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의 리처드 테일러(왼쪽) 대표가 10일 김영훈(오른쪽) 대성그룹 회장과 한 자리에 앉았다.
‘특수효과 우상’ 리처드 테일러 대표-대성그룹 김영훈 회장 ‘별난 우정’
영화 〈반지의 제왕〉과 〈킹콩〉 특수효과 제작업체로 유명한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의 리처드 테일러(왼쪽) 대표가 10일 김영훈(오른쪽) 대성그룹 회장과 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이날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 열린 ‘2007 대성글로벌 콘텐츠 포럼’에 참석차 전날 밤 늦게 서울에 도착한 터였다. 테일러 대표는 피터 잭슨 감독과 짝을 이뤄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변방의 뉴질랜드 업체들에 집중시킨 주역이다. 전세계 특수효과 담당자들의 ‘우상’인 그가 한국의 에너지기업 회사의 대표와 맺은 인연은 무얼까?
“뉴질랜드 영화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김 회장과 몇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 그러다 서울에 첫 방문했을 때 찾아간 김 회장 사무실 책상 위에 눈에 번쩍 뜨이는 활이 놓여있더라. 활 얘기가 시작되자 우리 사이엔 스파크가 일었고 비즈니스 차원의 만남을 떠나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당장 그날 김 회장과 함께 국궁을 한 뒤 그는 내게 그 활을 선물로 줬고, 나는 〈반지의 제왕〉에 나온 레골라스의 활을 건네줬다.”
김영훈 회장은 테일러가 추천한 뉴질랜드의 젊은 감독 조너선 킹의 데뷔작 〈블랙 쉽〉에 5억원을 투자했고 동북아 배급권을 따냈다. 테일러가 ‘코미디 호러’라 부르는 이 영화는 뉴질랜드에서 기록적인 성공을 거뒀다.
대성그룹 창립 60돌 기념행사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테일러의 발표 주제는 ‘엔터테인먼트의 사회교육적 기능’이었다. “미디어를 통해 ‘자극’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젊은 친구들과 좋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킹콩〉은 우리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테일러는 김 회장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누구나 개인적으론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원(돈)이 없다. 김 회장이 에너지 기업을 하지만 그에게 문화사업은 또 하나의 ‘사회변화 도구’이다.”
대성그룹은 대구도시가스 등 에너지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바이넥스트 창투를 통해 〈말아톤〉, 〈웰컴투 동막골〉, 〈괴물〉 등 한국영화에 꾸준한 투자를 하고 환경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 회장 스스로도 영화 마니아로 유명하다.
그는 “제조업이 ‘효자산업’이었다면 문화콘텐츠 사업은 ‘효녀사업’”이라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또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다. 다만 문화사업이 자원봉사가 되어선 지속성이 없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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