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밀양’, ‘본 얼티메이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한 장면.
씨네큐브 ‘세계 배낭여행 영화제’ 올 개봉작 27편 재상영
올해 개봉작 가운데 재미로 보나 작품성으로 보나 놓치기 아까운 영화 27편이 다시 관객을 찾는다. 6~26일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우리 영화 10편과 외국영화 17편을 골라 상영하는 ‘세계 배낭 여행’ 영화제가 개봉 때 놓친 영화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영화제는 대륙별로 골라 상영하므로 세계 영화계의 흐름도 엿볼 수 있다.
■ 아메리카 = ‘본 시리즈’ 3탄 <본 얼티메이텀> 시리즈는 내부의 적, 흔들리는 정체성과 싸우는 내용으로 첩보 영화의 새로운 주제와 형식을 보여준다. 노장 장르인 뮤지컬 영화가 아직도 활력이 넘치는 것을 실감하려면 <드림걸스>가 있다. 1960년대 인기 여성 그룹 ‘슈프림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은 영화인데 비욘세 등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귓바퀴를 휘저어 놓는다.
■ 유럽 = 한국에서 보기 힘든 체코영화 <가까이에서 본 기차>와 <줄 위의 종달새>는 세계적 거장인 이리 멘젤 감독의 영화로, 지루하지 않고 웃기기도 하다. <가까이에서 본 기차>는 이데올로기 따위엔 관심 없고 오로지 연애에 골몰하는 22살 어리바리 역무원이 얼떨결에 레지스탕스 활동에 얽히는 이야기다. 묵직한 감동을 주는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은 동독 극작가와 그를 몰래 돕는 비밀경찰의 이야기인데 입소문만으로 한국에서 4만명을 모았다.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한 영국영화 <뜨거운 녀석들>은 황당하게 웃기는 영화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 아시아 = <불량공주 모모코>를 만든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마츠코라는 여성이 겪는 잔혹사 수준의 불행을 그리지만 이 슬픈 이야기를 웃음을 못 참게 만들었다. 내로라하는 아시아 감독들의 작품들도 빼곡하다.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를 만든 야마다 요지 감독의 <황혼의 사무라이>, 지아장커의 <스틸라이프>,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쓰리 타임즈>, 이안 감독의 <색, 계> 등이다.
■ 한국 =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은 <디워>와 <화려한 휴가>, 그리고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밀양>을 골랐다. 이밖에 장르영화의 새로운 기운을 담은 공포 영화 <기담>, 스릴러 <리턴> 등도 다시 볼 수 있다. cinecube.net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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