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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즐거운 영화제 ‘그걸로 충분해’

등록 2007-10-07 21:32

저공비행
언제부터인지 경쟁영화제의 수상 결과에 사람들이 신경을 덜 쓰게 된 것 같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굉장한 일이다. 우리처럼 아직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새로운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고. 우리는 앞으로도 한동안 전도연의 칸 수상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웬만한 영화광이 아닌 사람들에게 올해 칸은 벌써 과거다. 올해 칸 작품상을 누가 탔는지 기억하는가? 그걸 기억한다면 당신은 영화광이다. 그러나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이 영화광이 아니라는 말은 되지 않는다.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하긴 그건 영화상도 마찬가지다. 아카데미상은 칸 영화제 수상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번지르르한 수상식의 오락성과 상을 타는 사람들의 경력, 할리우드 영화의 힘 때문이다. 하지만 아카데미상의 힘도 이전과 같지 않다. 30년 전만 해도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들은 당시 기준으로 보았을 때 메가 블록버스터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카데미상은, 〈타이타닉〉 때처럼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주로 중간급 예산의 영화들에 준다. 지금 할리우드에서 흥행하는 영화들은 기술상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카데미와 관계없다. 그들이 만족시키고 싶은 대상은 아카데미 회원들이 아니라 여름마다 우르르 멀티플렉스를 찾는 팬보이들이다. 그들은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엔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이 거기서 상을 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엠티브이 영화상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엠티브이 영화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월 역시 영화제 수상 결과를 신용할 수 없게 만든다. 영화제 수상 결과는 올림픽과 다르다.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늘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대단한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제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은 늘 바뀌며 그들의 입맛은 변덕스럽다. 어떻게 우리가 그걸 다 따라갈까? 대부분 사람들은 그냥 포기하고 만다. 우리가 〈쥘과 짐〉이나 〈나의 삼촌〉 같은 영화들을 좋아한다면, 그건 그 영화들이 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우리가 그 영화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옛날 영화제의 실수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건 그게 정말 대단한 실수였기 때문은 아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상 주면서 재미있게 놀았고 요새 관객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며 즐겁게 자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도 실수하지 않았고 특별히 손해 본 사람들도 없다. 단지 세월과 함께 그 작은 의견 차이들은 영화제의 신용을 깎아먹는다.

베니스와 칸이 태어난 뒤로 세상은 바뀌었고 영화제의 의미도 바뀌었다. 더 이상 한국 관객들이 베니스와 칸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면, 그건 우리에게 진짜 영화를 보여주는 부천이나 부산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듀나/소설가·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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