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3기 순정·SF만화 ‘디오티마’
연재잡지 잇단 폐간 뒤
세번째 연재 성공 이어
최근 단행본 재출간
세번째 연재 성공 이어
최근 단행본 재출간
사람처럼 문화작품에도 팔자가 있다면 권교정(33)씨의 만화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처럼 팔자가 묘한 작품도 없을 것 같다.
순정만화로는 드물게 과학픽션(SF) 만화인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이하 디오티마)가 처음 선보인 것은 거의 10년 전인 1999년 만화잡지 <화이트>에 연재를 시작하면서였다. 독특한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권씨의 작품답게 <디오티마>는 다른 순정만화와도, 다른 에스에프와도 다른 특유의 분위기와 재미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만화계에 불황이 덮쳐 연재 잡지가 폐간되는 바람에 <디오티마>는 단행본 2권까지 나온 채 연재와 단행본 출간이 모두 중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6년 뒤인 2005년, <디오티마>는 다른 만화잡지에 재연재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1년만에 잡지가 경영난과 만화계 불황으로 사라지게 되어 단행본 3권 분량을 연재하다 또 중단됐다.
또다시 2년 뒤인 2007년, <디오티마>는 장르문학잡지 <판타스틱>에서 3번째 연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재연재에 힘입어 최근에는 단행본이 다시 출간됐다. 덕분에 잡지 독자를 넘어 일반 만화팬들과 다시 한번 제대로 만날 수 있게 됐다. 만화전문출판사 길찾기가 최근 1권(6000원)을 펴냈고, 조만간 2권과 3권을 낸다.
만화판에서 유명 만화의 재출간은 아주 드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재를 다시하는 재연재는 그야말로 드물다. <디오티마>처럼 3번에 걸쳐 다른 잡지로 호적을 옮겨가며 연재한 작품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디오티마>가 3번씩 연재하게 된 것은 그만큼 이 만화가 확실한 매력과 충실한 고정팬을 거느리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디오티마>는 팔자가 드센 것이 아니라 난관을 계속 딛고 독자들과 소통할 기회를 얻은 행복한 팔자를 타고난 만화이기도 하다.
이 만화가 재연재를 거듭하게 된 것은 작가 권교정씨가 <디오티마>에 특히 애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것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뜻밖에도 권씨의 대답은 “아닌데요”다. “6권밖에 안될텐데 평생의 작품이라고 하면 안되지 않을까요?” 그럼 어떻게 연재가 계속된 것일까. “자꾸 연재하자고 연락이 와서 그렇게 된 거에요(웃음). 에스에프라서 고정팬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정작 저는 오래전 것이라 앞 내용을 자꾸 까먹어서 그리기가 힘들어요.” 고향 밀양에 자리잡은 권씨는 요즘 작가들 답지않게 컴퓨터 작업을 하지 못해 원고를 인터넷이 아니라 우편으로 부치며 작업하고 있다. 1년에 한 권 꼴로 그리고 있어 예정대로 6권에 마치려면 앞으로도 2년 이상은 걸릴 듯하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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