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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블로그] 김태희, 설경구 주연의 <싸움>을 보고서

등록 2007-12-19 17:01

김태희, 설경구 주연의 〈싸움〉
김태희, 설경구 주연의 〈싸움〉
결혼이라는 환상! 영화라는 환상!
[리뷰] 김태희, 설경구 주연의 <싸움>
<싸움>은 결혼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비록 이혼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결혼을 테마로 한 영화가 맞다. 그렇지만 TV주말연속극처럼 결혼의 환상을 찬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결혼이 얼마나 환멸스러운 것인가를 시사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결혼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것 못지않게 결혼을 환멸이나 무덤정도로 이해하는 것도 사실 흔한 일이다. TV에서도 보면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싸움>은 뭔가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는 아니다. 이제는 너무 흔한 소재가 된 이혼 부부의 이야기를 다른 쟝르의 공식과 엮어서 생산해 낸 기성품이다. 한번쯤 되새겨 볼 구석은 전혀 없다. 그냥 2시간여의 런닝타임 동안 웃기도 하고 그러지 않기도 하는 그런 영화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바로 직전의 두 시간은 그대로 휘발해 버린다.


<싸움>이라는 영화가 왜 그렇게 무미건조한 영화가 되었는지는 한 번 되집어 볼만하다. 비중있는 주연에, 지명도 있는 감독의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왜 이렇게 무미건조 할까? 사실 영화를 드려다 보면, 공들인 부분들도 눈에 띈다.

전반부에 남편의 머리를 도끼로 찍는 상상부분은 꽤 기발하다는 생각도 들고, 중반의 아내(김태희)와 남편(설경구)의 추격부분도 꽤 재미있다. 후반부의 남편과 아내의 결투도 볼 만하다. 생각을 하다보면 다양한 에피소드가 <싸움>을 기억시켜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글을 쓰기 위해서 억지로 짜낼 때의 이야기다. 여전히 <싸움>은 감동을 주지 못했고, 전체 영화중의 대부분은 기억도 되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영화라는 것이 그렇다. 반드시 영화가 관객에게 무언가를 보상할 수는 없다. 2시간짜리 시간 떼우기 영화도 존재할 수 있다. 존재할 수 있다기 보다는 실제로 그런 영화는 대부분이다. 8,000원 내고 극장에 들어가서 2시간 동안 남의 이야기(영화)를 엿보고 그리고, 나오는 순간부터는 잊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감동이 없어"라는 어느 노래가사도 있지만 인스턴트로 만든 이야기는 그게 비단 사랑과 겷혼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전혀 느낌을 주지 못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겹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8,000원짜리 대중문화로 자리메김할 수 있어온 것이기도 하다.

<싸움>이 (전)부부의 갈등을 소재로 했다면 그런 테마가 주는 뭔가 특별한 의미심장함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싸움>이 던져주는 것은 휘발성이라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너무 진부하다.

앞에서 예로 들기도 했던 에피소드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일종의 몰입효과를 가져오기는 한다. 순간순간 관객의 정동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 겨우 그것 뿐이다. 이 정도라면, 아이가 TV에서 만화를 시청할 때의 몰입 정도와도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싸움>을 보는 우리들은 다 큰 사람들이다. 언제까지 이런 무감동한 영화를 봐야 할까? 관객의 지적 풍요로움이나 정서의 근저를 흔들어 내는 좋은 영화는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싸움>은 멜러를 기본축으로 액션적 요소, 코믹적 요소 등이 가미된 영화다. 다른 쟝르에서 규칙과 관습을 빌려온 것이다. 그런데, 전혀 새롭지가 않다. 원래 퓨전(혼성)은 새로운 법인데, 그렇지가 않다. 새로우려고 또는 달라 보이려고 무척 노력은 했는데 전혀 새롭지가 않다.

외형상으로는 (전)부부의 혈투라는 독특한 소재를 끌어들인 듯 하다. 그런데, 영화속으로 들어가 실상을 보면 그런 것들도 마케팅용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영화들이 영화자체보다는 마케팅에 방점을 두는 영화들로 변하기 시작했다. <싸움>도 그 맥락의 연장선상인 것 같다. 영화가 전면에 놓여서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접근하기 보다는 마케팅이 앞서고 영화는 그걸 쫓아가는 듯 하다.

입소문거리가 될 만한 것들을 영화의 곳곳에 장치해 놓는 것들도, 마케팅을 위해 영화가 좇아가는 현상의 한가지다. 이야깃거리가 되는 데에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영화의 완성도에서는 조금 아쉽다.

비예술영화라고 영화가 영화예술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영화상품, 문화상품이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영화는 이미 탄생부터 경제재가 될 운명이였고. 영화를 산업측면을 도외시하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흥행에 중독된 영화를 또 한 편 볼 때 마다 당대영화에 대한 실망이 조금씩 더 커진다.

영화 보기가 2시간짜리 여가활동을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일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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