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올라
“엎어졌다” 소문 등 우여곡절
‘비수기 개봉’ 불운이 행운으로
“엎어졌다” 소문 등 우여곡절
‘비수기 개봉’ 불운이 행운으로
음식영화 <식객>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제작이 지연되면서 완성 자체가 불투명했던 <식객>은 제작사가 인수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1일 개봉했다. 애초 톱스타 한명 안나오는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것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식객>은 “제작이 지연된 영화치고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 못봤다”는 영화계의 속설을 보기좋게 깨뜨리고 3주 연속 1위를 달리며 210만명을 불러모았다. 올해 영화계가 불황으로 얼어붙으면서 완성하고도 개봉 못한 미개봉 영화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식객>은 기사회생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식객>이 기획된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 만화를 좋아했던 이성훈 프로듀서는 초등학생 조카가 “우리 반 애들 절반은 <식객>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남녀노소 좋아할 이야기란 확신을 가졌다. <북경반점> 등 중국 음식을 다룬 영화는 있었지만 의외로 한국 음식을 다룬 영화는 없었다. 이 프로듀서는 상승 효과를 키우려고 영화와 함께 드라마도 만드는 기획안을 짰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제작사는 꽤 있었지만 짧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원작을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드는 데에는 투자자들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퇴짜 맞기를 거듭하다 <올드보이>를 만든 쇼이스트가 이 기획을 받아들였고, 2004년 12월 허영만 화백과 계약을 맺어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촬영 시작하는 데까지만 무려 이년이 걸렸다. 원작과 어울리는 배우 김강우, 임원희, 이하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니 유명배우가 아니란 이유로 투자받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다가 예당엔터테인먼트 계열사 예당온라인이 지난해 쇼이스트를 인수해 구원투수가 됐다.
그러나 급한 불 먼저 끄는 식으로 제작이 이어져 고비도 그치지 않았다. 만화 <식객> 독자는 줄잡아 400만명 이상, 이 중 3분의 1인 150만명이 본다고 가정해 뽑은 예산이 30억원이었다. 그러나 촬영을 시작한 지난해 8월 제작진이 손에 쥔 돈은 10억원이었다. 먼저 절반을 찍고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면서 투자를 유치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예당엔터테인먼트가 100% 투자를 결정하면서 간신히 재원이 마련됐다. 이렇게 투자가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마지막 한 회차 촬영을 겨울철에 찍어야 해 석달을 미룬 것이 충무로에는 “<식객>이 엎어졌다”고 소문이 났다. 완성하고 보니 이번엔 마케팅 비용이 없었다. 예당에서 추가 투자를 하고 필름을 배급사들에게 보여주며 마케팅 비용을 따냈다. 애초 잡았던 한가위 개봉은 물건너갔고 이달 1일에야 개봉을 했다.
불행은 행운으로 탈바꿈했다. 비수기인 11월은 큰 경쟁작도 적고 12살 관람가 영화가 드물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제작 이전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나리오를 다지고 촬영을 준비할 여유 시간을 벌었다.
<식객>의 흥행 성공은 기획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최고 요리사인 대령숙수의 칼을 놓고 성찬(김강우)와 봉주(임원희)가 벌이는 음식 대결을 큰 뼈대로 세우고 원작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각색해 살을 붙였다. 원작대로라면 음식 하나 하나를 심층적으로 다뤄야했지만, 생략하고 선악이 명확한 대결 구도로 쉽게 만들어 초등학생 관객도 끌어모았다. 여기에 황복회 등 스크린에 소개된 적 없는 화려한 한국 음식 볼거리를 가미했다. <식객>은 상승세가 이어가며 스크린 수를 420개에서 470개로 늘려가고 있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예당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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