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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아찔한 스크린’ 여성들 향해 손짓

등록 2007-10-28 21:30

<변태가족-형의 새 각시>
<변태가족-형의 새 각시>
내달 1~7일 ‘핑크영화제’
극장용 일본 에로물 11편 남성은 첫날만 관람 가능
<셸 위 댄스>의 감독 수오 마사유키는 일본의 에로 장르인 ‘핑크영화’에서 출발했다. 데뷔작 <변태가족-형의 새 각시>는 마사유키 감독이 존경하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차있다. 담백하고 정적인 카메라 연출은 야스지로 감독을 모방했지만 가족이 식사하는 장면 대신….

핑크영화는 3m 필름, 예산 2500만원 이하, 촬영 기간 일주일 이내, 3명 이상이 벗고 대략 15분마다 정사 장면이 나오는 원칙만 지키면 감독이 마음껏 자기 찍고 싶은대로 만들 수 있는 에로물이다. 이 장르 영화 11편을 모은 ‘핑크영화제’가 다음달 1~7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씨너스 이수에서 열린다.

<버터 스위트>
<버터 스위트>
그런데 개막날에는 남성도 관람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여성만 볼 수 있다. 주희 씨너스 이수 이사는 “이런 영화를 볼 기회가 적었을 여성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핑크영화는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 영화 산업에서 핑크영화는 단지 싸구려 변두리 장르만은 아니다. 1960년대 후반 텔레비전 보급으로 일본 영화계가 침체기에 들어섰을 때 제작자들은 핑크영화로 숨통을 틔웠다. 일년에 300편씩 제작되기도 했다. 1971년에는 메이저 제작사 닛카쓰도 핑크 영화와 비슷하지만 제작비를 더 들이고 시나리오의 질을 높인 ‘로망 포르노’를 내놓았다.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감독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에 핑크영화는 <박치기>의 이즈츠 가즈유키 등 재능 있는 감독들의 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핑크영화의 전성기는 80년대 후반 성인비디오 보급으로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연간 100여편 정도 만들어지고 있다.

<경련>
<경련>
핑크 영화에도 시대적 흐름이 있다. 이번 상영작 중 <당한여자>(1981년)라는 엽기적인 제목의 영화는 가진 것 없는 여자 미미가 국회의원에게 강간·살해 당하자 미미의 친구들이 복수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핑크 영화 팬들은 고도 성장에 따라가지 못하는 서민의 설움과 분노가 서려있다는 평가를 내리며 이 작품을 명작으로 꼽는다. 2000년대로 들어서며 핑크 영화도 개인의 고독에 관심을 기울인다. 상영작 <경련>(2004년)은 유부남 직장 상사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방황과 쓸쓸함을 담았다. 그가 고독을 푸는 방식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기둥서방 히로시>에는 초저예산으로 장편을 만들어야 하는 감독의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히로시가 소용돌이 물살에 휩쓸리는 장면을 작은 물살에 히로시의 사진이 빨려 들어가는 식으로 찍었다. 주 이사는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만 그리거나 가학·피학 성향의 영화들은 이번에 빼려했다”며 “그래도 남성중심적 시각 때문에 여성관객들이 불쾌해할 여지는 남아있지만 비판도 알면 더 하기 쉽다”고 말했다. cinus.co.kr.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씨너스 이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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