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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모든 정사신 직접 디자인…남녀 역할 고민 힘들었다

등록 2007-10-29 20:06

영화 ‘색, 계’ 이안 감독
영화 ‘색, 계’ 이안 감독
영화 ‘색, 계’ 이안 감독
‘적’과 사랑에 빠진 남과 여
끌림과 거부사이 갈등 다뤄
말보다 몸이 더 많은 메시지

대만의 이안(53) 감독은 동·서양의 언어로 두 문화권 모두에서 평단과 대중에게 사랑받는 독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어 올해 <색, 계>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두 번째 탔고, 베를린 금곰상 2번,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영화들은 매번 새로운 장르로 나아가고 문화적 경계를 넘어선다. <음식남녀> <결혼피로연> 등 초기작에서 아시아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전통과 서구 문물 사이 갈등을 코믹하게 잡아내더니 할리우드로 진출해서는 <아이스 스톰> 등으로 서구사회를 탐구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헐크> 다음엔 전혀 다른 중국 무협영화 <와호장룡>이, 그뒤엔 미국 서부를 무대로 삼은 멜로물 <브로크백 마운틴>이 따라온다.

1940년대 친일파 정보부 고위직 이(량차오웨이)와 그를 죽이려는 스파이 왕치아즈(탕웨이)의 사랑을 다룬 <색,계>는 그가 이제까지 그린 적이 없는 수위의 정사 장면을 담은 격정적인 멜로물이다.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항전 시기 여성의 강인한 사랑, 여자 주인공이 자기와는 다른 인물로 가장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며 “색, 계는 원하는 대로 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물리치려는 마음을 뜻하는데 이 두 가지는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설명했다.

<색, 계>에서는 말보다 몸이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사 장면에 대해 설명하며) 내가 심각한 중년의 위기에 봉착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웃음) 옛날엔 굉장히 보수적이고 평범한 생활을 했다. 젊었을 때 표현하지 못햇던 것, 경험하지 못한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색, 계>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억압됐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격정적인 정사 장면이 필요했다.” 주연여배우 탕웨이는 “모든 동작은 감독이 직접 디자인했고 각 동작은 왕치아즈와 이 선생 사이 감정의 발전 과정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색, 계>는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과 닮은 점이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동성애 연인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서로를 향한 강렬한 끌림과 거부를 반복한다. <색, 계>는 시대적 상황과 처지가 사회적 편견을 대신한다. 그리고 두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깊은 상실감이다. 이 처연함을 표현하는 데 배우 량차오웨이의 저력이 큰 구실을 한다. “악역, 중년, 베이징어로 말하는 이 선생 캐릭터는 그가 처음 도전하는 것이었는데도 그는 보다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연기했다.”

여주인공 탕웨이는 <색, 계>가 데뷔작인데 량차오웨이에 비해서도 기울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공개모집 때 1만명 넘는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다. 탕웨이는 겉으로는 부드러웠지만 강인한 내면을 지녀 주인공과 비슷했다. 탕웨이는 강한 훈련 과정을 잘 따라와줬다.”


갖가지 장르를 넘나들지만 그의 영화에는 대부분 흔들리는 정체성 문제가 어렴풋이 스며있다. “정체성이 불확실한 왕치아즈는 (스파이라는) 배역을 맡아 자신을 찾으려 한다. 좋은 여자 왕치아즈는 배역을 통해 나쁜 여자도 되고 싶었던 거다. 왕치아즈는 영화에서 여러 장르를 빌어와 이야기를 하는 (감독으로서) 제 모습을 닮은 것이다. 실제 나는 왕치아즈에게 불씨만 던져준, 부끄러움을 타고 무능력한 꼭두각시 영웅 광위민(왕리홍)을 닮았다.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 명령하며 연출할 때는 이 선생과 비슷하다. 나의 두 분신 사이 정사 장면을 찍을 때는 남자 역할 여자 역할 다 고민해야 해 너무 힘들었다. 량차오웨이가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많은 분신을 가진 당신에게 굉장히 동정이 간다’며 위로해줬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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