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연간 총관객수
관객수 처음으로 줄어들 가능성
3대 배급사 모두 ‘적자 악몽’
새 수익모델 발굴·제작비 줄여야
3대 배급사 모두 ‘적자 악몽’
새 수익모델 발굴·제작비 줄여야
한국영화 10년 고도 성장기가 저무는가? 호황기의 거품을 제때 걷어내지 못한 한국 영화계가 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전체 개봉영화의 20%였던 데 견줘 올해는 3/4분기까지 6.2%로 뚝 떨어졌다. 한국영화가 100편 개봉하면 단 6편만 돈을 벌고 나머지는 모두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영화의 흥행성공률이 떨어지면서 씨제이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등 한국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3대 배급사 모두가 올해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7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온 극장 관객수도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11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극장 스크린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외형이 커지는 추세는 지속되고 있는데도 영화 산업 전반에 걸쳐 부진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관객수가 심각하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복합상영관업체 씨지브이가 집계한 관객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관객수는 1억5040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1억4154만 명으로 6% 정도 줄었다. 하지만 한국영화 시장에서 극장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어 올해엔 83.7%까지 뛰었기 때문에 관객수의 감소는 한국 영화 산업 전체의 침체로 이어진다. 씨지브이 쪽은 “스크린 포화라기 보다는 조정 국면”이라며 “컨텐츠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영화 수익률도 크게 떨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프로젝트별 평균 수익률은 -22.9%에서 올해 -66%로 더 추락했다. 마케팅 경쟁만 치열해지면서 순제작비 외의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영화 편당 제작비는 지난해 50억1900만원에서 올해는 대략 64억7500만원으로 늘어났고, 손익분기점이 지난해 132만명에서 196만명으로 크게 올라갔다. 이렇게 제작비가 뛰었는데도 개봉 편수는 줄지 않아 100편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영화 적정 개봉 편수를 연간 72편 정도로 추산한 바 있다.
이 바람에 쇼박스의 경우 올해 <디-워>로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을 거두고도 2004년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고, <화려한 휴가>를 투자·배급한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역시 올해 흥행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적자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도 소폭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런 부진 속에서 한국영화 점유율도 동반 하락했다. 씨지브이 조사를 보면, 11월까지 한국영화 점유율은 52.5%로 지난해 65.5%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흥행 10위 안에도 지난해는 한국 영화가 7편이었는데 올해는 3편밖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 영화 수출 역시 상반기까지 지난해의 절반 이상(-57%) 줄었다. 최건용 롯데엔터테인먼트 상무는 영화발전포럼 토론회에서 “관객의 선호도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데 영화관계자들은 빨리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산업계의 침체가 올해만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1인당 관람 횟수가 이미 선진국 수준이고 자국 영화 점유율도 높은 점을 보면 한국영화는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구조적인 성장 둔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영화시장 평균 성장률도 1996~2006년 사이 13.2%에서 크게 떨어져 앞으로 10년 동안 연평균 3.6% 정도 저성장 기조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돌파구는 없을까? 영화관계자들은 △창의적인 작품 제작 △공동제작 등을 통한 해외 직접 진출 △인터넷 불법유통 서비스의 유료화 등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만명까지 치솟은 손익분기점을 100만명 정도로 끌어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조윤정 이룸영화사 프로듀서는 영화발전포럼 토론회에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 앞서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기민 아이필름 대표는 “투자 결정에서 제작까지 준비 기간을 늘이고 스태프를 전문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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