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스미드 감독의 <세브란스>
오늘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신촌에 있는 모병원과 이름이 같은 영화지만 전혀 상관은 없다. 장르가 혼합되기는 했지만 호러 장르로 볼 수 있는 영화고, 흔히 말하는 스플래터 무비에 가깝다. 그 영화의 제목은 <세브란스>다.
사전을 찾아보면 세브란스(severance)는 절단이라는 의미와 격리, 분리라는 의미가 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이 영화가 신체를 '절단'하고 피가 튀기는 스플래터 무비라는 것과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헝가리의 어떤 외딴 산장에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이중으로 의미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영국영화다. 배우들의 영국 액센트가 듣기에 좋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다. 그렇지만, 스토리는 배우들의 액센트처럼 감미롭지가 않다. 다리가 절단되고, 사람을 태워죽이고 하는 스플래터 무비의 영화전통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영화 장르상 <세브란스>는 스플레터 무비나 호러로 보기는 하지만, 사실 잔혹한 수준은 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리 심하지 않다. 편집기법을 이용하며 잔혹한 장면을 시간적으로 잠깐만 보여준다던가 익스트림클로즈업을 피하던가 해서 영화의 시각적 공포순준을 낮추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청각적인 부분이다.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영화음악, 음향, 효과의 사용이 공포의 수위를 상당하게 이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브란스>는 청각적 공포의 영화이다.
<세브란스>의 영화음악의 사용은 상당히 독특한 측면이 하나 더 있다. 가령, 평범한 상황에 장중한 음악을 사용하던가 해서 묘한, '어긋남의 위트'를 만들어 낸다. 이런 특이함이 있는 음악의 사용은 배우들의 코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코믹연기와 더불어 <세브란스>를 호러 장르지만 코믹 장르로도 생각할 수 있기 해 준다.
사실, 이런 식의 정서를 자아내는 영화는 그간 제법 있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런 영화가 배우들의 연기나 대사, 상황의 설정이나 진행을 통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데에 반해서 <세브란스>의 코믹은 영화의 청각성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특수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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