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시사회 관객들에 추천 유도
정성 담은 홍보 입소문 효과
정성 담은 홍보 입소문 효과
아일랜드 인디밴드 ‘프레임스’의 전 베이스주자 존 카니 감독이 총제작비 10만달러(1억4천만원)짜리 음악 영화 <원스>를 찍을 때만 해도 이 작은 영화가 한국 독립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 치울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을 듯하다. 전문 배우도 아닌 ‘프레임스’의 보컬 글렌 한사드와 체코의 작곡가 겸 가수 마르게타 이글로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겨우 17일 동안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이 영화는 개봉 두 달 만에 독립영화가 1만명을 넘기기도 힘든 한국에서 14만명을 모아 영화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관객 점유율도 떨어지지 않아 개봉관도 10개에서 15개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처럼 <원스>가 예상밖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영화의 규모에 맞게 여러 매체를 통한 광고가 아니라 철저히 ‘입소문’에 초점을 맞춘 ‘다단계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원스>는 대형 상업영화들이 몰리는 영화시장 연중 최고 격전장인 추석 연휴에 개봉했다. 물량으로는 도저히 다른 영화들의 홍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원스>를 수입한 영화사 진진이 고른 것이 ‘다단계식 마케팅 전략’. 시사회조차 다른 영화보다 4분의 1 규모인 2500석 규모에 그쳤지만, 대신 시사회에 온 사람들에게 엽서를 나눠주고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친구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영화사는 시사회 관객들이 적어낸 추천 관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규모는 적지만 정성을 담은 확실한 홍보로 승부를 건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진은 계속 영화를 본 사람에게 다시 추천을 받는 식으로 발품 팔아 입소문을 냈다.
또한 음악 영화의 성격에 맞게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들을 상대로 시사회를 연 것도 만만찮은 효과를 냈다. <원스>의 울림 깊은 삽입곡들은 라디오 전파와 관객들의 블로그를 타고 다시 퍼져갔다. 이처럼 열과 성을 담은 다단계 홍보를 통해 <원스>는 입소문을 내는 데 성공했다.
진공청소기 수리공으로 일하며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남자, 꽃을 파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원스>의 영상은 결코 세련되진 않았지만 아름다운 음악과 잘 어우려져 독특한 느낌을 준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보편 감성을 주류 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 덕분에 <원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 상영국에서 모두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크린 2개로 시작해 150개로 늘어나며 제작비의 90배가 넘는 93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국에서도 여섯 달 넘게 상영해 92만5천달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91만4천달러 수익을 올려 영화 <원스>는 올해 가장 성공한 인디영화가 됐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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