골 청년의 기이한 일상을 그려 미국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자레드 헤스는 〈나쵸 리브레〉에서도 소박하고 감동적이면서도 기상천외한 상황들을 절묘하게도 이어 붙인다. 잭 블랙의 코미디 연기, 멕시코 레슬링, 잔잔한 감동까지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다.
‘나쵸 리브레’ 레슬링하는 수도사 웃음·감동 전파
‘프리덤 라이터스’ 빈민가 선생님 참교육 가슴 ‘찡’
〈프리덤 라이터스〉는 비행을 일삼던 빈민가 고등학생들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준 교사의 이야기 〈위험한 아이들〉과 흡사한 영화다. 23살 에린 그루웰은 캘리포니아의 윌슨 고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지만, 윌슨 고교 아이들에게는 전혀 밝은 세상이 아니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비주류에 가난한 그들의 미래는 오로지 절망뿐이다. 희망도 없고, 목표도 없는 그들에게, 에린은 글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하루하루 경험을 써 가면서, 아이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실화에 바탕을 둔 〈프리덤 라이터스〉는 아주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가슴을 울리는 좋은 영화다. 에린이 아이들을 깨우치는 도구로 쓰는 것은 바로, 글쓰기다. 글이란 것이 제대로 쓰기만 하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한 인간의 내면을 담아내고 또 성장시키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프리덤 라이터스〉는 일깨워준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
여섯 명의 사기꾼이 다시 뭉쳤다. 열차를 타고 돌면서 싸구려 물건을 비싸게 팔아넘기는 전략을 짰는데, 사실 서로 머릿속에서는 언제 동료를 속이고 돈을 가로챌 것인가 궁리한다. 서로 어긋나는 애증도 마구 얽혀 있다. 희곡을 각색한 〈약 서른 개의 거짓말〉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열차 안 한정된 공간에서만 모든 사건을 진행시킨다. 사기를 치는 현장을 과감하게 빼버리고, 오로지 사기꾼들의 언변과 제스처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지루하지 않을까란 생각은 접어도 좋다. 이야기가 빼어날 뿐 아니라, 주연과 조연 배우들 모두 장시간의 클로즈업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뛰어난 배우들이어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그리고 명절용 감동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덤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본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가 나온다는 것.
꿈이란 조금은 기괴해야 매력적이다. 부모가 경영하던 서커스단에서 일하던 헬레나는 엄마와 심하게 다투는데, 그날 엄마가 쓰러져 큰 수술을 받게 되자 죄책감을 느낀다. 서커스는 중단되고, 어머니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헬레나는 이상한 세계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 마의 여왕이 잠들어 있는 백색 여왕의 나라를 장악하려는 것을 안 헬레나는 미러마스크를 찾아 백색여왕을 깨워야만 한다. 〈스타더스트〉의 원작자 닐 게이먼과 함께 작업을 하는 데이브 매킨이 만든 〈미러 마스크〉는 조금 우울하면서도 환상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고혹적으로 그려낸다.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프리덤 라이터스’ 빈민가 선생님 참교육 가슴 ‘찡’
‘프리덤 라이터스’(리처드 라그라브네스 감독·힐러리 스왱크 주연)
‘약 서른 개의 거짓말’(오타니 겐타로 감독·시나 깃페이 주연)
‘미러 마스크’(데이브 매킨 감독·스테파니 레오니다스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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