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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사람] “영화가 모든 질문에 답할 순 없다, 우리 삶처럼”

등록 2007-10-07 18:05

문주 감독
문주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온 루마니아 문주 감독
올해 칸 영화제에서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39·사진)는 낯선 이름이었지만 그의 장편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 황금종려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관객을 환상이 아니라 날선 삶의 단면으로 이끄는 이 사실주의 영화는 기자 시사 때부터 환호를 받았다. 영화를 정치선전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검열했던 독재공산정권이 무너진 뒤 루마니아 영화는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이 영화는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올해 부산영화제 뉴커런츠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그를 6일 만났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1987년이라는 낱말로 시작한다. 아무런 설명 없이 곧바로 두 여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낙태가 불법이던 차우셰스쿠 정권 말기, 가비타는 불법 시술을 받으려 하고 친구 오틸리아가 돕는다. “그때가 군사 정권의 마지막 시기이고 상황이 최악이었어요. 상황 설명을 더 하지 않은 이유는 역사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서죠. 1966~1990년 루마니아에서는 낙태가 금지됐어요.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발전시키고 태어날 때부터 공산주의 이념을 몸에 배게 하려는 의도 때문이었죠. 낙태가 금지되지 않았다면 저는 태어나지 못했겠지만 그 기간에 약 여성 50만명이 무자격 낙태 시술로 숨졌어요. 낙태 문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결론은 관객이 내려야죠.”

낙태금지시대 그린 영화로 칸 황금종려상
“역사 아닌 사람이야기…판단은 관객 몫”

다만 그는 사회의 불합리한 억압과 극단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두 여자를 관찰한다. 카메라는 오래 인물을 비추며 장면은 짧게 끊어지지 않는다. “카메라 앞에서 배우가 감정을 발전시키고 관객이 이를 공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죠. 이야기는 캐릭터가 하는 것이고 감독은 그저 앉아 있는 존재에요. 현장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코멘트하지 않아요. 인물이 대화하는 장면을 찍다가 한 명이 일어서면 머리가 안 보이잖아요. 그렇다고 카메라를 움직여 올려 잡지 않고 내버려둬요.할리우드 영화에선 모든 질문에 대해 영화 속에서 답하잖아요. 하지만 우리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죠. 제 영화에는 답이 주어지지 않는 질문이 많아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100만달러(9억원) 정도의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다. 그는 생계를 위해서 광고를 찍는다. 영화 제작비를 모으고, 극본을 쓰는 것까지 모두 그의 일이다. 루마니아에서 영화를 찍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연간 10~12편 정도만 만들어지고 예산은 편당 50만~100만유로(약 6억~12억원)로 적어요. 극장수가 적고 미국 영화를 많이 상영하죠. 그러니 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다른 나라에 팔아야 해요. 그래도 루마니아 신세대 감독들은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죠.”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뒤 그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처리하고 있다. 그는 〈골든 에이지〉라는 30분짜리 6부분을 이은 블랙코미디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정부의 고위직 간부들은 위엄 있어 보이지만 그 권위를 유지하려고 웃기는 일도 많이 하잖아요. 유머 있고 인간적인 접근을 하려고요.”


부산/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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