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당국이 아프간의 비극을 그린 영화 '카이트 러너'(연 날리는 소년)의 수입을 3개월 전 내밀히 금지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국영 아프간 영화사의 라티프 아마디 소장은 아프간 문화부가 극장주들에게 카이트 러너의 상영을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영화 상영이 금지되고, 이 사실이 왜 발표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영화의 일부 장면이 아프간 국민 일부에게 민감한 장면을 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화 카이트 러너는 아프간 출신 의사 칼레드 호세이니의 같은 제목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민족 간 갈등과 동성 아동 성폭행 등 어린이들의 비참한 삶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아프간 내에서 영화에 대한 반발이 우려돼 왔고, 영화에 출연했던 어린 배우 4명이 신변 위협 때문에 지난해 11월 아프간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영화의 상영금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아프간인들이 읽지 못하는 영어로 쓰인 동명의 소설 판매는 금지되지 않았다.
한편 소설 카이트 러너는 작년말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가 애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의 신문인 글로브엔메일은 지난달 29일 부토 전 총리가 2007년 애독서를 소개해 달라는 자사의 요청에 '카이트 러너'에 관한 독후감을 보내 왔다면서 부토는 암살되기 일주일 전 보낸 답신에서 "카이트 러너를 한번 잡은 뒤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책은 극단주의와 종교가 종종 정치세력에 악용되고 조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고 썼다고 보도했었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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