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복장의 여배우들이 4일 오후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서 열린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김소연.도지원.김태희.이하나.고아라.이연희 (사진 속 인물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부산/연합뉴스
“사진 찍히기 좋아 신인 알리는 좋은 무대”
후폭풍이 거세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여느 때보다 잦은 구설과 진행 미숙으로 인한 비난을 받은 와중에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영화음악계의 거장 엔리오 모리코네가 개막식에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 연예인들이나 대선 주자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돼 적잖이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산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의 운영 미숙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총 64개국 271편의 영화가 초청됐고 역대 최다인 19만8천603명의 관객이 찾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공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고 이제 세계 영화제에서도 손꼽히는 영화제로 부상했다.
여기까지 온 데에는 한국 영화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영화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영화인, 특히 배우들의 공도 크다. 부산영화제에는 톱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해 다른 여타 영화제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신인 배우들의 무대 인사장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갑자기 내린 비가 주최 측을 당황하게 만든 올해 부산영화제 레드카펫에는 영화제 측 공식 발표에 따르면 무려 150여 명이 올랐다. 설경구 주진모 엄정화 강혜정 등 영화계 스타들과 함께 아직 영화배우로는 낯설지만 TV에서 인기를 얻은 윤은혜 정일우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개막식 장내 안내방송을 맡은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유명 영화평론가조차 개막식 생중계 방송에서 이름을 헷갈릴 정도로 낯선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더욱이 이명박, 정동영, 권영길 씨 등 대선 주자까지 가세하면서 레드카펫은 갑작스런 폭우 속에 통제불능 행사가 됐다.
부산영화제를 통해 자사 신인 배우들을 대중에게 소개시키려는 매니지먼트사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영화제 중 만난 한 매니저는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여러 케이블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데다 사진도 찍히기 좋아 아직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신인들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무대"라고 말했다. 영화제 측도 오겠다는 손님을 막을 수도 없어 고민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예전에는 톱스타를 공식 초청해 숙박 등의 편의를 봐줬는데 누가 오는지도 파악이 잘 되지 않는데다 편의 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뒷말이 나오기 때문에 당혹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MK픽처스 심재명 대표는 "레드카펫에 너무나 많은 연예인들이 올라 시간이 지연되고 영화인이 아닌 연예인의 잔치로 보이는 건 아쉬운 상황"이라며 "올해는 특히 비가 쏟아져 더 어수선했던 것 같다"고 서운해했다. 엔리오 모리코네를 수행한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최근의 보도로 인해 거장이 속좁은 노인네로 비쳐지는 것이 유감"이라고 영화제 공식 입장에 덧붙여 개인적 의견을 적어놓았다. 모리코네의 "영화인에게는 별 관심이 없고 노출이 심한 연예인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이런 영화제는 이상하고 영화제답지 않은 영화제다"는 말은 세계 영화계를 섭렵한 거장의 적확한 지적이었고, 이에 영화제 안팎에서 부끄러워야 할 대목이다. 모리코네는 속좁은 노인네가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영화제 중 만난 한 매니저는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여러 케이블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데다 사진도 찍히기 좋아 아직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신인들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무대"라고 말했다. 영화제 측도 오겠다는 손님을 막을 수도 없어 고민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예전에는 톱스타를 공식 초청해 숙박 등의 편의를 봐줬는데 누가 오는지도 파악이 잘 되지 않는데다 편의 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뒷말이 나오기 때문에 당혹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MK픽처스 심재명 대표는 "레드카펫에 너무나 많은 연예인들이 올라 시간이 지연되고 영화인이 아닌 연예인의 잔치로 보이는 건 아쉬운 상황"이라며 "올해는 특히 비가 쏟아져 더 어수선했던 것 같다"고 서운해했다. 엔리오 모리코네를 수행한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최근의 보도로 인해 거장이 속좁은 노인네로 비쳐지는 것이 유감"이라고 영화제 공식 입장에 덧붙여 개인적 의견을 적어놓았다. 모리코네의 "영화인에게는 별 관심이 없고 노출이 심한 연예인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이런 영화제는 이상하고 영화제답지 않은 영화제다"는 말은 세계 영화계를 섭렵한 거장의 적확한 지적이었고, 이에 영화제 안팎에서 부끄러워야 할 대목이다. 모리코네는 속좁은 노인네가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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