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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강동원 “내지르며 스트레스 풀었죠”

등록 2007-10-19 11:41수정 2007-10-19 11:52

영화 ‘M‘(감독 이명세) 주연배우 강동원. 연합뉴스
영화 ‘M‘(감독 이명세) 주연배우 강동원. 연합뉴스
영화 'M'의 소설가 한민우 역
"배우들이 하는 흔한 말이지만 카메라 앞에서 스트레스 풀었죠."

영화 'M'(감독 이명세, 제작 프로덕션M)을 찍는 내내 강동원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한 줄의 글이 주는 압박에 시달리고, 사채를 쓴 가족 때문에 허덕이고, 무엇보다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쫓는 악몽에 괴로웠던 영화 속 한민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래된 소속사와 결별하는 과정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

그러나 한민우로 지내기에는 그런 복잡다단한 심경이 득이 됐던 걸까. 'M'에서 강동원은 과거의 한때를 단절시킨 채 일군 현재를 극심한 혼돈 속에 살아가는 소설가 한민우를 비현실적이지만 눈에 분명히 보이는 인물로 표현해냈다.

이명세 감독과는 '형사 Deulist'에 이어 두 번째 만남. "난 누군가를 정해놓고 싸워야 투지가 생기는데 감독님과 싸우는 게 재미있다. 넘기 힘든 산이기 때문에"라는 말로 이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강동원이 체화한 'M'과 한민우를 만나보자.

◇강동원을 달래준 일식집 장면

영화 속에서 네 차례 등장하는 일식집 장면은 관객에게 긴장의 이완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한다. 겉으로는 점잖은 체 예의를 갖추지만 속으로는 욕하고 흉보는 사람들의 심리. 네모 반듯한 미장센의 틀 안에서 강동원은 슬랩스틱 코미디언처럼 재주를 부린다. 빠른 어투와 원숭이 같은 몸놀림. 그의 스타일에 푹 빠져 있는 관객이 생각이나 할 수 있었나. 이 장면은 그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일식집 장면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내지를 수 있었어요. 영화에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거죠.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민우한테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장면은 민우가 쓰고 있는 소설일 수도 있죠. 타인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내레이션이 아닌 몸의 표현으로 처리해야 해 오버했다는 평도 있지만."


내면의 흐름을 빠르게 보여줘야 해 감독은 원테이크 촬영으로 가길 바랐고 실제 네 번 중 두 번 그렇게 찍었다.

내내 무겁게 짓누르는 영화에서 그 장면은 웃음과 당혹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배우로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연기방식이니 이를 충분히 즐겼을 터.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이 장면을 찍으며 카메라 앞에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촬영 중 외적으로 힘들었거든요."

내친 김에 물었다. 'M' 촬영 당시 '강동원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지낸다' '이명세 감독과 싸웠다' 등등의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소속사 문제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제 편인줄 알았던 사람이 제 편이 아니라고 느끼게 됐죠. 또 이번엔 감독님과 '형사' 때만큼 대화를 잘 못하기도 했죠. 건드리면 폭발할 정도였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내가 고집이 세다는 걸 새삼 다시 알게 됐다"며 웃는다.

영화 ‘M‘(감독 이명세) 주연배우 강동원. 연합뉴스
영화 ‘M‘(감독 이명세) 주연배우 강동원. 연합뉴스

◇카프카를 닮은 '불쌍한 정신병자' 한민우

이명세 감독은 "첫사랑 미미를 기억에서 지우고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의 정체를 쫓는 한민우를 만들어내며 젊은 시절 카프카의 이미지를 떠올렸고, 그렇다면 강동원밖에 없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강동원이 연기한 한민우는 카프카의 작품을 읽고 그의 생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였던 사람들이라면 대번에 동의할 정도의 외양과 내면을 갖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완벽하지만 스스로 정체성의 혼돈에 괴로워하는 불안한 삶.

과연 첫사랑의 기억을 몽땅 다 떨쳐낸 채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럴 수 있을까. 한민우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더니 그의 대답.

"민우는 상업과 비상업의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한편으론 완벽주의자입니다. 전 민우를 '불쌍한 정신병자'라고 생각했어요. 철저히 과거의 기억을 지울 정도로 엄청난 완벽주의자가 어떤 일을 잊어버리길 간절히 바라다 마침내 단기기억상실이 온 걸로. 갈수록 강박이 밖으로 드러나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최근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며칠 전 인터뷰를 하는데 갑자기 제 첫사랑이 떠오르는 거예요. 초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제겐 그 아이를 본 순간 충격이었거든요. 전 시골에서 밖에서 놀기만 해 새까만 아이였는데 그 여자아인 정말 하얀 피부를 갖고 있었죠. 선생님이 그 아이와 한 남자아이에게 춤을 추라고 시켰는데 그 남자아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지금까지 새까맣게 잊고 지냈더군요. 문득 그 아이가 생각나면서 '아, 나도 그럴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왜 그렇잖아요. 언제나 고등학생 같았는데 어느 순간 '그게 언젯적 이야기야' 하는."

강동원은 "한민우는 과거를 잊고, 과거를 단절시킨 채 살았기 때문에 더욱 내면의 문제가 생겼을 것이고, 과거와 현재가 합해지는 순간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 되지 않았겠느냐"면서 언뜻 안도와 불안의 눈빛을 교차시켰다.

◇고집 센 배우가 되다

'솔직히 말해 '형사' 때보다 연기하는 분량이 훨씬 많아졌고(많아진 정도가 아니라 그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 연기도 포만감을 줄 정도인데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쉽다. 배우가 스스로 생명력을 얻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어찌된 일이고 무엇 때문일까'라고 '무례한' 질문을 했다.

강동원은 "연기를 지도해준 분도 내게 그런 말을 하며 아쉬워하셨다"며 선선히 응답했다.

"이번엔 좀 더 살아남아 보려고 감독님과 싸우기도 많이 했는데(웃음). '형사' 때는 철저히 제 자신이 영화의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슬픈 눈'의 캐릭터가 분명히 보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더 살아보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분들이 많네요. 그렇다고 감독님께 끌려다닌 것만은 아닙니다. 전 매작품 싸워서 뭔가를 얻어가는 게 재미있어요. 어떤 상대를 정해놔야 투지가 솟는데 감독님을 보면서는 항상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죠. 하하."

지금 강동원은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다음을 더 기대하게 하는 배우가 됐다.

"그러게요. 요즘 칭찬을 많이 해주시네요. 그런데 언제 또 가차 없는 평가가 내려질지 모르는 일이죠. 한 번 겪어본 적이 있어서 그걸 걱정하지는 않지만요."

영화 '늑대의 유혹' 때 열렬한 반응이 나오더니 드라마 '매직' 촬영 중에는 혹독한 평가와 함께 강동원 개인에 대한 험담들도 나왔던 적이 있었다며 "고집이 점점 더 세지는 걸까"라고 혼잣말을 하듯 내뱉었다. 그 고집은 작품 선택에서도 진하게 배어 있다.

"제 기준요? 재미예요. 아마 제가 아직 어린데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게 분명하다며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보면 느낌이 팍 와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고를 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2~3일이면 되죠. 할까말까 고민하는 것도 별로 없어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니까."

완벽하다는 외모에 연기력, 자기 중심까지 갖춘 배우가 되고 있었다. 강동원은.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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