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배달부 키키
‘마녀배달부 키키’·‘귀를 기울이면’ 정식 개봉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는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을 사로잡은 주요작을 줄줄이 쏟아낸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들은 서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이어서 어린이보다는 오히려 어른 팬들을 사로잡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되었고, 세계적으로 ‘저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을 뜻하는 조어) 붐을 일으켰다.
당시 지브리가 선보인 주요작들인 〈마녀배달부 키키〉(1989년작)와 〈귀를 기울이면〉(1995년작)이 22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뒤늦게 정식 개봉한다.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이전 작품이어서 개봉되지 못했고 개방 이후에는 너무 세월이 지나버리는 바람에 각각 제작 18년과 12년이 지난 뒤에야 느지막이 한국팬들과 만나게 됐다.
두 작품은 모두 지브리 특유의 따듯한 서정성을 보여준다. 〈마녀배달부 키키〉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대성공작 〈이웃집 토토로〉 뒤에 만든 작품으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초보 사춘기 마녀 키키가 꿈과 희망을 배달하는 성숙한 마녀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유럽을 연상시키는 빼어난 배경 묘사와 하야오와 콤비인 음악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일품이다.
〈귀를 기울이면〉은 사춘기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영화다. 첫사랑에 대한 환상,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해 머뭇거리는 소년소녀들의 미묘한 감정을 잘 포착했다. 감독 곤도 요시후미는 하야오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받으며 이 작품으로 데뷔했으나 그 뒤 요절해 〈귀를 기울이면〉이 데뷔작이자 유작이 되고 말았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귀를 기울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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