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충무로영화제 김홍준 운영위원장 인터뷰

등록 2007-10-21 12:43

“‘발견, 복원, 창조’ 콘셉트로 고전 영화 소개할 것”

한국 영화계의 메카. '충무로=영화'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한국 영화계에서 '충무로'라는 지명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아직 '충무로'와 '영화'를 결합한 무언가가 없었다. 더욱이 화려한 멀티플렉스에 밀려 스카라극장과 인근 국도극장은 문을 닫았고 대한극장, 명보극장, 중앙극장은 아무리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도 왠지 옛 추억 속 극장으로 더 각인돼 있다.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첫 발을 내디딘다.

25일부터 11월2일까지 대한극장, 명보극장, 중앙시네마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남산 한옥마을, 청계광장, 충무아트홀 등에서 갖가지 부대행사를 만날 수 있다.

중구청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이 국제영화제는 쏟아지는 '영화제 홍수' 속에 그래도 독창성과 함께 충무로라는 지명 자체가 주는 고전적 의미로 인해 벌써 전통성을 허락받은 느낌이다.

그리고 또한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영화계의 시선을 끌고, 영화제의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운영위원장이 김홍준 감독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다양한 실험영화와 장르영화를 소개하는 활발한 통로로 일찍이 자리매김한 데는 그의 공이 크다. 비록 관(官)과의 충돌로 중도하차하면서 부천시에 대한 영화계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그의 퇴진으로 부천영화제는 순식간에 무게감을 잃기도 했다.

중구청 산하의 중구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영화제인 까닭에 그의 공식 직함은 흔히 영화제에서 만나게 되는 집행위원장이나 조직위원장이 아닌 운영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고전 영화를 통해 '발견, 복원, 창조'의 슬로건으로 진행된다"고 한마디로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영화 한 편의 가치보다는 영화와 영화가 만들어낸 관계를 생각해보는 영화제"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왜 또 영화제인가' 라는 질문이 많다. 영화제가 너무 많은데 왜 또 영화제인가.

▲처음 중구청으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나 역시 말리려고 했지, 참여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제는 영화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중구의 지역 문화행사를 겸하고 있다. 각종 행사가 청계광장, 한옥 마을 등 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 치른다. 단순한 영화제가 아니다.

--충무로에서의 영화제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난 충무로에서 도제 식으로 훈련받은 마지막 세대로 데뷔했고 젊은 감독들에게는 가장 윗세대이기도 하다. 거창하게 말하면 운명 같기도 하고. 세대 간의 단절을 좁히는데 기여하고 싶다. 나 역시 한국영화를 보며 영화감독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되돌이켜보면 충무로가 대표하는 한국영화의 전통성이 밑받침된 것 아닌가. 박찬욱 감독 등 영화광 출신의 영화 감독들이 공감하는 게 있을 거다.

--슬로건이 '발견, 복원, 창조'인데, 그 의미는.

▲'고전'과 '한국영화'가 충무로국제영화제의 키워드다. 우선 고전을 비롯해 덜 알려진 영화를 발굴하고 복원하자는 뜻이 있다. 단순한 필름 복원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관람 문화 자체도 복원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예전에는 '영화 보러가자'가 아니라 그저 '극장 가자'였다. 멀티플렉스가 생겨나면서 영화가 개인적이고 소비적인 문화 형태가 됐다.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를 이분법화하는 것도 극심해졌다. 동네 극장에서 이뤄졌던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자는 뜻이다.

또한 고전이라 칭한 것은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가 아니라 그 영화가 가진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릇을 만들었는데 과연 어떻게 채워질 지, 맛있게 보일 지는 영화제에 참여한 관객에게 달려있다.

--상영작을 살펴보니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들이 꽤 많다. 상당히 대중적인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명작을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우린 이를 '명화극장'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젊은 세대들이 들어 보기는 했고, 봤다 해도 DVD로만 봤을 것이다. 또한 채플린 사후 30주기를 맞아 채플린의 대표작을 묶었다. 한 편 한 편 만날 수는 있지만 그의 대표작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부족하다. 채플린은 그 자체가 시간에 의해 고전이 된 인물이다.

--신작 보다는 확실히 고전이 많다.

▲대부분의 영화제는 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되는 '프리미어' 위주다. 부천영화제가 그랬지만 먼저 발굴해 미지의 충격을 만나고 관객 스스로 발견하는 의미도 크다. 그러나 고전은 정답은 이미 나와있어 신선하지는 않겠지만 대신 오답이 별로 없다. 영화도 패션이고, 트렌드이며 시대의 흐름과 사회 분위기를 담고 있다. 시간을 통해 검증받은 작품을 선보이는 거다.

--섹션을 구성하는 방식도 재미나다. '거장은 멈추지 않는다' '린지 앤더슨을 기억하며' 등등.

▲'린지 앤더슨을 기억하며'의 시작은 마이크 카플란 감독의 다큐멘터리 '말콤 맥도웰, 린지 앤더슨을 말하다'였다. 이 다큐는 배우 말콤 맥도웰이 프리시네마 시대를 회상하며 바치는 헌사인데 이를 통해 린지 앤더슨의 대표작 '이프'와 '욕망의 끝'을 만나보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또 '거장은 멈추지 않는다'에는 클로드 베리 감독의 최신작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을 소개하면서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충격적인 신인 데뷔작이라는 평을 받았던 1967년 데뷔작 '우리 둘'을 묶었다.

호주영화 특별전의 경우 무성영화부터 최신작까지 한 나라의 대표작을 일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호주 영화인들도 놀라고 있다.

이처럼 영화 한 편의 가치보다는 영화와 영화가 만들어낸 관계를 생각해보면서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에 따라, 취향에 따라, 접근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관객을 맞출 수 있다.

--흔히 영화제에서는 '회고전'이라는 표현을 주로 쓰는데 '한국영화 추억전'이라며 '추억'이라는 단어를 등장시켰다.

▲회고전의 고민은 과연 이처럼 한 해에 한 개인의 회고전을 열어 어떻게 그 많은 영화인을 회고할 수 있을까였다. '회고'가 아닌 '추억'을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연도로 묶어봤다. 첫 해인 올해는 1957년, 1967년, 1977년, 1987년에 등장했던 히트작, 그 시대 사회 상황을 알 수 있는 영화, 문제작, 당시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의미가 큰 영화 등을 선택했다.

한형모 감독의 1957년작 '순애보'는 지금 봐도 굉장히 모던한 영화다. 유현목 감독의 1967년작 '막차로 온 손님들'은 요즘 '야동 순재'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순재 선생의 꽃미남 시절을 볼 수 있으며 1960년대 트로이카였던 문희와 남정희 여사를 만날 수 있다.

송영수 감독의 1977년작 '나비소녀'는 고교물이 인기를 얻던 1970년대 박정희 유신 정권 치하를 표현하고자 했으나 이도저도 안된 작품이라는 의미도 있다. 가슴 아픈 한 시대의 기억인 것이다.

--고전 영화를 주로 틀게 되는데 어려움은.

▲부천영화제를 해보고 각종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전 영화에도 다른 문제 풀이 능력이 필요했다. 우선 작품을 구하기 쉽지 않다. 저작권과 프린트를 갖고 있는 곳이 다른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한 필름이 손상되면 안돼 옛날 방식으로 영사기 두 대가 있는 극장이 필요하다. 다행히 중앙시네마가 영사기 두 대를 동시에 돌릴 수 있다.

또한 '수집가의 문화'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에게는 1941년작인지, 1942년작인지가 목숨보다 중요하더라.(웃음) 할리우드 영화사 역시 별로 아쉬울 게 없어서 필름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기계 못지 않게 오래된 필름을 다룰 수 있는 유능한 영사기사도 필요하다.

--예산이 꽤 많다고 해 다른 영화제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

▲나도 밖에서 그런 소리 많이 들었다. 충무로영화제가 돈이 많다고.(웃음) 총예산이 37억 원인데 이중 30% 정도는 영화제의 부대 행사이자 야외에서 주민들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 들어가 순수하게 영화제에 들어가는 예산은 전주영화제나 부천영화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 위원장은 보다 활발한 지역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구 산하 동사무소 15곳을 다니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새삼 존경스럽더라"고 혀를 내두르지만 지역 주민들이, 평소 극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영화제를 찾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이미자의 트로트를 배경으로 만든 뮤직비디오(?)형 영화제 소개 필름을 들고 다녔다.

"영화제에 관객이 얼마나 많이 와주고 어떤 평가가 내려질 지 걱정된다"는 김 위원장은 그러나 내심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