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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준비됐는가, 괴물과 서바이벌 게임!

등록 2008-01-20 21:35

영화 ‘클로버필드’
영화 ‘클로버필드’
사실 같은 괴수 영화 ‘클로버필드’
미국 드라마 <로스트> <앨리어스> 등을 연출한 제프리 제이콥 에이브럼스는 비밀에 쌓인 존재의 실체를 알려줄 듯 말듯 관객의 애간장을 녹이며 긴장감을 높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왔다. 그가 제작한 괴수영화 <클로버필드>도 정보를 극단적으로 숨겨 누리꾼들을 절반 탐정, 절반 제작자로 만들어 버렸다. 영화에 대한 온갖 정보가 난무하기 전, 과거 영화 예고편들이 불러일으켰을 법한 궁금증을 재현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해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냈다.

<클로버필드>는 상상의 영역인 괴수와 대재난을 다큐멘터리 찍듯 그려내 색다른 괴수 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제작자 에이브럼스와 감독 매트 리브스는 반대의 것들을 결합했다. 극사실적인 영상과 완벽한 상상력의 산물인 괴수를 묶고, 평범한 사람들이 찍어 인터넷에 올린 듯한 거친 동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뿌려 블록버스터로 꾸몄다.

극단적인 들고 찍기로 관객을 재난의 한 가운데로 던져 참여자로 만드는 <클로버필드>는 물리적 울렁증을 일으킨다. 지난 15일 시사회에서는 “토할 거 같다” “어지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JJ 에이브럼스표’ 비밀 마케팅
누리꾼 추측 타고 입소문 톡톡

영화 ‘클로버필드’
영화 ‘클로버필드’

■ 미끼를 잡아라 = 지난해 7월 블록버스터 대작 <트랜스포머>가 시작하기 전 거친 동영상이 스크린에 떴다. 평범한 파티 현장을 블로그 이용자가 찍어 올린 듯한 장면인데 갑자기 땅을 울리는 괴물의 포효가 들리더니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자유의 여신상 머리가 바닥에 구르고 비명이 쏟아졌지만 배우들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광고에는 영화의 제목도 없었다. 다만 영상의 끝에 “JJ 에이브럼스로부터”라는 짧은 메시지가 떴다. 지난해 11월 2차 예고편, 올해 1월 3차 예고편이 발표되는 동안 관객은 몸이 달았다. 대체 괴물의 정체가 뭔가?

제작진은 배우에게도 대본을 보여주지 않을 만큼 정보를 가린 채 애매모호한 미끼만 던졌다. 영화의 제목마저 <클로버필드> <슬로쇼!> <치즈> 등으로 계속 바꿔 누리꾼들의 추적을 따돌렸다. 슬로쇼는 극중 주인공의 티셔츠에 그려진 음료수인데 그 가상의 음료가 미국 드라마 <히어로스>와 에이브럼스가 만든 <앨리어스>에도 얼핏 등장하는 걸 누리꾼들이 찾아내 괴물의 정체와 관련이 있을 거라 추측했다. 제작사 배드로봇은 슬로쇼 광고 사이트를 개설하고 가입자에게 기묘한 해저 생물의 이미지를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에이브럼스가 유일하게 공식 사이트라고 밝힌 ‘1-18-08.com’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이 핏빛 바다 등의 사진들이 시간 순서대로 올려져있다. 누리꾼들은 그 의미를 파악하려고 골몰하기 시작했다.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는 누리꾼들의 열띤 참여로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큰 입소문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언론은 이를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 마케팅’으로 불렀다. 누리꾼이 만든 가짜 포스터들이 나돌았다. 예고편 속에 얼핏 스쳐 간 대사를 누리꾼들이 느리게 돌려 이를 바탕으로 괴물이 호랑이 모양의 거대 로봇일거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로스트>의 스핀오프라느니, 러브크래프트 공포 소설에 나오는 괴물 크툴루에 대한 이야기라느니 의견들이 쏟아졌다. “내가 영화를 봤다”고 주장하며 자세한 줄거리를 지어 올리는 사람도 생겼다.

뉴욕 습격한 정체 불명의 괴물
관객들 비디오 찍듯 가상체험

■ 바로 거기 당신이… = <클로버필드>에 대해 미국 영화 전문 잡지 <버라이어티>는 “구식 괴수 영화가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새 옷을 입었다”며 “<블레어위치>와 일본 괴수영화 <고지라>의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클로버필드>는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라 형식 자체가 압도하는 영화다. 관객 스스로 괴물이 파괴하는 도시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괴로운 가상 체험을 하게 한다.

일본으로 떠나는 로버트의 송별 파티 도중 도시는 암흑에 휩싸인다. 정체불명의 괴물이 건물을 닥치는 대로 부순다. 도시는 혼란에 빠지고 로버트와 형 제이슨, 말레나와 릴리, 그리고 비디오를 촬영하는 주체인 허드가 피난민 대열에 섞인다. 도중 로버트는 여자친구 베스한테 살려달라는 메시를 받고 일행과 함께 괴물이 날뛰는 도심 속으로 들어간다.

화면의 입자는 거칠고 확실히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화면은 허드의 시점에 따라 흔들리고 뒤집히고 초점이 나가고 깜깜해지기 일쑤다. 리브스 감독은 “<클로버필드> 미학의 핵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넷에 올려진 비디오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참고 했다. 사건이 일어나면 현장에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순간을 보지 못하고 조금 뒤에 “뭐지” 하고 돌아보기 일쑤였다. <클로버필드>에서는 다른 블록버스터에서처럼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를 괴수가 자르는 스펙타클을 보여주지 않고 머리가 쿵하고 바닥에 떨어진 뒤 관찰하는 시선을 담았다.

보통 영화의 편집 방식에서 <클로버필드>는 한참 멀리 떨어져있다. 다른 블록버스터처럼 한 장면을 작은 컷으로 잘게 쪼개지 않고, 이어 잡다가 갑자기 편집이 팍 튀어 시간이 경과된 뒤의 상황을 보여준다. 리브스는 “실제 보통 홈비디오 촬영자라면 찍다가 카메라를 껐다 켜는 것밖에 할 수 없고 그런 느낌이 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레어위치>와는 달리 <클로버필드>에는 실제로 거대한 괴수가 나온다. 괴수가 왜 어디로부터 출현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저 괴물의 파괴를 보여줄 뿐이다. 제작자 에이브럼스가 아들과 함께 일본에 갔다 고지라 장난감들을 보고 탄복해 이 시대 미국의 공포를 보여줄 괴수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24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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