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배우 존 조
‘웨스트 32번가’로 부산영화제 온 한국계 미국배우 존 조
코미디 영화 〈해롤드와 쿠마-화이트 캐슬에 가다〉를 아시는지? 인도계 쿠마와 한국계 해롤드가 화이트 캐슬이라는 햄버거 광고를 보고 침을 질질 흘리다 못해 먹고야 말겠다는 결심으로 온갖 시련을 이겨내며 가게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온갖 화장실 유머를 버무리면서 미국의 인종 편견을 날카롭게 꼬집은 이 영화는 소수민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는 드물게 흥행에서 성공하고 속편까지 나왔다.
이 영화 속에서 소심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묘하게 웃기는 해롤드가 한국계 배우 존 조(35·사진)다. 그는 〈아메리칸 파이〉 1·2편 등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심장부에서 가장 활발하게 뛰고 있는 한국계 배우다. 잡지 〈피플〉에서 2004년 ‘가장 섹시한 남자 50’에 꼽히기도 했다. 조연이다보니 활약도에 견줘 그닥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그가 한국에 왔다. 그가 주연을 맡고 한국계 미국인 마이클 강이 연출한 영화 〈웨스트 32번가〉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플레쉬 포워드’, 새로운 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섹션에 소개되어 부산을 찾은 것이다. 9일 부산에서 만난 그에게 〈피플〉지 이야기를 꺼내자 쑥스러워 했다. “(잡지사의) 실수였던 것 같은데요.”(웃음)
‘아메리칸 파이’ ‘해롤드와 쿠마’
‘가장 섹시한 남자 50’ 들기도
“나이들수록 한국사람 돼가요” 영화 〈옐로우〉를 시작으로 지난 11년 동안 그는 할리우드에서 비교적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아직 할리우드에서 안정된 느낌이 들지 않아요. 적응하고 있는 과정인 셈이죠. 아시아계 미국인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은 늘었지만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해요. 인종차별적이거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배역에 대해서는 아시아 연기자들이 ‘노’라고 해야죠.”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제가 시작할 때는 아시아계 배우가 소수일 뿐 아니라 그 속에서 한국계는 더 소수였어요. (제가 한국 배우의 대표자 처럼 비춰지는 건) 기회이자 부담이죠.” 주류 집단인 백인 가운데 한 배우가 못하면 그건 개인의 문제이지만 소수자 집단일수록 개인이 집단을 대표하는 짐을 지게 마련이다. 6살 때 이민가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우연찮게 배우가 됐다. “글쓰기 동아리 친구가 연극을 했는데 배우가 아파서 대타를 찾았어요. 저한테 키하고 몸무게를 묻더니 의상이 맞겠다면서 하라고 했죠. 연기를 하면서 형제애를 느꼈어요. 제가 어릴 때 잘 적응을 못해서 그런 가깝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무척 좋았어요.”
〈아메리칸 파이〉 이후 코미디 영화에서 주로 빛을 봐온 그가 〈웨스트 32번가〉에서는 한국 갱단이 벌인 살인의 뒤를 캔다. 진지하면서도 냉혹한 변호사 역할이다. 이 작품에는 룸살롱과 범죄가 똬리를 튼 코리아타운 뒷골목의 풍경이 물씬 배있다. “미국에서는 아시아인들이 조용하고 나쁜 일은 하지 않은 아기 같은 존재일 거란 고정관념이 있어요. 그걸 뒤엎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는 “청소년기에 무척 반항적이었고 누구나 그런 것처럼 부모처럼 살기 싫었다”며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게도 더 한국사람이 돼 가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웨스트 32번가〉는 11월 중순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m
‘가장 섹시한 남자 50’ 들기도
“나이들수록 한국사람 돼가요” 영화 〈옐로우〉를 시작으로 지난 11년 동안 그는 할리우드에서 비교적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아직 할리우드에서 안정된 느낌이 들지 않아요. 적응하고 있는 과정인 셈이죠. 아시아계 미국인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은 늘었지만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해요. 인종차별적이거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배역에 대해서는 아시아 연기자들이 ‘노’라고 해야죠.”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제가 시작할 때는 아시아계 배우가 소수일 뿐 아니라 그 속에서 한국계는 더 소수였어요. (제가 한국 배우의 대표자 처럼 비춰지는 건) 기회이자 부담이죠.” 주류 집단인 백인 가운데 한 배우가 못하면 그건 개인의 문제이지만 소수자 집단일수록 개인이 집단을 대표하는 짐을 지게 마련이다. 6살 때 이민가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우연찮게 배우가 됐다. “글쓰기 동아리 친구가 연극을 했는데 배우가 아파서 대타를 찾았어요. 저한테 키하고 몸무게를 묻더니 의상이 맞겠다면서 하라고 했죠. 연기를 하면서 형제애를 느꼈어요. 제가 어릴 때 잘 적응을 못해서 그런 가깝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무척 좋았어요.”
〈아메리칸 파이〉 이후 코미디 영화에서 주로 빛을 봐온 그가 〈웨스트 32번가〉에서는 한국 갱단이 벌인 살인의 뒤를 캔다. 진지하면서도 냉혹한 변호사 역할이다. 이 작품에는 룸살롱과 범죄가 똬리를 튼 코리아타운 뒷골목의 풍경이 물씬 배있다. “미국에서는 아시아인들이 조용하고 나쁜 일은 하지 않은 아기 같은 존재일 거란 고정관념이 있어요. 그걸 뒤엎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는 “청소년기에 무척 반항적이었고 누구나 그런 것처럼 부모처럼 살기 싫었다”며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게도 더 한국사람이 돼 가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웨스트 32번가〉는 11월 중순 개봉할 예정이다. 부산/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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