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
<태풍>을 이야기하면서 말했다.
“<친구>를 만들었다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곽경택 감독에게 실망했다. ··· 냄비여론이 뭇매를 때리더라도, 주저앉지 말고 다시 굳건히 일어서길 바란다.”
곽경택 감독이 <사랑>으로 다시 일어섰다. 좋은 감독이 다시 일어섰으니, 여간 반갑지 않다. 그런데 그 일어섬이 그리 굳건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드보일드하게 거칠고 매운 맛이 강렬하지만, 사건의 연결에 억지가 많이 섞여들어 스토리의 흐름이 탄탄하지 못하고 우연이 많이 끼어들어 스토리의 이음새가 헐겁다. 강렬한 맛도 <친구>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비록 그 강렬함이 그 반밖에 되지 않더라도, 다른 깡패영화에서 맛보기 힘들 정도로 리얼하고 매서워서 얼큰~하다. 무엇보다도 투박한 부산사투리에 거칠고 리얼한 깡패말이 후끈후끈 얼큰하다. 주인공 주진모-“뭘 찾노 개씨끼들아, 까꿍이(주인공 별명) 요잇네!” · “지랄같네, 사람인연!” / 똘마니-“행님! 아다라시(쌩처녀), 오랜만에 잡수겠네예-” / 악당 김민준-“(여주인공의 벗은 몸을 어루만지면서, 키득거리는 분위기를 깔고 무심한 듯한 목소리로 건들건들) 싸랑해-” · “(여주인공에게 협박전화함서) 내, 니 아다라시 깨준 오빠야~” · “(묶인 주진모 입을 짓누르고 사시미칼로 확 찌르면서) 싸랑해라! 여~워이(영원히)”. 마지막 장면에서 주현과 주진모의 대사는 참 대단하다. 주현-“가지마라, 여자는 순간이다!” / 주진모-“지는 아입니더! 어르신”. 아찔하게 칼칼한 이 말맛을 글론 전달할 수 없다. 영화를 보시라. 정히 영화 볼 틈이 없거든, 인터넷의 영화마당에서 예고편이라도 보시라!
누군가 진저리를 치며 물었다. “우리나라 영화엔 욕설이 왜 그리 많느냐?” 그렇다. 참말로 낯 뜨거운 욕설과 쌍말이 거침없다. 그런데 그 욕설이나 쌍말이 딱 들어맞게 사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막무가내다. <아치와 씨팍>에선 너무 역겨웠다. <열혈남아>에선 제법 괜찮았지만, 전라도 사투리의 감칠 맛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전라도 욕설은 워낙 허벌나서 듣기만 해도 귀가 얼얼하다. 김수미의 욕설이 참 실감나긴 하지만, 말초적이어서 아직은 깊지 못하다. 곽경택 감독의 욕설과 쌍말은, 더 길어도 안 되고 더 짧아도 안 될 만큼 딱 그 자리에 꼭 들어맞는다. <친구>에서도 매우 그러했고, 이번 <사랑>에서도 그러했다. 그래서 난 “욕설도 예술이다.”고 말할 수 있다. 배우의 연기력은 그 배우의 개인 능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좋은 감독은 배우의 연기력을 몇 배로 상승시킨다. 곽경택 감독은 깡패영화의 내공이 깊어서 깡패의 표정 · 몸짓 · 말씨를 빼어나게 뽑아낸다. 주진모는, 정우성이 주인공이었던 <무사>에서 그저 멀게 잘난 얼굴로 눈에다 힘만 줌서 뻣뻣했고, <미녀는 괴로워>에선 그 어정쩡한 미남얼굴을 벗고 연기력이 많이 좋아져 보였는데, 이 영화에선 <친구>의 장동건과 유오성에 버금갈 정도로 발군이었다. 악당으로 나오는 김민준은 처음 만났다. 악랄한 독종이 숨 막히도록 섬뜩하였다. 놀라웠다. 주진모의 친구요 여주인공의 오빠인 상우의 냉혈하게 싸늘한 눈빛이 칼날보다 시렸다. 범상치 않았지만, 역할이 너무 작아서 서운했다. 주진모의 친구 놀부가 수더분한 양아치 역할을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해 냈다. 셋 모두가 매우 돋보인다. 여주인공 박시연은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해 냈지만 그 어떤 포인트를 남기지 못한 것 같고, 유회장 주현이 듬직한 카리스마를 좀 더 모질게 꽉 매어 잡았더라면 영화에 훨씬 긴장감을 주었을 법하다. 스토리의 흐름에 서운함이 많았지만, 깡패영화가 보여주어야 할 칼칼하게 냉혹한 강렬함을 화끈하고 리얼하게 맛보는 재미가 있기에, 수컷들의 거칠게 하드보일드한 야성을 오랜만에 즐길 수 있었다. <친구>가 외공 B+ · 내공 A0 · 대중성 A0라면, 이 영화는 외공 B0 · 내공 B0 · 대중성 B+로 보인다. <친구>보단 많이 부족하지만, 대중성을 갖춘 영화 중에서 이만한 외공과 내공을 갖춘 영화가 많지 않다. 관객수가 300~500만 명쯤은 너끈하겠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 진저리를 치며 물었다. “우리나라 영화엔 욕설이 왜 그리 많느냐?” 그렇다. 참말로 낯 뜨거운 욕설과 쌍말이 거침없다. 그런데 그 욕설이나 쌍말이 딱 들어맞게 사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막무가내다. <아치와 씨팍>에선 너무 역겨웠다. <열혈남아>에선 제법 괜찮았지만, 전라도 사투리의 감칠 맛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전라도 욕설은 워낙 허벌나서 듣기만 해도 귀가 얼얼하다. 김수미의 욕설이 참 실감나긴 하지만, 말초적이어서 아직은 깊지 못하다. 곽경택 감독의 욕설과 쌍말은, 더 길어도 안 되고 더 짧아도 안 될 만큼 딱 그 자리에 꼭 들어맞는다. <친구>에서도 매우 그러했고, 이번 <사랑>에서도 그러했다. 그래서 난 “욕설도 예술이다.”고 말할 수 있다. 배우의 연기력은 그 배우의 개인 능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좋은 감독은 배우의 연기력을 몇 배로 상승시킨다. 곽경택 감독은 깡패영화의 내공이 깊어서 깡패의 표정 · 몸짓 · 말씨를 빼어나게 뽑아낸다. 주진모는, 정우성이 주인공이었던 <무사>에서 그저 멀게 잘난 얼굴로 눈에다 힘만 줌서 뻣뻣했고, <미녀는 괴로워>에선 그 어정쩡한 미남얼굴을 벗고 연기력이 많이 좋아져 보였는데, 이 영화에선 <친구>의 장동건과 유오성에 버금갈 정도로 발군이었다. 악당으로 나오는 김민준은 처음 만났다. 악랄한 독종이 숨 막히도록 섬뜩하였다. 놀라웠다. 주진모의 친구요 여주인공의 오빠인 상우의 냉혈하게 싸늘한 눈빛이 칼날보다 시렸다. 범상치 않았지만, 역할이 너무 작아서 서운했다. 주진모의 친구 놀부가 수더분한 양아치 역할을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해 냈다. 셋 모두가 매우 돋보인다. 여주인공 박시연은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해 냈지만 그 어떤 포인트를 남기지 못한 것 같고, 유회장 주현이 듬직한 카리스마를 좀 더 모질게 꽉 매어 잡았더라면 영화에 훨씬 긴장감을 주었을 법하다. 스토리의 흐름에 서운함이 많았지만, 깡패영화가 보여주어야 할 칼칼하게 냉혹한 강렬함을 화끈하고 리얼하게 맛보는 재미가 있기에, 수컷들의 거칠게 하드보일드한 야성을 오랜만에 즐길 수 있었다. <친구>가 외공 B+ · 내공 A0 · 대중성 A0라면, 이 영화는 외공 B0 · 내공 B0 · 대중성 B+로 보인다. <친구>보단 많이 부족하지만, 대중성을 갖춘 영화 중에서 이만한 외공과 내공을 갖춘 영화가 많지 않다. 관객수가 300~500만 명쯤은 너끈하겠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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