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지난해 국내서 3만6천장 팔려 팝음반 판매 2위
최종집계 1위 될수도…위축된 시장 감안하면 이변
최종집계 1위 될수도…위축된 시장 감안하면 이변
2007년 음반 시장에서 작지만 도드라지는 이변이 벌어졌다. 한해 가장 많이 팔린 팝 음반에 아무도 예상 못한 음반이 최다 판매량 선두를 다투는 성적을 올린 것이다. 이변의 주인공은 무명 인디밴드 가수들이 부른 소규모 독립영화 <원스>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이하 오에스티)이다.
<원스> 오에스티는 지금까지 모두 3만6000장이 팔렸다. 이는 2007년 영화음악 음반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것은 물론 전체 팝음반 판매에서도 2위에 해당된다. 잔잔한 인기가 보통인 영화음악 음반치고는 이례적인 순위다. 국내 팝음반 1위는 휴대전화 외판원으로 텔레비전에 나와 노래 솜씨를 뽐내면서 깜짝 스타가 된 폴 포츠의 음반으로, 3만8000장이 팔렸다. <원스>와 불과 2000장 차이여서 연말 음반 판매분이 최종 집계되면 <원스>가 1위로 뛰어오를 바뀔 가능성도 있다.
또한 <원스>가 세계적 인기를 누린 블록버스터급 음악영화 <드림걸즈> 음반(2만5000장)을 누르고 지난해 오에스티음반 1위에 오른 것 역시 이변 중의 이변이다.
3만장이란 판매량은 다른 장르와 견주면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현재 음반 시장의 사정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특히 팝음반은 더욱 시장 규모가 작아 음반 판매량이 8000장을 넘으면 ‘골드’ 음반, 1만5000장을 넘으면 ‘플래티넘’ 음반으로 치고 있다. <원스>는 폴 포츠의 음반과 함께 지난해 3만장을 넘겨 지난해 단 2장 뿐인 ‘더블 플래티넘 음반’이 됐다.
예전 80~90년대 초반 시디 음반의 전성기에는 영화음악이 상당한 인기를 누리며 음반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영화 관객의 3~5% 정도가 오에스티를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후 음반시장이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요즘에는 영화 관객 가운데 오에스티를 사는 비율이 1~2%에도 못 미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원스>는 총 관객이 21만명인데 음반 판매량이 3만6000장이어서 관객의 20% 가까이가 음반을 샀다는 계산이 나온다. 총 관객 73만명인 <드림걸즈>의 오에스티가 2만5000장 팔린 것에 견줘도 유례없이 높은 수치다.
역대 오에스티 판매 최다기록은 1992년 개봉했던 영화 <보디가드>로, 국내에서만 무려 100만장 넘게 팔렸다. 그런 점에서 <원스>가 놀라운 돌풍을 일으켰다고 해도 3만장대인 판매량은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음반 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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