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간접광고’에 대한 이중잣대

등록 2007-12-23 20:42

저공비행
요새 나오는 한국영화를 볼 때마다 내 시선이 가는 곳은 간접광고다. 클라이막스를 노골적인 우유광고로 장식했던 <싸움>도 있고 한예슬이 처음부터 ‘쇼를 하라’ 광고의 아이디어를 낸 광고 회사 직원으로 나오는 <용의주도 미스 신>도 있다. <헨젤과 그레텔>에서는 바른손 학용품들이 꾸준히 등장한다.

기분이 어떠냐고? 별 생각이 없다. 그냥 ‘요샌 영화 만드는 게 정말 힘든가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난 <싸움>의 우유광고와 <용의주도 미스 신>의 ‘쇼를 하라’ 장면에서 꽤 웃었다. 둘 다 황당한 코미디였고 그 어이가 없는 광고 삽입은 그 분위기에 대충 어울렸다.

하지만 세상엔 나처럼 관대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 <싸움>에서 가장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들도 바로 그 간접광고이다. <용의주도 미스 신>이 개봉하면 역시 비슷한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어디까지가 한계선일까? 이미 간접광고는 존재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싸움>과 <용의주도 미스 신>은 간접광고를 처음으로 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노골적인 공격성 때문에 주목받는다. 아까도 말했지만 맘씨 좋은 나는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들의 반응만 기대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싸움>보다 훨씬 노골적인 간접광고로 장식된 영화는 많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제목부터 간접광고다. 티파니 상점 앞에서 빵을 먹는 오드리 헵번처럼 압도적인 광고 이미지가 또 있을까? 하지만 우린 그 장면을 광고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우리는 우리나라 상품의 간접 광고가 해외로 진출할 경우 그 광고가 아무리 노골적이라고 관대하다. 대표적인 예가 <오션스 13>이다. 하지만 왜 이것들이 국내에 들어온 뒤로는 욕을 먹는 걸까? <싸움>의 휴대전화 광고는 <오션스 13>의 직접 광고에 비하면 양반인데.

그건 단순히 광고의 문제가 아니라 상표와 제품에 대한 애정 문제이다. 우리가 <오션스 13>의 한국 휴대전화 광고에 관대한 건 그 제품이 무엇이건, 그것을 우리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영화에서 그것들은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벗겨진 뒤, 우리가 그 상품이나 제품에 대해 가지는 애정은 지극히 피상적이다. 우리는 그들을 먹고 마시도 타고 다니면서도 그들을 우리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건 단순한 문화차일까? 아니면 보다 심각한 이유가 있는 걸까? 토론할 지면은 남아있지 않다. 확실한 건 영화쟁이들이나 관객들이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간접광고의 홍수 속에서 우아하게 적응하려면 이런 태도가 어느 정도 깨질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듀나/소설가·영화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