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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섹시한 ‘조지’ 정치적인 ‘클루니’

등록 2007-11-25 21:14수정 2007-11-26 16:18

조지 클루니
조지 클루니
두 얼굴의 배우
“키스해주세요~, 앞니가 쏙 빠지도록…”. 물찬 제비같이 섹시한 배우 조지 클루니(46)를 보면 웬만한 여성들은 이런 노래가 절로 나온다. 오락 영화에 나오는 클루니는 한없이 가벼울 준비가 돼있는 듯하다. 대중이 사랑하는 그의 절반이다.

나머지 반, 조지 클루니는 정치적이다. 지난 4월 그는 언론인인 아버지 닉 클루니와 내전을 겪는 아프리카 다르푸르로 날아가 9일 동안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클루니 부자는 세계가 다르푸르 사태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예인 사생활 캐기 전문인 타블로이드 신문들마저 조지 클루니 소식을 따라가다 보니 다르푸르의 참상을 조금은 전하고야 말았다.

조지 클루니는 대중성을 신념에 이용할줄 아는 실용주의자다. <인디펜던트>는 조지 클루니 특집을 다루며 “클루니는 그의 유명세와 매력을 개인보다 거대한 문제들을 제기하는 데 무기로 쓴다”고 썼다. 그는 거침없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를 지지한다. 그가 감독하고 제작한 몇몇 영화들은 탐사보도처럼 현실에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29일 개봉하는 그의 새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29일 개봉)은 거대 다국적 기업의 비리를 들춘다. 한발은 가볍게 다른 한발은 무겁게 디디며 그는 배우·감독·제작자이자 활동가로 전진하고 있다.

신작 ‘마이클 클레이튼’서 다국적기업 비리 전담 ‘뒤구린’ 변호사 연기
‘섹시 스타’ 명성 누리며 정치적 신념 단긴 영화제작하는 ‘실용주의자’

〈마이클 클레이튼〉
〈마이클 클레이튼〉
■ 낯선 ‘현실 비평가’=<마이클 클레이튼>은 한 변호사의 자조적 독백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제초제로 사람을 죽이는 거대한 생물의 항문에서 나온 배설물이야, 그들의 해결사라고.” <마이클 클레이튼>은 거대 기업의 비리를 들추는 변호사의 영웅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주인공 역시 조금은 뒤가 구리다.

조지 클루니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들은 어느 정도 관습에서 벗어나있다. 그가 제작총지휘한 <시리아나>는 중동 석유 패권을 놓고 미국 정부와 기업이 어떤 식으로 결탁하는지 보여주는 2시간반짜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클루니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범하고 있는 만행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카시즘에 맞선 언론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그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굿 나잇 앤 굿럭>은 관객들에게 “텔레비전이 언론의 기능을 못한다면 그건 그저 빛이 껌뻑거리는 상자에 불과하다”는 주인공의 주장을 직설적으로 들려준다.


클루니의 영화들에 미디어에 대한 고찰이 종종 들어가는 것은 뉴스 앵커이자 쇼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클루니는 “텔레비전에서 ‘이라크와의 결전’이라는 뉴스를 보면 이건 망할 놈의 게임쇼 꼬락서니”라고 독한 소리를 내뱉는다.

■ 인기만점 ‘만인의 연인’=텔레비전 인기시리즈 에서 조지 클루니가 맡았던 닥터 로스는 수많은 미국여성들이 “내 남편은 왜 이것밖에 안될까”라는 불평을 토해내게 해 수많은 가정에 불화를 일으켰다는 전설의 섹시 다장다감 캐릭터다. 그가 이 역할을 맡았을 때는 33살, 이미 10년을 비급영화나 시트콤 조연으로 보낸 뒤였다. 운도 안 따라 <델마와 루이스>의 히치하이커역을 맡으려고 동분서주했지만 브래드 피트에게 빼앗겼고, 그 역에 매달리는 통에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주지의 개들> 출연 제의를 거절해버렸다. 재즈가수 로즈마리 클루니가 고모이고 배우 미구엘 페레가 사촌인 배경과 잘생긴 외모를 지니고 그토록 눈에 띄지 않기도 힘들텐데 스크린 속 조지 클루니의 존재감은 깃털만큼 가벼웠다.

닥터 로스로 성공한 뒤 그는 멜로와 액션을 모두 소화하며 할리우드 매력남의 이미지를 이어갔지만 배우로서 평가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베트맨과 로빈> <피스메이커> 등 블록버스터에 출연했지만 돌아온 건 혹평이었다. 클루니는 “내 초기작들을, 가능하다면 복사본까지 모두 불태워 없애버리고 싶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허접한 드라마에 출연해서, 그렇게 형편없이 연기했다니. 아니, 순전히 그 웃기는 머리꼴 때문에라도 죽어버리고 싶어진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라고 보기에는 그에겐 묘한 일탈의 분위기가 묻어났다. 엽기 잔혹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에서 강아지 목소리 연기도 했다. 반면 스티븐 소더버그나 코엔 형제 등 작가주의 감독 영화엔 출연료를 스스로 깎아가며 참여했다. 제도 밖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자유주의자의 이미지를 지녀 <오션스> 시리즈나 <조지 클루니의 표적> 등에선 제도의 틈을 날렵하게 빠져나가는 매끈한 범죄자 역할도 많이 했다.

클루니는 중년에도 성장하는 배우이지만 여전히 연기파라기보다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에 가까워보인다. 스스로 “<심판>의 폴 뉴먼과 <나의 왼발>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봤을 때 나는 결코 그런 연기를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자신감을 판다”고 말해왔다. 그는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제대로 짚고 신념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경영자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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