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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미드’ 흉내 어설프거든!

등록 2007-12-30 21:05

저공비행
결국 쿨함의 문제인 것 같다. <가면>은 정말로 쿨해지고 싶은 영화이다. 하지만 여기 한 가지 문제가 있으니,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전혀 쿨하지 못하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가 형사인 주제에 맨머리로 오토바이를 모는 주인공 김강우 캐릭터를 들 수 있겠다. 하긴 영화에서는 안전보다 폼이 먼저이긴 하다. 하지만 그 폼이 과연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것인가, 아니면 흉내인가? 척 봐도 영화는 후자다. “맨머리로 오토바이를 타며 고뇌하는 남자 주인공은 멋있다!”라는 기성품 공식을 머리에 담아두고 그걸 그대로 흉내 낸 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영화는 그들이 원하는 쿨함에 도달하지 못한다. 쿨한 자들은 흉내를 내지 않는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쿨함이 몸에서 체취처럼 흘러나온다. 쿨함을 의식하는 순간 쿨은 끝장이다.

영화가 다루는 동성애와 군대 성폭력의 문제는 어떨까? 영화는 여기서도 쿨해지고 싶어한다. 동성애를 이슈로 다룬 로맨틱하고 쿨하고 찐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어떻게 구타당하고 멸시당하고 학대당하다 막판에 복수를 하려는 퀴어 청춘의 처량한 이야기가 쿨해질 수 있을까? 간단하다. 그걸 보는 작가·감독들이 주인공을 이해하는 세련된 사람들임을 주장하면 된다. 그럼 그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호모포비아 저질들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고 그들은 쿨해진다. 까짓 거 괜찮다. 하지만 여기서도 조건은 같다.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가면>은 여기서도 흉내만 낸다. 그것도 아주 서툴게. 얼마나 서투냐면, 만드는 사람들이 아직도 가지고 있는 호모포비아가 그대로 드러나서 그냥 민망할 정도다. 공감이나 지식 없이 그냥 흉내만 낸 티가 역력하다. 공감할 생각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말거나.

요샌 다들 ‘미드’(미국 드라마)를 흉내 내고 싶어한다. 문제는 그들이 쿨함만을 흉내 내려고 한다는 데 있다. 제발 <로 앤 오더>나 를 그렇게 얕보질 마시길. 그들이 ‘칭칭!’거리는 사운드와 ‘도시마다 다른 색깔 넣기’ 만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줄 아나? 크랭크 카메라로 독특한 영상효과를 주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건 우리의 눈으로 소재에 접근하며 이야기와 스타일을 체화하는 것이다. 늘 미드 형사들을 흉내만 낸다면 그건 흉내로 끝난다. 그리고 그건 미드에 익숙한 사람들이 더 잘 알아본다. 그들에게 <가면>은 도입부부터 엔딩까지 촌스럽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불편한 건 별개의 문제다. 그런 사람들에게 망신당하고 싶지 않다면 공부를 하고 자기가 아닌 것을 지나치게 흉내 내지만 않으면 된다. 그럼 쿨해지냐고? 그건 아니다. 쿨함은 노력만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망신스러운 ‘언쿨’은 피할 수 있다.

듀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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