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할리우드, 아시아 고전물에 입맛 꽂혔네

등록 2007-12-23 21:18수정 2007-12-23 21:45

사진 워너브로더스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 제공
사진 워너브로더스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 제공
‘서유기’·일본애니 등 재요리한
블록버스터 내년 줄줄이 선봬
‘7인의 사무라이’도 리케이크
<서유기>를 기본 줄기로 삼은 <포비든 킹덤>, 일본 만화가 원작인 <드래곤볼>,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고고>를 가져온 <스피드 레이서>….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아시아 고전 컨텐츠를 원작 삼은 블록버스터를 내년에 줄줄이 내놓는다.

영화사 미라맥스의 설립자로 유명한 와인스타인 형제는 지난 8월께 2억8400만달러 규모의 대형 펀드를 만들어 아시아 소재 영화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투자 작품 가운데 하나가 홍콩 제작사와 합작해 7500만달러(약 700억원)를 들여 만드는 <포비든 킹덤(가제: 쿵푸의 왕)>이다. <스튜어트 리틀> <라이온 킹> 등의 롭 민코프 감독이 연출하고 청룽(성룡)과 리롄제(이연걸)가 처음으로 함께 나온 환타지 무협물이다. 서유기의 캐릭터들을 할리우드 입맛에 맞게 바꿨다. 뉴욕에 사는 소년이 손오공의 단검을 얻어 그 힘으로 고대 중국에 간다. 그곳에서 다섯 손가락 산에 갇힌 원숭이 왕 ‘손오공’을 구하러 가는 스님 등과 만나게 된다. 4월 미국 개봉.

이밖에 와인스타인 형제는 일본 영화의 고전인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1954년작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한다. 중국과 미국 언론에서는 와인스타인 형제가 장쯔이, 조지 클루니, 전쯔단(견자단)에게 출연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와인스타인 형제는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에서 촬영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아시아 콘텐츠에 서구적 감수성을 가미해 동·서양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가수 비와 박준형이 출연해 관심을 끈 <스피드 레이서>의 제작비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사이 블록버스터 수준이 될 듯하다.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해 내년 5월께 개봉한다. 스피드 레이서(에밀 허쉬)는 타고난 자동차 경주자이고 그의 집안 전체가 자동차 경주 사업을 해왔다. 스피드 레이서가 악덕 회사 로얄튼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그의 집안은 가업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몰린다. 로얄튼의 계략에서 벗어나려면 스피드 레이서가 그의 형이 경기 도중 숨진, 죽음의 경주에서 승리해야 한다. 1967년 원작인 <스피드 레이서(원제: 마하 고고)>는 미국인을 사로잡은 첫 번째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미국 잡지 <티브이 가이드>에서 <스피드 레이서> 속 레이서 X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을 텔레비전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소개할 정도다. <스피드 레이서>는 1993년, 1995년, 2005년 미국에서 재방송돼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내년 8월15일 개봉할 <드래곤볼>은 20세기 폭스가 제작비를 대고 저우싱츠(주성치)가 총괄프로듀서로 만든다. 아키라 토리야마의 원작은 그야말로 만화계의 전설이다. 84년부터 95년까지 42권으로 완간된 이 만화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상품으로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가상 공간에서 손오공이 무술 고수들과 토너먼트 식으로 대결을 벌이는 모험극이다. <파이널 데스터네이션>의 제임스 웡 감독이 연출한다. 손오공역은 <우주전쟁>에 출연한 저스틴 채트윈, 부르마는 에이미 로섬, 스승 무천도사는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 치치는 제이미 정, 그리고 손오공이 모험 중 만나는 야무치는 박준형이 맡았다.


동서양 모두 ‘사냥’하려 대자본 투자

최근의 양상은 그동안 할리우드가 공포물 중심의 아시아 컨텐츠를 저예산으로 리메이크해 온 경향과는 다르다. 할리우드는 90년대 후반부터 일본 공포물인 <링> <주온>, 한국 영화 <시월애> <장화, 홍련> <엽기적인 그녀> 등을 다시 만들었다. 이 작품들은 주류 시장을 겨냥한 야심작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스튜디오 전체의 일년 장사를 쥐락펴락할 블록버스터의 재료로 아시아의 검증된 컨텐츠를 찾는 것이다.

점점 비중이 커지는 아시아 시장의 영향력과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갈망도 이런 흐름에 한몫했다. 홍콩 영화 <무간도>를 <디파티드>로 리메이크한 버티고 엔터테인먼트의 로이 리 대표는 “스튜디오들은 아시아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컨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아시아의 고전들은 서구 관객이 신선하게 느낄만한 풍부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미국의 웬만한 만화들은 이미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컨텐츠의 광맥을 아시아에서 탐사하는 것이다. 특히 1960년대부터 미국 대중에게 뿌리 내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만한 컨텐츠다.

환타지물의 잇따른 흥행 성공으로 <드래곤볼> <포비든 킹덤> 등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데 할리우드가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환타지물은 위험부담이 큰데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의 잇따른 성공은 관객이 현실과 분리된 가상공간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트릭스> 이후 가상공간과 현실, 동양과 서양을 섞어 경계를 무너뜨리는 게 미국 영화의 큰 흐름”이라며 “<드래곤볼> 등의 제작도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워너브로더스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