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일 열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역대 최대 규모였고 관객도 19만600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새로운 고민거리도 남겼다. 영화제와 스폰서 사이의 적절한 선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부산 영화제는 이번에 목돈을 만졌다. 제일모직의 패션 브랜드 ‘빈폴’이 영화제 스폰서로 나서 10억원을 내놓았다. 스폰서로서는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고 영화제도 그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할 수밖에 없다. 영화제쪽은 영화를 상영 전에 짧게 붙는 영상인 ‘리드 필름’을 빈폴에게 직접 제작하도록 배려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영상에선 빈폴의 상징인 앞바퀴가 큰 자전거가 나온다. 다만 그 앞바퀴가 필름릴로 바뀌었다.
이걸 쓸지 말지 영화제 운영진 사이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광고나 다름없다는 반대와 스폰서 확보가 중요하다는 의견까지 분분했다. 결국 이번엔 좀더 넉넉한 살림을 꾸리며 영상이 나갔지만 그 대가로 ‘자전거 영화제’라는 빈축도 샀다.
스폰서와의 관계 설정 문제는 올해만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자본과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한 영화인들의 잔치라는 점이 부산의 성공 비결인 걸 되짚어보면 영화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듯하다. 지난해 영화제 예산 74억원 가운데 24억원, 올해에는 78억원 가운데 30억원이 스폰서가 낸 것이다.
영화제의 규모가 커질 수록 스폰서도 늘어난다. 영화제 한 관계자는 “앞으로 외국 기업이나 더 큰 대기업이 스폰서가 될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며 “영화제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자본도 확보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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